'오징어게임'으로 재확인한 두바이 한류 열풍

[글로벌 리포트 | 중동] 원요환 YTN 해외리포터(UAE)·현 A320 조종사

원요환 YTN 해외리포터

얼마 전 두바이의 한 헬스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어떤 건장한 청년이 다가와서 물었다. “혹시 한국에서 오셨나요.” 맞다고 하니 자신은 요르단 출신이고 최근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정말 재밌게 봤다면서 거기에 나오는 게임을 다 한국에서 실제로 하느냐고 다시 물어보는 것이다. 난 그렇다고 하면서 하지만 실패해도 실제로 죽진 않는다고 대답했고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소소하지만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그뿐이랴. 필자의 직업은 조종사인데 요즘은 비행갈 때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같이 탑승하는 승무원들도 항상 오징어게임 얘기를 하면서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추천할만한 한국영화 있나요”, “달고나 어떻게 만드나요”, “공유 너무 스윗하고 사랑스러워요”, “한국에서 현빈 같은 남자 만나고 싶어요” 등의 말도 함께 한다. 하도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이제는 모범 답안이 생길 정도다. “미안하다. 한국에 와도 공유나 현빈같은 남자는 없어.”


2010년대 이후로 불어온 중동 내 한류열풍이 이제는 완전히 정착한 것처럼 보인다. 현재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두바이 엑스포’에서도 한류는 현재진행형이다. 190여개 각 나라별로 있는 전시관에서 ‘한국관’은 특히 인기몰이중이다. 안에 들어가면 매 시간마다 우리나라 댄서들이 KPOP 공연을 하고 빨간 수트와 가면을 쓴 오징어게임 진행자들이 맞이해준다. 갈 때마다 줄이 항상 길게 늘어서 있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와 같은 한류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주위 외국인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은 “재밌어서”였다. 싱거운 대답일 수 있겠지만 재미있다는 것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이야기에 공감하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들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현실적이고, 무언가 있을 법 하고, 스토리도 치밀하고, 배우들 감정선도 명확해서 좋다고 한다. 여기에 서구 영화에 비해서 덜 선정적이며, 남녀간 로맨스도 서서히 발전해나가면서 같이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류는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그럴 것 같다.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 그 나라의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했을 때 사실 아시아에서 문화허브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나라는 한·중·일 정도밖에 없는데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릴 적에는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봤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일본은 여전히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것을 내놓을 때도 있지만 묘하게 공감이 되지 않고 세계 흐름에 비켜서 여전히 자신들만의 갈라파고스 세계에 살고 있다. ‘곰돌이 푸’ 같은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중국에서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문화상품이 발전할 리가 없다. 검열에 저촉되지 않는 사극만 만들면서 자기네들의 경쟁력을 스스로 쇠퇴시키고 있다.


아랍 세계는 매우 보수적인 사회다. 가족간 사랑을 중시하고 장유유서 같은 한국의 유교적 전통과 씨족사회가 중심이 되는 아랍의 전통은 의외로 서로 공통되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개방된다고는 하나 아직 서구에 비하면 보수적인 편이다. 이런 아랍인들에게 우리나라 문화는 서구문화에 비해 심리적 저항감이 덜하다. 때문에 아랍사회에서 앞으로도 한국문화가 큰 저항없이 받아들여지고 소비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두바이는 중동의 허브이자 아랍에서 가장 큰 영향을 가진 도시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 유행하는 대중문화는 같은 걸프존에 위치한 인근 여러 나라들에 큰 영향을 준다. 다행히 지금 타이밍은 좋다. 지금까지 두바이 내 한류가 음악이나 영상미디어 영역에서 주가 됐다면, 이제는 뷰티산업, 의료산업, 첨단IT산업 등의 전방위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열심히 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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