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제공·비평으로 NFT 아트 담론과 생태계 구축"

[미디어 뉴 웨이브]
NFT 아트 매거진 겸 프로덕션 '디지털리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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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아트 매거진이자 프로덕션인 ‘디지털리유어스’가 지난 9월14일 공식 창간했다. 아트 담론을 만드는 매체이자 작가 등과 협업해 NFT를 제작하는 프로덕션 정체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미디어기업이다. 사진은 디지털리유어스가 이종범 웹툰작가와 콜라보를 통해 선보인 ‘닥터프로스트’ NFT 이미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왼쪽부터) 박성도 에디터, 김태권 편집장, 유신재 대표의 모습. /디지털리유어스 제공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작품 ‘날마다: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의 NFT가 지난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돈 785억원에 팔렸다. 역대 NFT 아트 중 최고 가격.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현존 작가 중 3번째로 비싼 작품에 실물 없는 디지털 파일이 등극하며 화제가 됐다. 이 관심 배경엔 NFT 아트를 투자·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지배적으로 자리한다.

지난 9월 창간한 NFT 아트 매거진 디지털리유어스(Digitally Yours)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지난 5일 인터뷰에서 김태권 편집장은 “21세기 골드러시란 말이 나올 만큼 NFT에 관심이 큰데 떴다방 식으로 몇몇 사람이 먹고 튀는 일이 자꾸 생겨선 모처럼 좋은 판이 망하겠다 싶었다”고 했다. “창작자들에게 상당히 큰 유통 채널이 새로 열린 기회다. 기존 예술계와 어떻게 관계 설정이 될지, NFT 아트 창작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전략을 가져가면 좋을지가 핵심적인 질문이다. 행간을 통해 아트 관련 투자 정보를 얻어갈 수도 있겠지만 현재 주된 관심은 아니다. NFT를 매개로 한 창작자와 구매자 생태계가 건강하게 자리잡는 일에 기여하려 한다. 그러기 위한 정보·비평지가 목표다.”


실제 매체는 “수익이 참 안 나는 모델인 평론지”를 지향한다. “투자·투기 정보 매거진이 아니”고 NFT를 “단기간에 수익을 낼 투자자산으론 권하는 매체도 아니다.” 미술사적 맥락에서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평가하고, ‘국내외 NFT 아트·전시회·행사 소개’ ‘아티스트 인터뷰’ ‘NFT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한다. 예컨대 비플 작품의 경우 ‘2007년 5월1일부터 하루 한 장씩 그림을 그려 인터넷에 올린 작업은 1966년 하루하루 날짜를 그렸던 개념미술가 가와라 온의 프로젝트처럼 ‘과정’이 중요한 ‘프로시저럴 아트(procedural art)’’로 평가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NFT 아트 담론과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정보제공’과 ‘비평’을 통해서다.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시장상황에서 창작자가 겪는 정보부족을 해소한다. 비평으로 예술가와 작품을 온당히 평가하고 구매자와 관계를 만든다. 나아가 데면데면한 기성 미술시장과 영향을 주고 받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다. 모두 NFT 아트 시장엔 존재하지 않는, 그래서 그 생태계를 매우 취약하게 만드는 지점들이다.

이런 예술 매체가 존속 가능한지 의문이 따른다. 그런데 이 매체는 동시에 ‘NFT 프로덕션’이기도 하다. 회사는 한겨레 자회사로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코데코)를 운영하는 22세기미디어가 주요사업 방향을 NFT로 잡으며 관련 사업을 주도적으로 담당할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다. 여기 오랜 연이 있었고 만화가, 미학 전공자면서 블록체인 이해도가 높은 김 편집장이 참여한 경우다. 현재 객원기자를 포함해 3명의 인력 뿐인 디지털리유어스에 코데코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도 하고, 사업 전반을 함께 논의하며 인큐베이팅도 진행한다.


‘프로덕션’으로서 디지털리유어스는 NFT화가 가능한 상품을 기획하고, 아티스트 등과 협업해 상품개발·기술지원·마케팅을 진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해당 상품을 플랫폼에서 판매 후 수익을 나눠 갖는 비즈니스모델이다. 22세기미디어는 지난 5월 이세돌 전 프로바둑기사가 인공지능 알파고에 승리한 대국 영상,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 백 78수 기보 등을 NFT로 제작해 2억5000만원에 판매하며 화제가 됐는데, 기본적으로 이 방식으로 운영된다.


5일 유신재 디지털리유어스 대표(겸 22세기미디어 대표)는 “창간 초기 이세돌 9단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바둑 관련 프로젝트를 고민한다는 얘기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성사가 안 된 일이 있었다. 올초 NFT로 뭘 팔까 고민하던 차 그게 기억났다”며 “바둑 기보는 지적재산권을 인정받지 못하는데 ‘잘됐다’ 싶어 만남을 제안했고, 이해도가 높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음날 곧장 답이 왔고, 딱 한 달만에 경매가 끝났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가능성을 가장 먼저 실험하고 개척한 영역에서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세돌’ 다음으로도 실험은 계속되는 중이다. 디지털리유어스는 이후 연재 10년만에 완결이 된 네이버웹툰 ‘닥터프로스트’의 명장면, 캐릭터 일러스트 등을 이종범 작가와 협업해 NFT로 발행, 현재 판매 중이다. NFT화 영역을 웹툰으로 확장해 봤고, 팬이 존재하는 콘텐츠를 NFT로 만들었을 때 효과는 어떤지 “다양한 용례를 많이 테스트해보고 있다.” 연말과 내년 초 이 작가의 새 NFT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올해 창간 3년을 맞은 코데코의 성과에서 보듯 성장세는 분명하다. 암호화폐만 있고 담론이 없다며 출범한 코데코는 3명이던 기자가 최근 8명까지 늘었다. 네이버 프리미엄 구독자수는 2~3위권이고, 가상자산업권법 발의 과정에 주요하게 참여키도 했다. 최첨단 기술 영역과 맞물려 다시 나온 미디어기업의 시도는 어떤 미래를 맞을까. NFT 아트 담론을 만드는 매체이자 NFT 프로덕션이란 독특한 성격이 공존하는 디지털리유어스의 시도는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유 대표와 김 편집장은 “22세기미디어는 안정 궤도에 들었지만 디지털리유어스는 정말 초기 단계라 포텐셜이 무궁무진하다는 말씀 정도를 드리겠다. IP에 대한 액세스를 좋게 평가받아 많은 연락이 온다. 계속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올해와 내년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발견하는 게 과제다. 당분간 제일 듣기 좋은 말은 ‘자유자재로 별 신기한 걸 다 NFT로 내는구나’ 일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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