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연속' KBS 사장 선임 과정, 남은 과제는

[KBS 차기 사장에 김의철 내정]
정당성 논란 해결 등 후폭풍 거세
현 경영진 체제 일원인 김 후보자
일각 "변화 기대 낮은 편"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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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달 23일 열린 비전 발표회에서 자신의 주요 공약과 비전을 설명하고 시민참여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 제공

김의철 KBS 비즈니스 사장이 차기 KBS 사장에 내정됐다. KBS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김의철 후보에 대한 면접 심사와 평가를 시행한 뒤 김 후보를 25대 KBS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남은 건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의 임명 절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빠르면 이달 하순쯤 김 후보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KBS 사장 선임 과정은 그야말로 ‘의외’의 연속이었다. 취재하며 만난 복수의 KBS 구성원들은 “김의철 후보가 사장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사장 공모를 앞두고 KBS 안팎에서는 임병걸 현 부사장과 김종명 현 보도본부장, 엄경철 부산방송총국장의 3파전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김종명 본부장이 1차 심사에서 탈락하고 엄경철 총국장까지 2차에서 탈락하는 등 ‘이변’이 이어졌다.


결정적인 건 시민평가를 하루 앞두고 일어난 후보들의 사퇴 파동이었다. 지난달 22일 임병걸 후보와 서재석 후보가 연이어 사퇴하면서 김의철 후보는 다음날 열린 비전 발표회와 27일 최종 면접에서 홀로 평가를 받았다. 사장 후보 3명이 그대로 남았다면 시민평가 점수와 KBS 이사들의 표 분산 등을 고려했을 때 최종 후보자를 예상하기 쉽지 않았겠지만, 경쟁 후보들의 사퇴로 김의철 후보자의 내정이 일찌감치 확정된 탓에 싱거운 결말이 된 셈이다.


하지만 후폭풍은 작지 않다. 두 후보의 사퇴 이유와 시점이 석연치 않았기에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을 두고 정당성 논란이 불거졌고, 이는 김 후보자의 자격 시비로도 이어졌다.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KBS 사장 후보 재공모를 요구했다. 앞서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이 제기한 KBS 사장 선임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재공모 요구는 근거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를 정치 쟁점화하며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주장하는 야당의 시도는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억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최종 면접에서 그는 “사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어 정말 당혹스럽다”며 “누구보다 공정한 경쟁과 평가에 따른 이사회의 임명제청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두 후보의 사퇴 결정이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비교 평가가 불가능해진 단일 후보 사태는 사장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게 만들었다. 김 후보자가 단일 후보가 된 이후 사장 선임에 관한 KBS 안팎의 관심은 빠르게 식었는데, 이는 KBS 기자협회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23~26일 KBS 기자협회와 전국기자협회가 전국 회원 771명을 대상으로 김 후보자의 저널리즘 정책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 참여한 기자는 125명으로 16.2%에 그쳤다. KBS 기협과 전국기협은 낮은 참여율에 대해 “단일 후보로 정리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박경호 KBS 기자협회장은 “김의철 후보자 단수로 진행된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은 일단 관심과 기대를 모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면서 “이사회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반성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전직 보도본부장으로 현 경영진 체제의 일원이었다는 점에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낮은 편이라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기자협회 설문조사에서 김 후보자의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은 5점 만점에 3.14점을 받은 반면, 공약의 구체성, 지속 가능성, 실현 가능성 등은 모두 2점대 후반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최종 면접에서도 다수의 이사는 김 후보자에게 구체적인 대안과 실행계획을 집요하게 물었다. 어느 때보다 KBS를 향한 변화와 혁신의 요구가 높은 만큼, 인사청문회와 취임 전까지 ‘양승동 체제의 연장(延長)’이 아닌 뚜렷한 변화의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김의철 최종 후보자는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개인적 흠결 없음을 입증하는 수준을 넘어, 2021년 한국에서 공영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명료하게 설득함으로써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면서 “인사청문회의 성격을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이는 것, 김의철 후보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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