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KBS사장 후보 "BTS가 팬 대하듯, 시청자를 진심으로"

'시민이 묻고 사장 후보가 답하다' 비전 발표회 개최…27일 최종 면접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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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KBS 사장 후보자가 23일 비전 발표회에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자신의 주요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KBS 사장 후보 3명 중 2명이 시민을 대상으로 한 비전 발표회를 앞두고 돌연 사퇴한 가운데, 단독 후보로 남은 김의철 KBS 비즈니스 사장이 23일 홀로 시민 검증대 앞에 섰다. 당초 이날 비전 발표회에서 후보 3인의 정책을 비교 평가한 뒤 시민참여단이 매긴 점수 40%와 27일 이사회 최종 면접 점수 60%를 합산해 사장 후보자 1인을 선정하기로 했던 만큼 비교 대상이 없어진 단독 후보 상황에선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남영진 KBS 이사장은 “게임에 앞서서 룰을 바꿀 수 없는 법”이라며 기존 방식 고수 방침을 밝혔다.

남 이사장은 이날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열린 비전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통해 “(후보자들의) 사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민이자 시청자인 시민참여단 여러분 앞에 서는 게 너무 부담됐던 모양”이라며 “이사회는 어제(22일) 긴급 임시 이사회를 열어 대국민 약속인 만큼 비전 발표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의철 후보자를 향해 “꿋꿋하게 버텨준 거에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비전 발표회는 화상회의 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두 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약 7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세션별로 후보자의 비전 발표를 10분간 듣고, 20개 조로 나뉜 204명의 시민참여단이 분임 토의를 진행한 뒤 질의응답을 하고 최종 평가를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최종 평가는 △공영방송 사장 비전으로서 철학 △방송 공공성과 독립성, 신뢰성 강화방안 △KBS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갈 경영능력과 리더십 △국가 기간방송 사장에 걸맞은 도덕성 등 4가지 기준에 대한 총평으로 매우 적합하지 않음(1점)부터 매우 적합(5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KBS 이사회는 오는 27일 최종 면접을 통해 시민참여단 평가 점수와 합산해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인데, 사실상 김의철 후보자에 대한 찬반 투표가 된 셈이어서 그대로 내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넷플릭스처럼 데이터 통해 시청자 마음 읽겠다”

김의철 후보는 이날 “시청자와 함께 시청자로부터 해법을 찾겠습니다”란 슬로건 아래 자신의 주요 비전을 설명했다. “BTS에겐 강력한 팬들이 있는데 BTS는 진심으로 이 팬들을 대하고 있다”며 “KBS도 시청자를 진심으로 대하겠다”고 했다.

그는 먼저 “30년 동안 KBS는 저의 가치 실현의 장이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준 정말 소중한 일터였다. 그런 KBS가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다”면서 “선배로서 마지막 남은 열정을 더해 시청자의 진정한 친구, 대한민국의 자랑 KBS를 한번 만들고 싶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장이 된다면 가장 먼저 역점을 두고 실행할 과제로 “뉴스 신뢰도를 높이고 볼만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을 꼽았다. 김 후보는 “시청자들이 KBS에 없다고 지적하는 3가지(3無)가 바로 공정성이 없다, 볼만한 게 없다, 투명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의철 KBS 사장 후보자가 23일 비전 발표회에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자신의 주요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김 후보는 ‘믿음직한 KBS’를 만들 방안으로 “부당한 외부 간섭을 배제하는 독립선언을 하고, 부당개입신고센터(가칭)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당개입신고센터가 KBS 밖에 널리 알려지는 것 자체가 KBS의 독립성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 생각한다. KBS에 이런 기구가 생겨서 혹시 뉴스나 프로그램에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간섭하거나 개입해서 신고당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당장 전화 한 번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볼만한 프로그램을 만들 방안으로는 시청자와 데이터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글로벌 대히트작인 ‘오징어게임’의 성공에서 제가 주목하는 대부분은 따로 있다”며 “넷플릭스는 2억1000만명의 데이터를 갖고 시청시간과 디바이스 등 모든 것들을 데이터화 해서 프로그램 제작 여부를 결정하는데, 성공 비결이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KBS는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고 제작하는 관행이 분명 있다”면서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서 제작하는 것과 시청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선호도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경쟁력과 화제성에서 차이가 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KBS는 앞으로 시청자의 생각과 마음을 읽겠다”고 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건 뭐고 어떤 요구와 기대를 하고 있고 싫어하는 건 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겠다. 시청자 마음이라는 데이터를 통해서 효율적으로 인력과 예산을 선택과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반드시 뿌리 뽑고 싶은 관행이자 문제로는 조직 내 갈등을 꼽았다. 김 후보는 “KBS 내 여러 조직문화 문제가 있다. 직종 간 갈등이 심하고 벽도 높다. 그래서 서로 견제하면서 힘을 합쳐서 해야 할 일도 못 하는 측면이 있다”며 “조직문화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조직 내 갈등 중에서도 노조 간 갈등을 가장 큰 이슈로 꼽고 사내 화합을 모색하겠다면서 “취임하면 각 노조와 직접 정례적으로 대화를 해나가겠다. 인사와 관련해서 이 노조는 되고 저 노조는 안 되고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겠다. 오직 과거의 성과와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참여단 “고액 연봉자는?” “개혁이 가능하겠냐” 날선 질문도

이날 질의응답은 세션별로 50분씩 진행됐는데, 시민참여단은 10개의 질문씩 총 20개의 질문을 후보자에게 했고, 전문가 패널도 사전에 취합한 KBS 구성원들의 질문을 포함해 6개씩 총 12개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앞서 지난 18~20일 KBS 구성원을 무작위 추출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121명의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 패널로는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와 최세경 중소기업벤처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시민참여단은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계획 △조직문화 혁신 방안 △민영방송사와의 차별화 방안 등 다양한 질문을 했는데, KBS를 향한 날선 비판이 담긴 질문도 있었다. 한 시민은 “KBS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이렇게 망가질 때까지 책임과 역할 다했냐”고 물었고, KBS 구성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억대 연봉자와 KBS 경쟁력 저하 문제를 꼬집으며 “본인이 자격이 되고 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시민 대표도 있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비전 발표회. 화면 갈무리.

KBS 구성원들은 사전 취합된 질문을 통해 1) 사내 화합과 공정한 인사 2) 변화무쌍한 방송환경 변화에서 KBS만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 경쟁력 3)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도 확보 및 정치적 독립 보장 방안 4) 수신료 인상을 비롯한 재정 확보 방안 등을 우선순위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는 “솔직히 KBS 사장 임기 3년 동안 혁신을 완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 “KBS 비즈니스 사장으로 일하면서 당장 성과보다 미래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의사결정을 해왔다. 10년 뒤 KBS가 최고의 공영방송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농부의 심정으로 씨앗을 뿌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든 순서와 평가절차까지 끝난 뒤 시민참여단은 대체로 뜻깊고 좋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부산의 한 시민은 “시민과 함께 하는 토론의 장을 통해 후보자가 솔직하고 진솔한 답을 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오늘 해준 말씀을 잊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고 건전한 공영방송 KBS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다른 시민도 “여태껏 아무 정보 없이 누가 사장에 선임됐다는 짤막한 뉴스로 접하다가 이렇게 참여해서 후보자의 생각과 앞으로의 경영 방향, 의지를 볼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오늘 발표에서 KBS의 문제를 인정하고 시청자와 소통하려는 모습을 좋게 봤다”면서도 “넓은 포부에 비해 뒷받침할 제도 등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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