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편집규약 만들어 '편집국 내 분쟁' 조율하도록 신문사 지원해야"

[국회 언론특위에 바란다] ③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2019년 11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문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이 하나뿐일 때는, 관리자의 의지에 따라서 바라볼 지점이 정해졌다. 그러나 온통 창문으로 둘러싸인 건축물에서는 관리자보다 관찰자의 시점이 중요하다. 매체 환경은 관리자의 의지가 아니라 관찰자 시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오직 몰락한 왕조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만이 여전히 하나뿐인 창문을 바라본다.


신문법은 취재와 기사작성, 편집, 발행과정을 모두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보장한다. 또한 그 과정은 객관적이어야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신문법 제4조는 신문이 독자(수용자)를 위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제작자들의 자유 실천 의지에 맡기고 있다. 신문업계에서는 이를 발행인과 편집인의 자유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신문에 게재되는 내용을 취재하여 기사로 작성하는 것은 일선기자들이며, 그들에게는 정확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은 이러한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


그러나 신문법 제5조는 현재 편집위원회 설치를 선택사항으로 두고 있다. 그 결과 ABC 부수 공사처럼 제도가 오용되어도 비판하는 기사 한 줄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의 구조는 자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용인하지 않는다. 기자가 문제 현실에 대해 인식하더라도, 편집인이나 발행인이 기사작성에 개입해도 저항할 수 없다. 그래서 현행 규정은 취재·제작 및 편집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편집위원회 설치와 편집규약 제정을 의무화해야 한다. 편집위원회 설치는 신문 보도가 객관적이고 공정한지를 판단하는 최소 기준으로 잃어버린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지금처럼 편집인과 사주가 편집에 대한 전권 행사를 편집권으로 본다면, 독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좋은 사례가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2004년 제정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라서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을 준수하는 지역신문에 대해서 우선 지원을 해 왔다. 이렇게 엄격한 지원기준에 따라 선정된 지역신문은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권위있는 신문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은 편집과정에서 발행하는 분쟁을 조율하는 자율적인 조정기구이다. 취재기자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취재한 내용에 대해 부당하게 제3자가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간섭을 하거나, 자신이 취재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기사를 내라고 할 때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다. 흔히 말하는 한국 신문의 고질적 문제라고 부르는 ‘허위정보’와 ‘편향보도’ 양산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최근 불거진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한 중과실에 대한 5배 손해배상 제도 도입과 같이 타율적인 제재를 막기 위해서라도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 제정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또한, 독자위원회와 고충처리인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도 독자위원회와 고충처리인 제도는 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사에서 형식적으로만 운영된다. 독자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독자위원회 구성과 회의결과에 대해서는 공개해야 한다. 고충처리인은 제도 취지에 맞게 외부에 있는 제3자를 위촉하여 분쟁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문협회와 기자협회 차원에서 통합형 고충처리인(일명 옴부즈맨)을 신설하여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법에 자율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이러한 기구에서 분쟁 조정이 성립될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등 다른 기관의 규제를 면책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광고와 신문산업 육성 및 지원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서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광고법은 집행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고, 모두 집행기관에 위임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기관장의 의지에 따라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집행될 수도 있지만, 임의적이고 편향적으로 집행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광고 집행을 위해서는 행정기관은 광고 집행 규정을, 지역행정기관은 조례를 통해서 그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덧붙여 지역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지역신문발전에 대한 특별법을 독자법률이나 신문법 일부로 일반법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준은 명확해야 하고, 집행결과에 대한 사후감독은 철저해야 한다. 공적자금은 혈세이지 용돈이 아니다.


건강한 언론생태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정치의 영향력이 최소화되고, 자율적인 실천이 내재화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을 권리라고 생각하는 신문업계의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세상을 보는 창문은 사방으로 뚫려있다.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잊히거나 쓸모없어진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