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무늬만 에너지밸리… 생산지 세탁 의혹

[제371회 이달의 기자상] 최혜진 KBS광주 기획탐사팀 기자 /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최혜진 KBS광주 기자

에너지밸리,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표방하며 붙인 이름입니다. 배밭에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한국전력공사라는 국내 최대 전력공기업이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광주와 전남 지역민들, 특히 청년들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한전과 전라남도는 에너지 관련 기업 500개 유치에 성공했다며 에너지밸리가 성공적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이었습니다. 에너지밸리인 나주 혁신도시의 전력 기자재 업체 상당수가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생산지를 속여 납품했고, 고용 인원마저 속이고 있었습니다. 불법이 관행이 되어버린 에너지밸리, 단속에 나서지 않는 한전과 지자체, 이대로는 에너지밸리의 미래를 꿈꿀 수 없었습니다.


각종 의혹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잠복 취재를 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해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업계의 호소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격려해준 여러 취재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현장 포착과 보도가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한전과 중기부 단속, 지자체가 참여하는 활성화 대책 마련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일부 업체의 직접생산 위반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한전도, 중기부도, 지자체도, 업계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관리 감독과 제도개선이 없다면 불법은 또 싹틀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금의 위기와 시련을 이겨내고 업체들의 자정노력을 더해 에너지밸리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의 대표 산업단지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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