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현업단체, 언론중재법 독소 조항 조목조목 비판

민주당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스스로 철회하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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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 정보를 보도한 언론사에 손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지난 27일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사진은 지난  6월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회의 장면.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들이 독소 조항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 4단체는 29일 공동 성명을 내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민주당 스스로 철회하고 모든 원내 정당, 언론 현업단체, 학계 및 노동계가 참여하는 공론장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언론 현업 4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헌적 대목들이 넘쳐난다”면서 크게 3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포함된 ‘기사열람 차단청구권’(17조의2)에 대해 “언론 입막음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조항은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인터넷신문과 포털에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언론 현업4단체는 “포털이나 언론사는 지금도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 청구를 받으면 해당 기사에 청구 사실을 표시한다”며 “기존 청구 표시는 해당 보도에 대한 이견이 존재함을 알리는 반면, 열람차단 청구 표시는 기사 자체가 거짓이라는 낙인과 같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혐오와 차별로 점철된 기사에 피해자가 신속한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는 있으나 정치인의 무책임한 발언이나 대기업의 불법노동행위에 대한 기사에도 열람차단이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 비리 연속 보도가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

민주당이 통과시킨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30조의2)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재산상 손해나 인격권 침해를 입은 사람은 손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무엇을 의미하냐는 문제가 남는데, 개정안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제목을 왜곡한 경우, 사진·삽화·영상 등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이 달라 왜곡하는 경우에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고의·중과실의 추정’(30조의3) 조항에 대해 언론 현업 4단체는 “고의와 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조항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원고의 입증 책임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보도 소송은 원고(피해자)가 피해 및 불법성을 밝혀 범죄임을 입증하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조항대로라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원고(피해자)가 아닌 피고(언론사)가 져야 할 수도 있다.

이들 단체들은 “공익성,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 등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무력화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며 “불법노동 실태를 취재하기 위한 잠입취재는 ‘법률 위반’이 되며, 공직자 비리에 대한 연속보도는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언론 현업 4단체는 그동안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 등에 대한 보도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정치인 등 권력자들이 법을 악용해 소송을 남발하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라고 제한을 뒀지만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등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조항이 시행되면 고위공직자나 대기업이 언론의 비판 보도에 대해 '보복성 허위·조작보도'라고 주장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를 남발할 수 있다.

 

“이 조항은 공인에 대한 엄격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제한 요건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언론 현업 4단체가 지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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