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해직자에게 더 큰 산이 남아있다

[컴퓨터를 켜며] 박지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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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출근 시간으로 바쁜 오전 8시30분, 서울 중구 스포츠서울 사옥과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선 매일 ‘스포츠서울 대주주 김상혁을 규탄한다’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든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지난달 17일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정리해고된 스포츠서울 해직자들이다. 같은 시간 스포츠서울 편집국 구성원들도 해직 동료를 위해 업무 시작 전 노동가를 부르고 정리해고 규탄 구호를 외치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스포츠서울 정리해고 사태가 한달을 훌쩍 넘겼다. 스포츠서울 구성원은 사측의 정리해고가 “노조 파괴, 코스닥 거래재개와 이익 실현을 위한 인원 정리가 목적”인 부당해고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김상혁 서울STV 회장은 기업회생 과정에 있던 스포츠서울을 인수했다. 김 회장은 인수 당시 구성원에게 5년 고용을 약정했지만, 인수 1년 만에 전체 직원의 20%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해고했다. 스포츠서울 노조에선 무급휴직, 월급 반납 등의 타협안까지 냈지만, 사측은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편집국장, 노조위원장, 연예부장,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등 14명을 해고했다.


지난달 2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한 해직자들은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겐 복직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지만, 복직 이후에도 스포츠서울 정상화라는 더 큰 산이 남아있다. 사측이 언론사, 특히 스포츠전문지라는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상식적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어서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현재, 도쿄 현지에 가 있는 스포츠서울 기자는 1명뿐이다. 애초 4명이 도쿄 올림픽 출장자로 등록돼 있었는데 회사는 3명을 정리해고했고, 그나마 남은 1명마저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마저도 안 보내면 스포츠전문지이길 포기한 것”이라는 편집국의 강력한 항의로 취재기자 1명이 겨우 현지로 떠날 수 있었다. 해당 기자는 당초 올림픽에 보내지 않는다는 회사의 결정에도 사비로 도쿄 현지 숙소를 예약하고,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등 올림픽 취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프레스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박진업 사진기자도 올림픽 취재팀 중 한명이었다. 박 기자는 “회사가 사진부장 한 명만 남긴 채 부서원 모두를 정리해고한 후 사진부를 없애버려 복직 판정이 되더라도 원래 하던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있는 한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해고 여파로 스포츠서울 내부는 혼란스럽다. 지난 13일 스포츠서울지부 노보에 따르면 편집국 기자 대부분을 정리해고한 이후 스포츠서울 기사 수와 유의미한 PV가 줄어들었다. 온라인 편집기자를 모두 정리해고해 사측은 영상 기자들에게 급하게 온라인편집을 맡겼고, 영상 기자들의 원부서 복귀 이후엔 온라인편집 인수인계를 경영기획실의 인사 담당, 행정 직원, 전산 담당 직원들이 받게 했다. 결국 “더 이상 회사에 희망이 없다”며 편집부, 연예부, 닷컴부, 경영지원부 구성원의 퇴사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언론 환경에서 경영진들의 똑똑한 미디어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회생 중인 스포츠서울을 헐값에 인수했으면서, 투자는커녕 인원만 정리해 비용만 급급히 줄이려는 대주주의 의도가 엿보인다. 해직자들이 복직되더라도, 경영진들의 무책임한 경영 기조가 계속된다면 스포츠서울 정상화가 어렵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스포츠서울 사태를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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