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기업 가는 언론인, 직업의 자유인가 권언유착인가

관련 윤리규정 있는 언론사들
대체로 '퇴사 6개월 후' 시한 정해

일각 "캠프 가는 건 일종의 '도전'…
살아있는 권력에 가는 것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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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 이직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 기자들에 물은 결과 ‘있다’고 답한 비율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한국의 언론인’에 따르면 이 중 73.7%가 타 언론사로의 이직이 아닌 전직을 희망했다. 이들은 원하는 직종으로 ‘대학이나 연구직’에 이어 ‘정부 및 공공기관(18.1%)’을 꼽았고 ‘일반 기업(11.9%)’과 ‘정치계(3.1%)’ 등에도 뜻이 있음을 드러냈다.


실제 기자들의 전직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대선이 다가오며 현직 언론인들이 대선 후보의 캠프로 들어가는 사례가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다. 자리를 내려놓긴 했지만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으로 직행했고,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과 박정재 새전북신문 부사장 등 언론사 임원들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캠프인 ‘신복지전북포럼’에서 각각 상임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으며 우려를 낳았다.

 


최근만의 일도 아니다.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과 관련한 기사를 쓰다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곳으로 직을 옮기는 기자들은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았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로 직행한 언론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역대 정권마다 존재했다. 이번 정권 들어서만 여현호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와 강민석 전 중앙일보 부국장,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 등이 국정홍보비서관, 대변인, 국민소통수석 등의 자리로 직행해 후배 기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다만 시기에 따라, 또 인물의 특수성에 따라 이를 권언유착으로 볼지, 직업 선택의 자유로 볼지는 다르게 판단돼왔다. 전직의 사례가 다양해지며 기자들 사이에서 무엇을 비판적으로 봐야 할지 의견도 분분하다. 최근엔 언론계 위상이 하락하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더욱 중시하는 풍조도 나타나고 있다. 본보는 여러 갈래들로 언론인의 전직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살펴봤다.

보장된 자리의 유무로 판단할 수 있다?

청와대나 정부기관 또는 기업 등 보장된 자리로 가는 언론인과 아직 당선이 확실치 않은 선거 후보자 캠프로 가는 언론인은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전자의 경우 확실한 이득을 취한 셈이지만 후자는 실패 가능성이 있는 도전이라는 이유에서다.


2019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직 언론인들의 청와대 직행을 질문했던 박지환 CBS 기자는 “대선 전 각 후보들 캠프에 기자들이 가는 건 개인적으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생각하면 배척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긴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살아 있는 권력, 예를 들어 청와대가 기자들을 대변인이나 소통수석 등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언론 윤리로 강제해 숙려기간을 두고 공정성을 해치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도 “캠프 행은 분리해서 봐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반면 당선 가능성은 고려 요소일 뿐, 핵심적 판단 기준은 아니라고 봤다. 김 정책위원장은 “언론인들의 전직 사례마다 비판의 수준과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당선 가능성을 놓고 본다면 사례별로 한도 끝도 없이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공적으로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기사를 썼는지를 봐야지 당선 가능성을 기준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정치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주영 YTN 기자도 “캠프로 가는 것이나 정부기관 등으로 가는 건 개인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해충돌의 관점에서 어느 기간 만에 직을 옮겼는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6개월? 1년? 충분한 유예기간은?

그렇다면 직을 옮기는 데는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이 적당할까? 윤리강령에 관련 규정이 있는 언론사들에선 대체로 이 시한을 6개월로 정하고 있다. KBS는 윤리강령에서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했고, 조선일보도 윤리규범을 통해 ‘정치·사회 관련 취재 기자와 부서장은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다만 이는 최소한의 시간을 의미할 뿐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충분한 유예기간을 거친 뒤 가는 것에 대해선 비판하긴 어렵다”면서도 “아무리 유예기간을 거쳤다 하더라도 현역 시절 특정 정치·경제 권력에 편향적인 기사를 쓰거나, 본인 스스로 권언유착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사람이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면 기자의 양심과 윤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 기자가 몸담았던 언론사와 보도들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도 “적당한 냉각기가 어느 정도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명백히 폴리널리스트라고 규정할 수 있는 사안에까지 기간을 적용해 ‘6개월이니 충분하다’는 논리로는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제인 것과 본인의 전직을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로 삼는 건 다른 문제”라고 했다.

직급별로 판단이 다를 수 있을까?

일각에선 편집·보도국장, 정치부장 등 데스크급 이상의 언론인과 상대적으로 젊은 기자들의 전직은 다르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뉴스룸 내에서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직급의 경우 전직 시 언론사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어서다. 반면 별도의 직급이 없는 젊은 기자들은 옮기기 전 자신의 기사 외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옮긴 후에도 직위가 낮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언론사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이 정치 쪽으로 진출하면 언론사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객관성이 침해를 받을 수 있다”며 “반면 일반 기자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에 의해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자기가 출입하던 곳에서 곧바로 옮기는 건 곤란하고 시차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환 기자는 “편집국장이나 정치부장은 옮기기 전에도 후배기자들에 영향력을 미치고 옮긴 후에도 그럴 개연성이 많기 때문에 국·부장을 달고 나서 정치권 등으로 투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어디까지나 평기자와 분리해 더 안 좋다는 것”이라며 “교과서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기자가 아무리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취재했던 곳으로 간다는 것은 그 전에 써왔던 기사의 저널리즘을 무너뜨리고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걸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독자와 시청자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2019년 ‘신문과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적으로 직업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긴 해도, 직업 선택의 자유로 접근해서는 문제가 개선되기 어렵다.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시민의 인식은 개별적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한두 명의 문제적 기자가 전체 언론인을 손가락질하게 만들고, 한두 건의 문제적 기사가 전체 언론을 비난하게 만든다. (중략) 언론인으로서의 자리가 어디이며, 언론인으로서의 자기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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