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열은커녕 데스킹도 없는 인터넷 기사들… 언론 신뢰 하락과 무관할까"

[인터뷰] 칼럼 '바른말 광' 900회 연재한 이진원 부산일보 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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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건립 추진 TF단’은 어법에 맞지 않다. “뭔가 우뚝 솟게 해야” ‘건립’이므로 공항인 경우 ‘건설 추진 TF단’이 정확하다. <[단독]추미애 장관, 첫째 딸 운영 식당서 정치자금 수백만원 썼다> 기사 제목도 마찬가지다. 본문에 “250여만원”이란 금액을 적었는데 ‘수백’은 “백의 여러 배”, ‘여러’는 “한둘이 아니고 많은”을 뜻하기에 300만원 이상일 때 써야한다.

 

이진원<사진> 부산일보 교열부장은 칼럼 ‘바른말 광’으로 이런 지적을 해왔다. 2003년 4월8일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약 18년을 했더니 지난달 31일 연재 900회가 됐다. 어문칼럼 또는 기명칼럼으로 매우 드문 일이다. 그는 “100회 정도면 글감이 다 떨어져 고정란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 쓰게 됐다. 뒤집어 보면, 우리 말글이 그만큼 비틀렸고 잘못 쓰인다는 얘기여서 뒷맛이 좀 씁쓸하다”고 했다.


올해로 34년차 기자는 경력 대부분을 교열 업무로 채웠다. 1988년 진주와 마산에 있던 경일신문과 동남일보에서 일을 시작할 때도, 1991년 부산일보로 이직 후에도 그는 거의 교열기자였다. 11년째 데스크, 여전히 대장을 보며 “눈에 불을 켜고” 교열을 한다. “번쩍거리는 상품에 나 있는 조그만 흠집 하나가 그 상품을 중고품가게로 보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탈자 하나가 애써 쓴 기사를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칼럼을 쓰면서 이 부장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 교열기자가 ‘이런 것도 써 달라’ ‘내용이 틀린 것 아니냐’는 독자 연락을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연재물을 모아 낸 책 3권은 그의 이야기가 세상으로 나간 또 다른 사례다. 특히 칼럼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의 오류를 여러 번 바로잡은 게 “큰 보람”이다. 그런 그이기에 “교열은커녕 데스킹도 안하고 인터넷에 바로 뿌리는 기사가 많은” 현실은 더 안타깝다. 이게 “언론 신뢰 하락과 무관할까” 그는 묻는다.


여러모로 ‘바른말 광’은 그와 닮았다. 바른말의 ‘곳간’이고, 바른말에 미친(狂) 듯이 매달리며, 바른말을 빛내려(光)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교열기자로서 평생은 “후회없었다.” 다만 “언론사에 어문교열기자가 충분히 채용됐으면 하는” 바람은 남는다. 기자들에게 하고픈 당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한자말을 줄여라” “관용표기를 의심하라” 등을 언급했다. 참고로 ‘접수’는 받는 것이라 ‘원서를 접수했다’는 틀린 표현이다. ‘원서를 냈다’면 충분하다. ‘대첩’은 ‘큰 싸움’이 아니라 ‘큰 승리’다. 그래서 ‘솔로대첩’은 엉터리 말이다. 그동안 뭘 얼마나 어떻게 틀렸을지 나부터 식은땀이 난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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