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지금 취재만 해도 위험… 그러나 매일 최선을 다한다"

[기고] 미얀마 기자 "우리를 지지하는 한국 친구들에게 깊은 감사"

미얀마 기자와의 연락은 위태로웠다. 대부분의 메일은 밤 10시를 넘어서야 ‘읽었다’는 알림이 떴고, 답장은 새벽 3시 즈음에 왔다. 기고를 보내기로 약속한 지난 18일에는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날 미얀마 인부들이 케이블을 자르고 있다며, 공공장소에서 대부분의 와이파이 접속이 끊겼다고 했다. 24일에서야 다시 연락이 된 기자는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다”며 “취재진에 대한 위협 역시 날로 커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고문과 대통령 윈민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을 체포 및 구금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군부의 위성정당이 참패하자 선거부정이 있었다며 일으킨 쿠데타였다. 군부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며 2020년 총선 결과를 무효화했다. 쿠데타 당일부터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한 미얀마 시민들을 향해선 무차별 발포, 체포, 폭력을 일삼았다.


그러나 반 쿠데타의 열기는 미얀마 전역에서 더욱 타오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도 미얀마 군부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미얀마 기자는 기고문을 전해오며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를 지지하고, 우리와 함께 서 있는 한국의 친구들에게 가슴 속 깊이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기고문 전문.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후 미얀마 시민들은 전국적으로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의 무자비한 유혈 진압으로 지금까지 사망자 수가 500명을 넘어섰다고 30일 현지 감시단체가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군부 쿠데타 반대 촛불집회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군중 앞에서 주먹을 들고 있는 모습. /뉴시스

폭력적인 진압, 체포, 살해. 미얀마 시민들이 쿠데타에 집단적으로 저항하자 군부가 시위자들에 저지른 비인간적 행위들이다. 군부는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대신 민간인을 사살하고 상점과 주택을 파괴·약탈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 행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3월24일 기준, 군부는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최소 270명을 살해하고 2900명 이상을 체포했다.


특히 군부는 폭력과 체포, 소송을 무기로 삼아 민간인에 대한 만행을 기록하고 폭로하는 미얀마 독립 언론과 언론인들을 압박하고 있다. 언론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전 세계에 폭로하면서 군부는 지난달 말부터 언론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2월24일엔 군부가 미얀마의 수도인 네피도와 핀마나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그들을 체포하려 해 기자들이 도망치는 일이 벌어졌다. 며칠 후엔 미얀마 친 주에 언론사를 두고 있는 사장 2명이 군인과 경찰에 심하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그들은 지역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를 생중계한 죄로 하룻밤 구금됐다.

미얀마 공공장소 대부분 와이파이 끊겨

3월1일엔 미얀마 방송사 DVB의 한 기자가 타닌타리 구 메르귀에 있는 그의 집에서 군부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 경찰과 군인들이 집집마다 총을 쏘고 가구와 다른 소지품들을 파괴하는 장면을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메르귀에서 군부가 임신한 여성을 구타하고 그녀의 집을 약탈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군부는 현재까지 언론인 40여명을 체포하고, 쿠데타 반대 시위를 보도한 언론사를 습격하는 한편 재산을 몰수했다. 미지마, DVB, 미얀마나우, 7데이뉴스, 키트티트미디어 등 5개 매체는 강제로 면허를 취소했다. 구금된 언론인 가운데 일부는 나중에 석방됐지만 현재까지 20여명이 구금돼 있으며 이 가운데 9명은 형법 505조 a항에 따라 기소된 상태다. 형법 505조 a항은 국민 사이에 공포를 유발하거나 고의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 또는 공무원에 대한 형사상 범죄를 직간접적으로 선동하는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군부의 개정에 따라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3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군부는 이 조항에 따라 언론인 개인이 아닌 매체 이라와디를 고소해 정권에 의해 기소된 최초의 언론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취재진 위협 나날이 커져... ‘반 쿠데타’ 열기 확산

언론에 대한 공격과 체포, 협박이 증가하면서 미얀마 언론인들은 더 이상 거리 시위를 공개적으로 취재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독립 언론인들이 어쩔 수 없이 잠적했고 은신처에서 일을 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현장에서 취재하다 체포된 기자만 5명이기에, 만약 언론인 신분으로 모습을 드러낼 경우 바로 체포될 것이라는 걸 알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언론 탄압 속에 모든 독립신문들도 발행을 중단했다. 언론사들은 습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기한 폐쇄를 결정했으며 독립 뉴스 채널들은 방송이 금지됐다. 기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정보 흐름 또한 제한되자 시민들은 SNS를 이용해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고 군부의 폭력과 체포, 살해 장면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했다. 그러나 군부는 인터넷 서비스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접속 차단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기자들은 현재 은신처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원과 접촉하며, 몰래 시위 현장에 나가 취재를 하고 있다. 진실을 보도하는, 단순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만으로 위험에 처해질 것을 알고 있지만 군부와 군사 독재에 대한 미얀마 시민들의 항의 시위를 기록하기 위해, 또 현장의 증인이 되기 위해 미얀마 기자들은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관련기사 2면


미얀마 에이 케이 쪼 기자 (필명)
번역: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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