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 답변", "사안 회피" 엇갈린 평가... 날 선 질문 부족 아쉬워

[2021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참석한 청와대 출입기자들 기대·실망 교차

문 대통령, 직접 사회자로 나서
질문자 지목하고 질의 이끌었지만

초반 20여분 코로나 이슈에 할애
정치·사회·외교 질문 등 뒷순 밀려
회견 전반적으로 맥 빠졌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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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이긴 했지만 솔직하고 단호했다.” “두루뭉술하게 사안을 회피하려는 회견으로 보였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참여한 기자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대통령의 입장을 두고도 누구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고 호평했고 누구는 “핵심을 비껴갔다”고 지적했다. 기자들 간 입장 차, 또 기대감에 따라 생각이 달랐겠으나 집권 5년차 기자회견으로선 아쉽다는 평가는 공통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1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사상 최초로 온·오프라인 화상 연결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번호판을 든 기자들을 지목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1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사상 최초로 온·오프라인 화상 연결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번호판을 든 기자들을 지목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1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사상 최초로 온·오프라인 화상 연결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전에 청와대 출입기자들 간 협의를 통해 현장에 배석할 기자 20명과 화상으로 연결할 기자 100명이 정해졌으며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못한 기자들은 채팅방을 통해 대통령에게 질문을 전달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인 A 기자는 “전체 출입기자가 약 300명 정도 되는데 이 중 대통령 근접 취재를 할 수 있는 ‘풀(Pool)기자단’ 소속 기자와 풀기자단에 소속돼 있지 않은 기자, 외신기자 수에 비례해 현장 참여 인원과 화상 연결 인원을 할당했다”며 “이 비율 안에서 추첨을 통해 참여할 기자를 선발했다. 첫 온·오프라인 기자회견인 만큼 리허설도 네 차례에 걸쳐 진행했는데, 접속 환경 제한 때문에 많은 기자들이 빠져 오히려 나중엔 참여 인원을 채우느라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예년과 같이 ‘각본 없는 기자회견’으로 진행됐다. 질문자와 질문 내용에 대한 사전 조율을 배제하고 문 대통령이 사회자로 나서 직접 질문자를 지목하고 질의응답을 이끌었다. 2시간가량 진행된 회견에선 전직 대통령의 사면 외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교육 양극화 및 백신 접종, 법무부-검찰 간 갈등과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한 질의들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답변했으나 답변 내용에 대한 기자들 간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청와대에 출입하고 있는 B 기자는 “내년에 대선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해인데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해의 비전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며 “그동안 못 했던 것과 잘 했던 것들을 대차대조표로 그려, 그렇다면 올해는 이걸 꼭 하겠다고 힘주어 얘기했어야 했는데 그런 분위기 조성에 실패한 것 같다. 전직 대통령 사면 같은 과거 문제가 나오는 통에 국정 우선순위나 미래 희망이 아닌 과거에 발목 잡힌 형국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출입 C 기자는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답변했다 생각한다. 정치 영역은 준비를 많이 하셨는지 평소 철학을 잘 엿볼 수 있었다”며 “오히려 답변보단 날 선 질문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애초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낮아서 그런 건지, 잘못 질문하면 비난이 쇄도해서 그런 건지 전반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이 좀 아쉬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회견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됐던 것은 청와대가 임의로 나눈 질문 분야와 순서였다. 방역·사회, 정치·경제, 외교·안보 순으로 기자들이 질문하도록 했는데 성격이 비슷한 정치와 사회가 분리되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방역이 맨 처음에 오는 탓에 혼란이 컸다고 기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B 기자는 “이번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 코로나19는 매일 정부가 브리핑을 하는 데다 새로 나올 내용도 없었다”며 “정부가 방역 성과를 홍보하고 싶다면 기자회견 맨 뒤에 관련 질문을 따로 물어봤어도 됐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기자회견 초반 20분을 잡아먹은 상태에서 정치경제 외교안보 순으로 넘어가니 기자회견 자체가 맥이 빠져 버렸다”고 혹평했다.


청와대에 출입하고 있는 D 기자도 “제한된 시간 안에 주요 이슈들을 모두 물어봐야 하니 기자들 마음이 매우 급했다”며 “그러다 보니 분야별 경계가 흐트러지면서 질문들이 중구난방 나오고, 전체적인 맥도 계속 끊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자들은 각본 없는 기자회견이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C 기자는 “즉흥적으로 질답이 이뤄지다 보니 분야별 안배도 안 된 것 같고 기자들 간 질문 기회 역시 균등하게 돌아가지 못 한 것 같다. 비수도권 지역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거의 못 얻어 애초에 기자단 비율대로 참여 기자를 선발한 의미가 없어졌다”며 “청와대도 그렇고 기자들 역시 이 문제를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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