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언론

[언론 다시보기] 김준일 뉴스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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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뉴스톱 대표

▲김준일 뉴스톱 대표

2020년에도 수없이 많은 오보가 쏟아졌다. 주요 오보의 특징을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지난해 8월28일 <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는 제목의 기사를 초판 지면에 실었다가 삭제했다. 조선일보는 8월29일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취재경위를 밝혔다. 세브란스 관계자 등 4명과 식사자리에서 들은 얘기를 기사로 썼는데 정작 당사자는 취재하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은 오보를 낸 조선일보 기자들을 형사고소했다.


한겨레는 2019년 10월 ‘과거 윤석열 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하고도 이를 추가조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가 7개월만인 2020년 5월에 정정보도와 함께 사과를 했다. 한겨레는 신문 1~2면에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윤석열 총장은 의혹 보도 뒤 한겨레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KBS는 7월18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총선 관련 대화를 하면서 신라젠 의혹제기를 공모했다는 보도를 했다. KBS는 7월23일 보도본부 입장문을 통해 공식 사과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9월에 녹취록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보도했다며 법정 제재에 해당하는 주의를 의결했다. 한동훈 검사와 이동재 기자 측은 허위보도라며 KBS 측을 고소했다.


공통점이 있다. 취재경쟁이 치열해 마감시간에 쫓겼다는 점. 보도 대상에 대한 부정적 확증편향이 작동해 추가 취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오보 피해자 측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 등이다. 위는 그나마 쿨하게(?) 언론이 오보를 인정한 경우다. 하지만 기사가 세간의 주목을 덜 받고 피해자가 고소를 안하는 경우, 언론은 오보 인정을 안하고 설명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2011년 <한국 5개 종합일간지 오보 정정의 특성에 대한 고찰> 연구에 따르면 언론의 정정보도에서 오보 발생원인, 정정보도 게재 사유, 사과를 밝히는 비율은 10% 미만으로 조사됐다.


2020년 신뢰하는 언론인 3위(시사인)와 영향력 있는 언론인 3위(시사저널)에 오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정경심 교수의 PC 반출을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가 공동정범이어서 증거은닉교사로 처벌할 수 없지만 증거를 은닉하는 범행을 했다고 판결했다. 유시민 이사장의 명백한 오보다.


2020년 신뢰하는 언론인 2위, 영향력 있는 언론인 2위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어준 진행자는 “냄새가 난다”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활동가의 정의연 비판 기자회견에 배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012년 대선 개표과정에서 선관위의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을 한 적도 있다. 이 주장은 지난해 4·15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이어졌다. 이 역시 명백한 오보다.


오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슈피겔 등 해외 유력 언론도 종종 오보를 한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대응이다. 뉴욕타임스는 1853년의 오보를 161년 만에 정정보도해 ‘역시 뉴욕타임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오보를 안 하는 것만큼 잘못을 인정하는 것,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 그리고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전 세계 최하위인 것은 반성에 인색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올해는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언론이 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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