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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관두고 딱 1년만 글 써보려 한건데, 하하"

[기자 그 후] (26) 소설가 정진영 (전 문화일보 기자)

김달아 기자2020.12.23 15:10:31

정진영 소설가는 기자협회보와 이미 두 차례 인터뷰한 경험이 있다. 2011년 지역신문 충청투데이 재직 시절 소설 <도화촌 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헤럴드경제에 몸담았던 2015년 배우 박준면씨와 혼인신고만으로 결혼해 화제를 모았을 때다. 올 초 언론사를 떠나 이달 새 장편을 내놓은 그가 또 한 번 기자협회보와 만났다. 이번엔 “기자 출신 듣보잡 소설가”로서다.


정 작가는 등단 9년만인 올해 주목받는 소설가로 떠올랐다. 지방 소재 중견기업 안팎의 부조리를 파헤친 신작 <젠가>가 문학담당 기자들의 호평을 받으면서다. 벌써 굵직한 인터뷰 기사가 여럿 나왔다. 또 그가 2년 전 펴낸 소설 <침묵주의보>는 한창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허쉬’의 원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언론사를 배경으로 한국 조직사회의 병폐를 드러낸 작품이어서 언론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서점 매대에 다시 오른 침묵주의보는 뒤늦게 베스트셀러 딱지를 달았다.


기자 출신 정진영 작가가 최근 내놓은 신작소설 <젠가>와 2년 전 펴낸 <침묵주의보>. 침묵주의보는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허쉬’의 원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 출신 정진영 작가가 최근 내놓은 신작소설 <젠가>와 2년 전 펴낸 <침묵주의보>. 침묵주의보는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허쉬’의 원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등단하고 지금처럼 주목받아본 적이 없어요. 죽은 작가가 살아난 기분이랄까요. 사실 기자 그만두고 딱 1년만 해볼 생각이었어요. 영 아니다 싶으면 다시 일자리 구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인터뷰 기사에서 ‘기자 출신 전업 작가’로 소개되는 바람에 전업 선언을 하게 됐네요.(웃음) 이제 쪽팔려서 돌아가지도 못하게 생겼어요. 하하.”


지난 2월 그의 퇴사는 자신에게도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드라마 판권 계약금으로 산 차를 타고 출근하던 날 교통사고를 당했다. 폐차할 만큼 큰 사고를 겪고 나니 이런 생각이 스쳤다. ‘먹고사는 것도 좋지만 출퇴근하다 죽는 건 너무 억울하다.’ 사고 이튿날 부장을 찾아가 말했다. “저 나갈게요. 소설 쓸래요. 소설 쓰다 굶어죽는 게 출퇴근하다 죽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요.”


11년차 기자명함은 내려놨지만 소설로 풀어가고픈 이야기는 많았다. 2013년 터진 원전비리 사건을 모티브로 수개월간 새 소설의 설계도를 짰다. 그리고 나선 작가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문학관에 들어가 죽어라 글을 썼다. 소설이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매일 쉬지 않고, 길게는 하루 열댓 시간씩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다.


“소설은 작가가 사고실험을 하는 거예요. 머릿속에서 ‘등장인물이 이렇게 움직이겠지’ 생각하는 거죠. 감정선을 잃지 않으려면 집중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기자로 일하면서는 소설을 쓰기 어려웠습니다. 데뷔작도 언론사 입사 전에 써둔 거고, 침묵주의보도 헤럴드경제에서 문화일보로 이직하기 전 공백 기간에 집필했어요. 이번에 문학관에서 소설 쓰며 보낸 시간은 정말 힘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무래도 진짜 좋아하는 걸 해서겠죠.”


기자 출신 인기 소설가 장강명씨가 젠가의 추천사를 썼다. 두 사람은 2011년 기자협회보에 ‘언론사 문학상 수상 현직 기자’로 나란히 소개된 인연이 있다. 당시 장강명 동아일보 기자는 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장 작가는 추천사에서 “침묵주의보로 주목해야 할 사회파 소설가의 등장을 알린 정진영 작가는 이번에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정 작가는 장 작가의 ‘사회파 소설가’ 평가엔 손사래를 쳤다. “장 선배는 기자 출신 소설가로 대단한 분이고 저는 듣보잡인데, 친분 덕분에 흔쾌히 추천사를 써주셨어요. 다만 사회파는 제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다음 달 나올 새 작품 <다시, 밸런타인데이>는 살랑살랑한 연애소설이거든요. 하반기에 쓴 소설도 가족 이야기예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업 소설가가 된 그의 목표는 밥벌이 하는 작가다. 재미있고 가독성 높은, 결국 잘 팔리는 소설을 쓰면서도 스스로 정한 지향점에 다가가고 싶다.


“실제 주변에 이런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소설엔 없는 이야기를 다루려 해요. 우리사회 조직 문제를 침묵주의보에선 언론, 젠가에선 기업을 통해 드러냈고 다음은 국회를 배경으로 풀어낼 겁니다. 읽을 땐 재밌는데 재미에서 끝나지 않고 마음에 뭔가 남는,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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