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형제들

[제362회 이달의 기자상] 이대진 부산일보 디지털센터 기자 / 전문보도부문(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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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진 부산일보 기자

▲이대진 부산일보 기자

1987년 봄,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 참상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12년간 공식 사망자만 513명. 이후 33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 사회는 진상 규명을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살아서 나왔지만, 사는 게 아니었다. 부산일보는 ‘살아남은 형제들’ 영상 구술사 프로젝트를 통해 피해생존자 33인의 증언을 들었다. 힘겹게 길어 올린 기억들을 맞춰 ‘한국판 아우슈비츠’의 실체를 밝히려 했다.


반년 넘게 이어진 인터뷰는 취재진에게도 견디기 힘든 과정이었다. 총 인터뷰 분량만 60시간, 반복된 편집 과정까지 더하면 200~300시간 동안 피해자들의 ‘끔찍한 상처’를 마주해야 했다. 고비 때마다 힘이 됐던 건 독자들의 ‘댓글 응원’이다. 총 10만건 가량, 분노를 넘어 공감, 연대,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대충 하다가 말 줄 알았는데 부산일보 대단하다!’ 같은 댓글을 보고 마음을 다잡으며, 10개월간의 장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을 부랑인으로 낙인찍고 무자비하게 잡아 가둔 공권력과 박인근 일가. 그 주변에는 무관심 혹은 방조했던 어제의 우리, ‘그땐 그런 시대였다’고 치부해온 오늘의 우리가 있다. 모두 형제복지원 사건의 ‘공모자’인 셈이다. 애써 묻어둔 기억들을 떠올리며 입을 열어주신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달의 기자상’ 주인공은 취재진이 아니라 피해생존자분들이다. 부산일보는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넘어 책·다큐까지... 진상 규명과 피해 치유의 ‘다음 걸음’에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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