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
  • 구글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시민들이 바라본 자살보도 "갈 길 멀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 미디어 패널단' 모니터링 결과
2020년 사건기자 세미나서 논의

김달아 기자2020.11.20 12:50:14

"비교적 예전처럼 보도하진 않는다. 다만 소위 '제목 장사'하는 언론의 행태는 여전하며 '충격' 등의 제목을 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점은 매우 아쉽다."

"죽음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함으로써 기사가 더 많이 노출되기를 바라고 자살을 자신들의 경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느꼈다."

시민들이 지적한 언론의 자살사건 보도 행태다. 뉴스 수용자들은 필요성과 정당성, 위해성과 부당성 사이에서 자살보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와 함께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제정한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올해 '생명존중 미디어 패널단'을 모집해 자살보도를 접하는 일반 시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현직 기자들과 전문가들이 자살보도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자협회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2020 사건기자 세미나'가 지난 18~20일 제주 KAL호텔에서 열렸다. 올해 세미나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예년과 달리 1~2차로 나뉘어 진행됐고, 각각 소규모 인원이 참여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2020 사건기자 세미나'가 지난 18~20일 제주 KAL호텔에서 열렸다. 올해 세미나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예년과 달리 1~2차로 나뉘어 진행됐고, 각각 소규모 인원이 참여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2020 사건기자 세미나'가 지난 18~20일 제주 KAL호텔에서 열렸다. 올해 세미나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예년과 달리 1~2차로 나뉘어 진행됐고, 각각 소규모 인원이 참여했다.

19일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김영욱 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 초빙교수는 생명존중 미디어 패널단의 활동 결과를 소개했다. 대학생, 가정주부, 직장인, 교사 등 시민 47명은 지난 5~7월 신문, 방송, 뉴스통신, 잡지에 실린 자살보도를 모니터링했다. 이 가운데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를 고르고 그 이유를 담은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자살보도 기준에 대한 제안도 담았다.

모니터링 종합 결과를 보면 해당 기간 자살보도 전체 1410건 중 패널단이 선정한 좋은 기사는 219건에 불과했다. 나쁜 보도는 1191건에 달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과 '단독', '속보', '충격'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현, 자살 방법을 적시하는 기사가 나쁜 사례로 뽑혔다. 자살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다루면서 자살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보도 방식도 지적받았다.

패널단은 좋은 보도로 자살예방 관련 기획기사와 오피니언 칼럼,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고민한 노력이 묻어나는 기사를 꼽았다. 2018년 개정 발표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자살보도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잘못된 자살보도는 사람을 죽게할 수도 있다 △자살보도 방식을 바꾸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자살보도 5가지 원칙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 표현 사용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 △자살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 제공 △자살 사건 보도 시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 존중 등을 제시했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을 보도할 때는 이 기준을 더욱 엄격히 준수하자고 권고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바로가기)

최근 들어 기사 하단에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안내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자살' 대신 '숨진 채 발견' 또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보편화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기사 제목에 '극단적 선택' 단어 사용에 대해 전체 47명 중 25명은 적절하다고 했지만 22명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죽음을 선택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문제제기였다.

패널단 전원은 '자살보도는 영향력이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명인 자살 보도 기준 강화와 기자들의 윤리, 책임성, 인권감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제정·개정 작업에 참여한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이날 세미나에서 "권고기준 3.0을 넘어 이제 4.0을 고민할 때가 됐다. '하지 말라'는 것보다 '이렇게 해달라'는 규정이 더욱 효과적"이라며 "언론이 자살 예방에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서로 잘못된 자살보도를 지적해간다면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철 CBS 대기자는 자살보도에선 육하원칙을 잊어달라고 당부했다. 권 기자는 "자살보도는 'A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이 한 문장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며 "무엇을, 어떻게, 왜를 따지다보면 자살의 도구, 동기, 장소를 추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권 기자는 '극단적 선택', '스스로 목숨을 끊다'는 표현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스 수용자는 '사망', '숨졌다'는 표현만으로도 자살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자들이 자살사건을 다룰 때 자신이 유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보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자살 관련 기획보도를 해온 이창수 세계일보 기자는 자살보도를 단순화하고 보도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봤다. 이 기자는 "자살보도는 나쁘고 최대한 자제하자는 프레임으로 넘어갈 때가 많은데, 이렇게 단순화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송파 세 모녀, 스포츠선수 사망 등 자살사건으로 사회적 맥락을 꺼낼 수 있었던 사례가 많았다. 언론 변화 이외에 자살예방정책을 다각화해 넓고 깊게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
  •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