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 '사무총장 연임' 두고 내홍

노조, 투표결과 76% '내부승진 단임제' 요구
사무총장, 거취 논란 입장문 통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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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원회 내부가 사무총장 연임 여부를 두고 들끓고 있다. 노동조합은 ‘사무총장 임기 단임제’를 요구하고, 나아가 팀장급 직원들은 ‘현 사무총장 연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성명을 내는 등 내홍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언론중재위 팀장급 직원 15인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현 권오근 사무총장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 사무총장은 지난 3년 동안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자세로 직원들을 대했으며, 승진인사를 미끼로 직원을 회유했다는 노조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무총장이 “위원장과 사무처 직원간의 언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비상임 위원장의 눈과 귀를 막아 전횡을 휘둘렀다”고 했다. 15인 직원들은 “현 사무총장은 취임 이전부터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단임제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임기가 마무리되어가는 지금 자신의 입장을 뒤집고 연임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사무총장 스스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사태 배경엔 오는 12월27일 임기가 만료되는 권 사무총장에 대해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 등 사측이 추진 중인 연임 이슈가 놓인다. 언론중재위 사무총장직은 최근 10여년간 3년 단임 기조를 유지해왔는데 현 사무총장 임기 말 들어 연임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사측에서 나왔다. 노조는 지난달 말 임시총회에서 △사무총장직은 내부승진 단임제를 원칙으로 하고 △인물에 대해선 조직운영계획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구성원에게도 공유해 평가하는 안을 투표참여 조합원 76%(전체 조합원 67%) 동의를 얻어 사측에 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낸 대자보에서 노조는 임시총회를 앞두고 있었던 면담 자리에서 사무총장이 ‘언론중재위원장이 여성 팀장의 비율을 높이라는 의견을 계속 주고 있고, 현재 노조 위원장이 여성 차장 중에서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팀장으로 승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에 노조위원장은 ‘현재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고 승진의 의사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더불어 사무총장직에 관한 노조 입장을 정리키 위해 투표가 진행되던 기간 언론중재위원장이 노조 조합원만 아는 투표 문항에 대해 ‘문항 중 일부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본부장‧실장 회의에서 하고, 사측 간부가 노조 집행부 회의내용 등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하려는 시도가 수차례 이어지며 부담을 느낀 조합원들의 민원이 노조 집행부로 쏟아지고 있다는 내용도 적시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이상의 행위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이에 사측의 조직적인 노동조합 활동 방해 행위를 규탄”한다며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사측 인사에 대한 경위조사 및 투명한 공개,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규정 마련과 예방교육 실시, 노동조합 단결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앞선 입장문이 나온 이후에도 노사 간 견해는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권 사무총장은 19일 ‘저의 거취 논란에 대한 辯’이란 입장문을 내고 “저는 일하는 총장이었다. 안락한 소파에 기대기보다 찾아 묻고 뛰어다녔다. 사무총장직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일선 후배들과 함께 국회와 세종시를 누볐고 흘린 땀방울에 상응하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자부한다”며 “3년 전 첫 발을 내딛으며 저는 하루를 3일처럼 살겠다고 다짐했고 저의 굳은 마음이 무뎌지지 않을까 마부작침의 자세로 걸어왔다”고 밝혔다.

최근 성명 등을 통한 내부 비판에 대해선 “걸어온 길에 대한 온전하고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내린 결론인가”라며 “위원장님과 직원간의 언로를 막았다는 비난은 소통창구가 다원화된 21세기에 과연 가능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가치 뒤에 숨지 말고 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근거로 비판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앞서 15인의 팀장급 직원들은 “다수의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처 직원들도(은) 위원회의 사회적 소명을 충실하게 구현하기 위해 각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현 사무총장은 다양성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환경에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민주적이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바라는 대다수의 사무처 직원들은 현 사무총장에게 더 이상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언론중재위는 오는 23일 운영위원회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무총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식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후 12월 서면으로 개최되는 위원총회를 거치면 연임이 확정된다. 언론중재법 등은 사무총장직과 관련해 위원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되 중재위원회 동의를 받아 임명토록 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사측으로부터 제공받은 회의자료에서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운영위를 거치지 않고도) 총회 안건으로 바로 상정할 수 있다’는 해석을 확인하고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노조는 이 같은 해석이 무리하다고 보고 만일 가능하다 해도 사측이 굳이 전례를 깨며 총장 임명이란 중차대한 건을 추진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은진 언론중재위 노조위원장은 “조합원의 총의를 모은 노조의 의견을 사측에 전달했고, 이는 단임제 정착 등 언론중재위를 위한 합리적인 임명 시스템 마련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가슴 아픈 일이지만 (사측의) 결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76%라는 투표결과에서 보듯 결코 소수의견이 아니다. 현 사무총장 임기 중 노조 집행부 3인은 오히려 승진을 했던 만큼 인사에 불만이 있어서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권오근 언론중재위 사무총장은 19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노조위원장 인사 회유’와 관련해 “임시총회 안건에 사무총장 연임 건이 포함돼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만일 제 임기 문제가 다뤄진다는 걸 알았다면 그런 얘길 꺼낸다는 거 자체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애당초 대화도 위원장님이 여성간부 비중을 신경 쓰는 걸 아는 상황에서 차장급 여직원 누구에게 언제라도 건넬 수 있는 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권 사무총장은 향후 거취 등과 관련해선 “사무총장이란 자리는 규정상 위원장의 명을 받아 사무를 처리하는 자리다. 위원장께서 일단은 차기 사무총장으로 저에 대한 연임의 뜻을 밝혔고 임명권자가 합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거라 절차에 순응하는 스탠스 외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재임이 된다면 노조나 일부 간부의 성명 내용대로 제가 불찰 했던 부분을 전부 다시 성찰해 조직 모든 사람이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조직으로 이끌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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