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색 담은 편파중계·재난방송, 어떤 느낌일까

국제신문·부산MBC, 유튜브 활용
지역성 살리며 주민들과 접점 늘려

옥천신문 '한 주 전 로또번호'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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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이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지역 전반의 위기 가운데 지역성을 지키고 주민들과 접점을 늘리려는 지역언론의 분투가 이어져 눈길을 끈다. 미디어환경 변화란 흐름과 맞물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과 지원, 독자를 향한 지역언론의 노력이 절실한 국면이다.


지역 주간 옥천신문은 지면에 한 주 전 로또 번호를 싣는다. 신문은 매주 금요일 발행되고, 로또 번호는 매주 토요일 TV로 발표되는데 굳이 지면에 번호를 넣는다. ‘로또 당첨번호를 실어달라’는 주민 요청이 있었다. 오지 마을에 사는 고령 독자의 부탁. 황민호 옥천신문 제작실장은 난감해하다 불현듯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고 했다. “어르신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을 거고 인터넷도 설치돼 있지 않을 터였다. TV 방송을 놓치면 신문 말곤 로또 번호를 알 길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옥천신문엔 로또 번호가 실렸다.



옥천신문은 독자에게 사랑 받는 신문이다. 구독료 월 1만원, 한 부당 2500원 꼴. 2개 섹션 48면이란 적지 않은 분량을 감안해도 저렴하진 않다. 이 신문을 5만700여명이 사는 옥천군에서 3500여부(5~6가구 당 1부)나 구독한다. 연 매출 7억원 중 구독료 비중이 절반이나 된다. 후원제도 시행 중이다. 비결은 ‘논두렁밭두렁’이 있는, 해당 지역만을 다루는 뉴스를 한다는 것. 더불어 옥천 주민들의 얘길 소상히 다룬다는 것이다. 언론 외 사업은 거의 하지 않고 버는 족족 기자(총 18명)를 채용했다. ‘풀뿌리 청년 언론학교’(수강생 4명)를 통해 옥천 출신 기자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커뮤니티 저널리즘’의 전형이다.


황 실장은 “모든 사람은 특별하다. 주민 모두가 자기 얘길 할 수 있는 신문으로 꾸리려 한다”며 “언론을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하는데 지역신문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 아닐까. 기자들도 옥천에 살도록 해 지역을 대상화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로, 지역을 같이 일궈가는 관점으로 신문을 제작한다”고 했다.


부산MBC는 지난달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상륙 당시 유튜브 재난방송으로 호평 받았다. 조회수만 해도 각각 32만회, 48만회(20일 현재 기준)에 달한다. 편성을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지역 소식은 다뤄지더라도 잠시밖에 안 나올 터 부산MBC 유튜브 기획단은 직원들이 자신 집 인근의 현장취재원이 되는 기획을 구상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너무 많은 참여에 제보를 소개하기도 바빴다. 1인 방송 스튜디오 같은 백지 배경의 스튜디오에 덜렁 아나운서 혼자 등장해 재난상황과 제보를 전하는 열악한 환경은 별반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경욱 부산MBC 콘텐츠기획단 MCN 담당 부장은 “우리 지역만 다뤄서 좋았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정보 공유에 더해 태풍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무서웠는데 위로를 받았다는 말도 있었다. 저희가 소통 구심점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에 편성 뒤에 숨고 ‘이래서 안 된다’는 핑계밖에 없었다면 위기의 근원이기도 한 유튜브가 기회임을 확인한 계기”라고 부연했다.


지역성이란 자산을 어떻게든 발굴하고 활용하려는 시도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역성이 명맥을 유지한 지역 연고 프로 스포츠팀 관련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국제신문은 지난 6월부터 KBO의 레전드인 박정태 전문위원, 박호걸 기자가 함께 하는 편파중계 유튜브 콘텐츠 ‘아, 넘어가나요’를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팀 경기를 보며 ‘입중계’를 하고, 팀과 야구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한다. 그 외 지역의 야구팀에서도, 축구 등 타 스포츠와 관련해서도 이 같은 콘텐츠는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박 기자는 “부산에 롯데를 응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기존 방송과 달리 속시원한 중계를 원하는 분들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중계권이 없어 영상을 쓸 순 없으니 신문사가 할 수 있는 걸 찾다가 야구를 보며 썰을 푸는 형식으로 가게 됐다”면서 “부산MBC나 KNN에선 라디오로 편파중계를 해왔는데 소통면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본다. 실제 고정팬이 많다. 야구나 롯데 때문에 모이지만 오만 얘길 다 하는 방송”이라고 했다.


끊임없는 노력에도 지역언론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강원일보, 경남신문, 경인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인천일보, 영남일보, 전북일보 등의 2019년 매출액은 한 해 전보다 떨어졌다. 매출내역에서 지난 10년 간 광고수입 비율이 증가하고 구독료수입이 급감했다는 신호도 좋지 않다. 예컨대 경인일보의 경우 2010년 광고수입 159억원·신문수입 16억원이었지만 2019년엔광고수입 179억원·신문수입 5억원이었다. 2019년도 지상파방송사업자 재무/손익현황에 따르면 지역MBC 16개사 모두와 지역민방 10개사 중 2개사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책 입안자들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과 지역언론들의 적극적인 시도가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지역언론 종사자들이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권역별로 대학을 지정해 정부가 지원하고, 디지털 재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독자와 상관없이 광고시장에 의존한 생태계가 형성됐는데 매체환경 변화로 광고주 선호미디어가 바뀌며 구조 위기를 맞은 것”이라며 “민선 이후 지자체에선 홍보예산을 계속 늘려 시장을 유지해줬는데 이때 누굴 위한 뉴스가 만들어질진 자명하다”고 했다. 이어 “유일한 대안은 독자에게 선택받아 수익을 내고 광고가 붙는 구조를 만드는 건데 다들 현재도 유지는 되니 넘어가길 주저하는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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