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개입·간섭 안 하는 문재인 정부… 관심도 지원도 철학도 없다

서울신문 지분매각 이어 YTN 지분매각 검토… "미디어 정책 있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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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신문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공기업이 보유한 YTN 지분 매각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 오랜 시간 공적 소유 구조를 유지해온 언론사의 민영화 문제가 예기치 못한 시점에 툭 불거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서울신문 지분 매각 방침에 대해 “정부가 언론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서울신문과 YTN, KBS, MBC, 연합뉴스 같은 공적 소유 구조의 언론사들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사장 선임 시기마다 낙하산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고삼석 전 방통위원이 지난 8일 전자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공영미디어의 민영화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고민해온 문제라고 전하며 “‘제4부’로서 언론 독립성 확보와 권력에 대한 감시 및 비판 역할이란 측면에서 보도 기능이 있는 미디어를 정부가 소유·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그는 “이보다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 있다”면서 “‘국내 미디어 정책과 산업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무원칙한 미디어 정책 기조를 재정립”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 있다. 이번 지분 매각 시도가 정부의 어떤 정책 기조 아래서 이뤄졌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언론사의 소유 구조 변화는 보도의 공정성, 독립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지만,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고려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사안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해선 “무정책이 정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명확한 원칙이나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전 정부처럼 언론에 직접 개입·간섭하지도 않지만, 언론에 관한 관심이나 지원은 부족하고 뚜렷한 철학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5월 출범 3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정책에 내린 총평은 “한 게 없다”였다. 언론노조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한대광 의장(경향신문 노조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정책을 평가하는 것보다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 언론정책을 갖고 있는지 밝혀 달라’고 묻고 싶다”고 했다. 평가할 언론정책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이 만든 대선 공약 체크 사이트 ‘문재인 미터’에서 정부 출범 3주년의 공약 이행률을 평가한 결과 역시 비슷했다. 임기의 60%를 넘긴 5월 현재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률(완료율)은 12.84%였는데, 문화예술체육언론 분야 이행률은 3.7%로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일반법 전환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위상 강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상당수 공약이 지체 또는 답보 상태다. 방송광고판매제도 개선,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동일 규제 약속 등도 이행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언론노보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정부가 개혁을 향한 속도와 동력뿐만 아니라 그 방향성까지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주요 미디어 정책은 허위조작정보 대응과 디지털 미디어 육성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허위조작정보 대응 및 규제와 관련해선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기민하게 반응했고, 지난달에는 범부처 차원에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역시 전통 미디어는 뒷전으로 한, OTT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진 지원책이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글로벌 OTT의 공세로부터 자국 미디어와 공적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와 진흥책을 쓰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행보였다.


“미디어 정책이 없다”는 줄기찬 비판은 청와대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미디어 개혁 의제를 놓은 건 아니다”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언론계에선 여당이 다수당이 된 만큼 정부·여당이 의지만 있으면 21대 국회에서 미디어 개혁 입법 과제를 상당 부분 관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마중물로서 범사회적 논의 기구인 미디어개혁(혁신)위원회 설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 30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시민넷)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년간의 활동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디어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을 제안할 방침이다. 앞서 박성제 MBC 사장도 대통령 직속의 미디어혁신위원회 설치를 공개 제안한 바 있다. 미디어 개혁 논의기구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론노조와 맺은 정책협약에서 약속한 사항이기도 하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미디어 개혁(혁신)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들도 공감대를 표했으며,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가 주무 부처의 하나인 만큼 오는 20일 열릴 한상혁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관련 질의와 답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노조는 이와 별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및 정책 보좌진과의 간담회, 워크숍 등을 통해 미디어 개혁 입법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14일 성명을 내고 “‘미디어개혁위원회’ 기구는 얼어있던 방송 환경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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