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이 10일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의 미래를 말하다, 사원과의 대화’ 자리에 참석, MBC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박 사장은 MBC 10년의 먹거리 미래비전으로 △공영방송 위한 제도 개선 노력 △외부 협력 통한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강화 △사내 벤처 등 미래를 위한 투자 △성공에 대한 보상 문화 구축 등을 제시하고, 이를 이룩하기 위한 키워드로 ‘개방(open)’, ‘협업과 연결(connect)’, ‘성장과 이익 공유(expand)’을 언급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900억원대 적자가 났는데 올해 단기적으로 500억원대 적자로 줄이려 온 힘을 쏟고 있다. 다만 허리띠만 졸라맨다고 미래가 생기는 건 아니기에 경영 비전을 준비하게 됐다”며 “당초 6개월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4개월이 조금 넘은 지금 하루 빨리 사원들에게 러프하게나마 설명을 구하고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에 앞당겼다“고 했다. 이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MBC가 힘들다고 하지만 제작비와 인건비를 줄이면 10년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영진을 원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디어커머스로 확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 사장은 “현재 콘텐츠 수익 대부분이 예능 방송에서 나오고 오리지널 수익을 내긴 쉽지 않다. 유튜브 1회 조회 시 1원이 돌아와서 100만뷰를 봐도 고작 100만원이 들어온다. 시장을 더 넓혀야 하고 유튜브 뿐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MBC 자체 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거론됐다. 최근 스튜디오드래곤 등의 성공 이후 드라마 부문을 분사하는 시스템이 많이 얘기되지만 박 사장은 이 방식과는 선을 그었다. 대신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부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부 기획 역량을 강화해 모든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는 드라마 기획 스튜디오 구상에 힘을 줬다. 공모전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외부기획사와 공동기획/제작을 하되 MBC 뿐 아니라 외부 플랫폼에도 작품을 제공하는 ‘내부 작가’ ‘내부 제작사’ 구축이 목표다.
박 사장은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9명 CP가 전부 프로듀서 출신이 아니라 기획자 출신이라고 한다. 기획 중심으로 만들어내는 프로듀싱 시스템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며 “작품이 아니라 시스템에 투자하겠다. 작품에 100억, 200억을 투자할 수 있다면 시스템엔 1000억, 2000억을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꼭 MBC 채널에서만 트는 게 아니라 곧장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어디에서든 팔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 외적인 ‘미래를 위한 투자’엔 유망한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상생을 도모하고 혁신을 배운다는 취지로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조직 신설이 제시됐고, 사내 벤처제도 시행, ‘대장금 파크’ 관광명소 개발 등도 언급됐다. 박 사장은 위기를 겪는 홈쇼핑 채널이 다양한 부문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현실을 말하면서 “첫 목표는 수익이지만 혁신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투자하고 만나는 스타트업으로부터 아이디어와 혁신을 배워야 한다”며 “당장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보고 간접투자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라 했다. 이어 “휴가철이 끝나면 곧장 사내 벤처를 만들고 공모를 할 예정이다. ‘MBC를 망하게 할 사업 아이디어를 찾습니다’라고 했는데, 전문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이 되면 과감히 지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미래 비전 발표 후 이어진 질답시간엔 최근 노조 대의원 대회를 통과한 임금체계 개편안과 관련해 회사와 경영진은 연봉삭감을 비롯해 어떤 희생을 할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MBC 노사는 퇴직금제를 누진제에서 단수제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임금체계개편안을 협의했고, 이에 따라 젊은 연차 직원들의 반발이 나왔다. 최근 해당 안은 노조 대의원 대회를 통과했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임금체계 개편에 합의해준, 고통분담에 나서준 성숙한 결정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면서 “취지는 인건비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모든 기업이 하는데 우리만 못했던 낡은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누진제를 단수제로 바꾸며 향후 발생할 손해에 대한 젊은 사원들의 불만은 향후 회사의 적자가 줄고 이익을 낼 상황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사원들에게 돌려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임원이다. 3년이 임기이지만 성과가 없으면 잘리는 거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다. 만일 올해 제시한 경영적자 해소 목표를 달성 못하면 저를 포함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사원들에게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 대해선 “신입사원 채용은 할 거다. 다만 모든 조직과 부서에 공통적으로 나눠주듯 채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젊은 사원이 필요한 부서가 있으면 뽑을 거고, 경력사원이 필요한 곳은 경력으로 뽑을 거다. 부문별 비율대로 뽑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이날 비전 선포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광고기반의 지상파는 위기에 처했을지 몰라도 콘텐츠 제작과 여기에서 파생될 다양한 사업군은 모두가 꼽는 유망분야인 만큼 MBC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면서 “MBC는 글로벌 콘텐츠 그룹으로 변신해야하고 변신할 수 있다. MBC가 갖고 있는 역량과 자산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있으니 모두 함께 미래비전을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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