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사장 "MBC 미래 어둡지 않아...글로벌 콘텐츠 그룹으로 변신할 것"

10일 'MBC의 미래를 말하다, 사원과의 대화'

  • 페이스북
  • 트위치

박성제 MBC 사장이 10일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의 미래를 말하다, 사원과의 대화’ 자리에 참석, MBC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박 사장은 MBC 10년의 먹거리 미래비전으로 △공영방송 위한 제도 개선 노력 △외부 협력 통한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강화 △사내 벤처 등 미래를 위한 투자 △성공에 대한 보상 문화 구축 등을 제시하고, 이를 이룩하기 위한 키워드로 ‘개방(open)’, ‘협업과 연결(connect)’, ‘성장과 이익 공유(expand)’을 언급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900억원대 적자가 났는데 올해 단기적으로 500억원대 적자로 줄이려 온 힘을 쏟고 있다. 다만 허리띠만 졸라맨다고 미래가 생기는 건 아니기에 경영 비전을 준비하게 됐다”며 “당초 6개월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4개월이 조금 넘은 지금 하루 빨리 사원들에게 러프하게나마 설명을 구하고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에 앞당겼다“고 했다. 이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MBC가 힘들다고 하지만 제작비와 인건비를 줄이면 10년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영진을 원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제 MBC 사장이 10일 서울 상암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의 미래를 말하다, 사원과의 대화'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박성제 MBC 사장이 10일 서울 상암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의 미래를 말하다, 사원과의 대화'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MBC의 미래비전과 관련해 박 사장은 이날 가장 먼저 ‘공영방송 위한 제도개선’을 제시했다.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부여받아 이행함에도 공적재원의 지원은 없었고, 현 제도로는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지키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박 사장은 수신료와 방송발전기금, 국고보조 등으로 지난 2017년 EBS가 718억원, 지난 2018년 KBS가 6726억원을 지원받았다고 언급하며 “MBC는 (지원액이) 0원이다. 지난 5월 강원도 산불 당시 MBC는 예능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뉴스를 하면서 몇 억원의 손해를 봤다. 민영방송은 그냥 예능을 했고, KBS는 광고가 없는 방송이니 부담없이 특보를 했다”며 “단순히 수신료를 나눠달라는 게 아니라 구조적 위기에 처한 공영방송에 대해 고민할 때가 왔고 역할을 제대로 할 거라면 지원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제 MBC 사장이 이날 발표에서 '광고결합판매'의 개선을 요구하며 제시한 자료.

▲박성제 MBC 사장이 이날 발표에서 '광고결합판매'의 개선을 요구하며 제시한 자료.


광고결합판매에 대해서도 “지역 MBC 16개사를 포함해 총 23개 매체가 MBC와 결합판매 대상으로 묶여있는데, 1억원 광고를 팔면 6000만원이 들어오는 식이다. 이 제도의 모순을 설명하면 전문가도 수긍하는데 현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MBC 하나 살리자고 제도를 바꾸자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나 구글 등 글로벌 미디어 자본이 콘텐츠 시장을 독점하는데 우리 콘텐츠 사업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라며 “앞서 대통령 직속의 범사회적 ‘미디어혁신 위원회’를 제안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부연했다.

경영난을 겪는 지역 MBC에 대해선 “지역MBC 역할과 위상은 굉장히 중요하다. MBC 그룹 전체 대주주로서 역할을 방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16개 지역사 이해관계와 요구가 모두 달라 이 자리에서 자세한 틀을 얘기하긴 불가능하지만 사장, 구성원 대표와 자리를 만들어 그룹 전체 위기 극복과 상생방안에 대해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박 사장은 이날 어드레서블 TV(Addressable TV)를 통해 시청 이력에 따라 맞춤형 광고를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올해 하반기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향 역시 이날 공개됐다. MBC 외부 업체와 적극 협업해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드라마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프로듀싱 시스템 도입 등이 제시됐다. MBC는 최근 카카오M과 MOU를 맺고 조인트벤처를 만들기로 했다. 제작역량과 우수 IP(지적재산)를 보유한 MBC의 장점과 4000만명의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배우‧제작사‧음원 유통에 노하우를 지닌 카카오M의 장점을 결합해 수익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커머스로 확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 사장은 “현재 콘텐츠 수익 대부분이 예능 방송에서 나오고 오리지널 수익을 내긴 쉽지 않다. 유튜브 1회 조회 시 1원이 돌아와서 100만뷰를 봐도 고작 100만원이 들어온다. 시장을 더 넓혀야 하고 유튜브 뿐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MBC 자체 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거론됐다. 최근 스튜디오드래곤 등의 성공 이후 드라마 부문을 분사하는 시스템이 많이 얘기되지만 박 사장은 이 방식과는 선을 그었다. 대신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부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부 기획 역량을 강화해 모든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는 드라마 기획 스튜디오 구상에 힘을 줬다. 공모전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외부기획사와 공동기획/제작을 하되 MBC 뿐 아니라 외부 플랫폼에도 작품을 제공하는 ‘내부 작가’ ‘내부 제작사’ 구축이 목표다. 



박 사장은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9명 CP가 전부 프로듀서 출신이 아니라 기획자 출신이라고 한다. 기획 중심으로 만들어내는 프로듀싱 시스템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며 “작품이 아니라 시스템에 투자하겠다. 작품에 100억, 200억을 투자할 수 있다면 시스템엔 1000억, 2000억을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꼭 MBC 채널에서만 트는 게 아니라 곧장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어디에서든 팔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 외적인 ‘미래를 위한 투자’엔 유망한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상생을 도모하고 혁신을 배운다는 취지로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조직 신설이 제시됐고, 사내 벤처제도 시행, ‘대장금 파크’ 관광명소 개발 등도 언급됐다. 박 사장은 위기를 겪는 홈쇼핑 채널이 다양한 부문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현실을 말하면서 “첫 목표는 수익이지만 혁신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투자하고 만나는 스타트업으로부터 아이디어와 혁신을 배워야 한다”며 “당장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보고 간접투자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라 했다. 이어 “휴가철이 끝나면 곧장 사내 벤처를 만들고 공모를 할 예정이다. ‘MBC를 망하게 할 사업 아이디어를 찾습니다’라고 했는데, 전문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이 되면 과감히 지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박성제 MBC 사장이 CVC 조직 신설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제시한 자료.

▲박성제 MBC 사장이 CVC 조직 신설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제시한 자료.


‘대장금파크’의 관광명소 개발 추진 역시 언급됐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대장금파크’는 최근 BTS가 ‘대취타’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유명해졌고, 넷플릭스 오리지털 콘텐츠인 ‘킹덤’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은 “미래정책실에서 아이디어를 내 가을 할로윈 시즌에 호러, 좀비 콘텐츠를 심을 생각을 하고 있다. MBC자회사인 MBC아트에서 맡아 기획을 하고 있고, 예능 등도 찍어보고 하면 사업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은 큰 예산 들이지 않고 먹거리와 공연 문화를 심어보려고 한다. 3년 내 인근에 고속도로가 뚫려 접근성도 좋아질 텐데 민속촌 못지 않은 한류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직문화 개선’도 미래 비전의 한 파트로 강조됐다. 특히 우수 인재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성과에 따른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박 사장은 “자율성이나 창의성, 실패할 자유 등 MBC의 전통도 살려야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된다. 성공에 대한 보상을 얘기해야 한다”며 “시청률 대박 나오는 프로그램에 대한 보상도 보상이지만 여기서 나아가 그동안 없었던 영역을 새로 발굴하고 사업을 해서 수익창출을 할 경우 독립적 분사나, 스톡옵션 등 파격적인 보상이 되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기업들을 비롯해 콘텐츠 시장에선 그렇게 움직이고 있고 우리가 늦은 걸 수 있다. 충분히 보상해주지 않으면 인재가 남아있지 않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미래 비전 발표 후 이어진 질답시간엔 최근 노조 대의원 대회를 통과한 임금체계 개편안과 관련해 회사와 경영진은 연봉삭감을 비롯해 어떤 희생을 할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MBC 노사는 퇴직금제를 누진제에서 단수제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임금체계개편안을 협의했고, 이에 따라 젊은 연차 직원들의 반발이 나왔다. 최근 해당 안은 노조 대의원 대회를 통과했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임금체계 개편에 합의해준, 고통분담에 나서준 성숙한 결정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면서 “취지는 인건비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모든 기업이 하는데 우리만 못했던 낡은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누진제를 단수제로 바꾸며 향후 발생할 손해에 대한 젊은 사원들의 불만은 향후 회사의 적자가 줄고 이익을 낼 상황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사원들에게 돌려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임원이다. 3년이 임기이지만 성과가 없으면 잘리는 거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다. 만일 올해 제시한 경영적자 해소 목표를 달성 못하면 저를 포함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사원들에게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 대해선 “신입사원 채용은 할 거다. 다만 모든 조직과 부서에 공통적으로 나눠주듯 채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젊은 사원이 필요한 부서가 있으면 뽑을 거고, 경력사원이 필요한 곳은 경력으로 뽑을 거다. 부문별 비율대로 뽑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이날 비전 선포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광고기반의 지상파는 위기에 처했을지 몰라도 콘텐츠 제작과 여기에서 파생될 다양한 사업군은 모두가 꼽는 유망분야인 만큼 MBC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면서 “MBC는 글로벌 콘텐츠 그룹으로 변신해야하고 변신할 수 있다. MBC가 갖고 있는 역량과 자산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있으니 모두 함께 미래비전을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