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저널리즘

[언론 다시보기]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논란’을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했다. 올해 1월1일부터 6월20일까지 제목에 ‘논란’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기사의 수는 총 1만2207개였다. 이 중 사회로 분류된 것이 3746개, 정치로 분류된 것이 3702개로 전체의 61% 가량을 차지했다. 언론사별로는 세계일보가 970개로 가장 많았고 매일경제 964개, YTN 769개, 조선일보 667개, 머니투데이 629개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경제지가 논란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많이 포함시키고 있었으며 중앙지, 방송사, 지역지가 뒤를 이었다. 제목에 논란이 포함된 기사들의 연관어도 분석해 봤다. 민주당, 미래통합당, 검찰, 코로나19, 페이스북 등의 단어가 논란을 중심으로 강하게 연관되어 나타났다. 최근에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등이 강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논란은 사전적으로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툼’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공동체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저널리즘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저널리즘(Journalism)의 어원은 ‘매일매일 기록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디우르나(diurna)다. 따라서 기자들이 매일 벌어지는 논란을 기록해 전달하는 것은 당연한 직업적 의무 중 하나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자신들의 책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서 “저널리즘은 반드시 공공의 비판과 타협을 위한 포럼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논란이라는 제목이 포함된 1만2207개의 기사는 그 결과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는 “저널리즘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 시민들이 중요한 사안들을 흥미롭게 그들의 삶과 관련 있는 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고도 제시되어 있다. 비판과 타협을 위해 논란을 기록하더라도 시민들의 삶과 관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목에 논란이 포함된 기사들의 연관어로 나타난 민주당, 미래통합당, 검찰, 코로나19, 페이스북 등의 단어에 다시 주목해 본다. 코로나19를 제외한 민주당, 미래통합당, 검찰, 페이스북 등은 정당 및 정치인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거나(민주당, 미래통합당, 페이스북),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들을 발표하는 곳(검찰)이다. 즉 자신들의 주장이나 자신들이 밝혀낸 사실을 전달하는 곳이지 논란이라고 명명하는 곳이 아니다. 이들의 전달 내용은 대부분 기자에 의해 논란이라고 명명돼 기록된다. 그 내용을 시민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된다.


같은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언론사에 따라 논란이라는 명명이 다르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여럿 있다.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툼’이라는 의미에 비춰봤을 때 논란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다른 주장의 대립이 분명해야 한다. 짧은 지면 안에 모두 증명할 수는 없지만, 1만2207개의 기사들을 봤을 때 상대 없이 제기되는 누군가의 일방적 주장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논란’이라는 명명이 이루어지는 사례들이 꽤 있었다. 시민들의 삶과 관련 없는 말도 안 되는 주장들까지 논란으로 기록할 필요는 없다. ‘논란’을 전달하는 것은 기자의 의무가 맞지만, 그 ‘논란’의 근거가 되는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이 더 큰 의무다. 기사에서 논란이라는 단어를 조금은 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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