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취재한 '분교' 사진전… "새벽 같이 승합차 타고 등교, 그걸 보는 부모는 어땠을까"

[인터뷰] 강재훈 전 한겨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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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강재훈<사진>이 9일 <들꽃 피는 학교, 분교> 사진전을 열었다. 13번째 개인전이지만 이번 전시회는 의미가 남다르다. 두 달 전 한겨레에서 퇴직한 이후 ‘사진기자’라는 수식어를 떼고 전업 사진가로서 발돋움하는 자리다.


그에게 분교는 기자이자 사진가로 살아온 지난 30여년을 관통하는 주제다. 교육 정책에 관심을 가져오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일환으로 하나둘 사라지는 분교에 주목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 어린아이들이 학교에 가려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30~40분씩 승합차를 타야 해요. 그걸 보는 부모는 어떻겠어요. 결국 아이들을 위해 도심으로 나가는 거예요.”


그는 분교를 통해 시골 마을 공동화(空洞化) 문제를 보여주고자 했다. 분교를 한두 번 취재하고 끝낼 게 아니라 교육 역사에 가치 있는 기록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교를 주제로 본격적인 사진 작업에 나선 건 1991년 가을 무렵이었다. 그때부터 매년 평균 30회씩 분교를 찾아다녔고, 지난 30년간 전국 분교 100여곳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한 분교는 모두 68차례나 방문하기도 했다.


“분교를 취재하다 만나 지금까지 연을 이어온 아이들이 많아요. 연락도 자주 하고 직접 보기도 하고요. 강원도 산골 분교에서 만났던 한 친구는 ‘아저씨 보고 기자가 되고 싶다’더니 진짜 기자가 됐어요. 나의 사진이 사람들과 사회에 어떤 행복을 주길 바라면서 살아왔는데, 그 바람 하나가 실현된 거죠.”


이번 사진전은 사진기자, 사진가 강재훈의 30년 활동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종합 보고서와 다름없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류가헌에서 7월5일까지 진행된다. 오는 13일에는 그의 사진집과 산문집 동시 발간을 축하하는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이제 한겨레 사진기자가 아니라 개인 강재훈은 어떤 사진을 통해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죠. 앞으로도 제 사진이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기능을 하길 바랍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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