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를 어린이들의 관점으로 본다면… KBS 이색 시도

TV유치원 새코너 '어린이 뉴스 뚜뚜'… 키즈 유튜버, 코너 앵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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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머물며) 방을 안 치우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에요. 한번 찾아와 봤습니다. 왜 방을 안 치우죠?”/“재미있어서요.”/“방을 안 치우는 게 왜 재미있죠?”/“...그건 저도 몰라요. 치우기가 싫어서요.”/“왜 치우기 싫죠?”/“정리하는 거 너무 지쳐요.”/“할 수 없지. (직접 치우며) 제가 왜 치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뚜아 기자였습니다.”(지난 19일 ‘어린이뉴스 뚜뚜’ 중)


KBS가 어린이뉴스를 론칭했다. 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TV유치원’ 내 새 코너 ‘어린이뉴스 뚜뚜<사진>’를 통해 어린이 관점에서 사회 이슈를 다루는 시도를 선보인 것. 세계 유수 방송사에선 어린이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지만 국내에선 유일한 경우다.



KBS는 지난 19일 “어린이 시청자를 상대로, 어린이의 관점에서 사회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 ‘TV유치원-어린이뉴스 뚜뚜’를 선보이고 26일 두 번째 방송까지 방영했다. 2001년~2007년 KBS ‘어린이 뉴스탐험’ 이후 13년 만에 부활한 국내 유일 어린이 대상 뉴스다. 매주 화요일 나오는 코너 앵커는 ‘국민 조카’로 불리는 일곱 살 쌍둥이 키즈 유튜버 ‘뚜아(어수아 양)’와 ‘뚜지(어수지 양)’가 맡았고, 아이들의 아버지 어성진씨가 함께 출연했다.


제작진인 정효영 KBS PD는 “아이들에게도 뉴스가 필요하다. 제가 어릴 땐 정보가 없어 몰랐다면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선입견을 쌓기 쉬운 환경”이라며 “외국 데이터를 보면 어린이들은 또래가 전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미디어 제작경험이 있는 ‘뚜아뚜지’가 중간지점이 될 거라 봤다”고 설명했다.


9분 남짓 진행된 첫 방송은 3개 파트로 구성됐다. KBS 메인뉴스인 ‘뉴스9’ BGM으로 오프닝을 하고 ‘오늘의 마음 날씨’를 전했다. 두 앵커는 “요즘 아이들이 마스크를 써서 힘들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슬픈데 “얼른 마음의 해가 쨍쨍 떴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집에 머물며 방 안 치우는 어린이를 찾아간 ‘현장 속으로’, 아이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앙케트쇼 ‘어린이들에게 물어봐’가 이어졌다. 앙케트 결과 아이들이 받기 싫은 선물론 ‘(부모 취향의) 옷’, ‘(선물 하고선 뺏어먹는) 과자’, ‘(받으면 공부해야 될 거 같은) 책’이 꼽혔다.


정 PD는 “아이들 컨디션이 중요해서 아버지를 섭외했고, 녹화방송을 기본으로 한다. 제작 과정에서도 편안한 분위기 유지를 제일로 하고 있다. 부모의 공부 강요 같은 주제로 ‘3분 토론’을 하는 등 여러 형식을 시도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뉴스, 즉 아이들이 알고 싶은 것과 알았으면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제작진과 논쟁이 붙으면 녹화장에서 앵커 반응을 보고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공영방송사에서 어린이뉴스는 보편화된 콘텐츠다. 영국 BBC는 1972년부터 ‘Newsround’를 매일 방송 중이고, 독일 ZDF ‘Logo’, 캐나다 ‘CBC KIDSNEWS’ 등 세계 34개국 방송사에서 어린이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어린이뉴스 뚜뚜’ 제작진은 “가짜뉴스와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에서 어린이들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사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재미도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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