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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갑질, PD 사망, 회장 이익 대변 보도’… 청주방송 총체적 난국

30일 주총서 회장 사퇴 안건 논의
“대주주 중심 경영, 경영진의 안일한 문제의식이 근본적 원인”

박지은 기자2020.03.26 11:24:31

‘직장 내 성희롱·갑질 사건 PD 해고’부터 ‘고 이재학 PD 죽음’, ‘대주주 이익 대변 보도 논란’까지. 지난 1년 사이 CJB청주방송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기자협회보가 취재한 청주방송 전·현직 직원들과 지역 관계자는 청주방송 사태의 근본적 원인에 “대주주 중심의 경영과 경영진의 안일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프리랜서로 일하던 이재학 PD의 죽음으로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 문제가 드러났다. 이 PD는 청주방송에서 2004년부터 14년간 일하며 <아름다운 충북>, <TV닥터 건강클리닉>, <청풍논객> 등의 연출을 맡아왔다. 본인을 포함, 열악한 처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리랜서 동료들을 대표해 이 PD는 처음으로 ‘인건비 인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프로그램 하차였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은 이 PD는 회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1심에서 패소했다. 고인은 지난달 4일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언을 남기며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지난달 19일 56개 언론단체·시민사회단체가 모인 ‘CJB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책임자처벌·명예회복·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출범하고 대책위는 지난달 27일 사측과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합의했다. 하지만 청주방송이 사측 진상조사위원 3명 중 2명만 구성하고 위원 2명마저도 최근 진상조사위에서 사퇴하는 등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故) 이재학 PD의 49재 추모 결의대회’가 지난 23일 충북 청주시 CJB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열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청주방송에 이재학 PD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재학 PD 사망 대책위원회 제공

▲‘고(故) 이재학 PD의 49재 추모 결의대회’가 지난 23일 충북 청주시 CJB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열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청주방송에 이재학 PD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재학 PD 사망 대책위원회 제공


지난해 1월 청주방송은 직원들에게 성희롱과 갑질을 일삼은 PD를 해고했지만, 이후 가해자가 낸 구제절차에서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으로 복직 명령을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복귀한 가해자의 자진 퇴사로 사태는 일단락된 듯해 보이지만 당시 청주방송 피해자 단체와 노조는 사측이 지노위 판결 때 노조위원장이나 진상조사위에 참여한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동석시키지 않는 등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가해자 복귀에 대한 후속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청주방송 내부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언론노조 청주방송 지부는 지난 18일 성명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신속히 대주주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사태해결의 핵심”이라며 회사 측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한 로드맵 △‘경영위기론’과 ‘공중분해론’으로 직원들을 겁박하는 행동 중단 △노조 와해와 패싱 중단, 직장문화 전환 제도개선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지난 16일 청주방송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이두영 회장의 직원 조회 때 발언이 있다. 이날 오전 이 회장은 청주방송 전체 직원들을 소집해 “청주방송이 무엇을 잘못했느냐”, “외부에 내부정보를 제공하는 직원을 색출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방송사업 재허가’ 건을 두고 사원들에게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청주방송 전 직원인 A씨는 “해당 사건들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닌 청주방송의 오랜 문제들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며 “회장과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미안해하고 유족에게 속죄해야 하는데 시간과 힘으로 덮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청주방송 직원들은 고통받고 있고, 그런 조직에 실망감을 느끼며 떠나고 있다. 청주방송 전 직원인 B씨는 “보도국에만 최근 몇 년 새 6명이 나갔다”며 “나간 사람들 대부분은 사주의 경영 문제, 사내 성추행 문제, 취재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쌓이다 보니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주주 사업 관련 보도 문제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전 청주방송 기자인 C씨는 “회장이 보도에 늘 직접 관여했다고 보면 된다. 보도 개입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대규모 건설 시 유물조사하는 일이 너무 손실이 크다며 비효율에 대해 보도하라고 해서 기자가 리포트한 적도 있고, 지역상공회의소 선거 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대방을 비방하는 보도를 지시하기도 했다”며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사장과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따랐다. 카메라 기자들은 회장이 가는 행사장에서 회장 얼굴과 사모 얼굴을 촬영해야 했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청주방송 주주총회에서 ‘이두영 회장 사퇴’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6일 직원 조회에서 고 이재학 PD 사태가 해결되면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조건부 사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18일 노조 성명 발표 이후 노조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주방송의 소유와 경영 분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숙제로 남아있다. 지역 관계자인 D씨는 “청주방송의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회장직을 내려놓더라도 소용없을 수도 있다. 오너의 한마디에 회사가 좌지우지되면서 내부는 구성원 간의 신뢰도 없고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B씨는 “권력이 명확히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내부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동력도 적은 편이고 여력이 안된다.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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