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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최대 격전지, 서울도 지방도 아닌 유튜브

[Cover Story] 유튜브와 선거… 정치 채널, 표심 향방 뒤흔드나

김고은 기자2020.02.11 22:35:48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유튜브 시대’가 본격 개막한 이래 처음 치러지는 선거로 볼 수 있다. 다수의 언론이 ‘총선 격전지 유튜브’, ‘유튜브 대전’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유튜브의 영향력을 주목하는 이유다.


유튜브는 이미 포털과 방송 등 기성 언론을 뛰어넘는 미디어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시사인이 시행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조사에서 유튜브가 처음 순위에 등장함과 동시에 2위를 기록했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알릴레오’의 인기에 힘입어 ‘신뢰하는 언론인’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서 한국과 관련해 가장 주목한 부분도 “뉴스나 시사정보 채널로서 유튜브의 부상”이었다. 우리 국민이 유튜브에서 뉴스 관련 동영상을 이용하는 비율은 조사 대상 38개국 중에서 4번째로 높았다.


정치인들이 홍보 채널로써 유튜브를 주목한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열린 ‘지역언론연구 2019’ 세미나에서 원성심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박사과정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 297명 중 81.8%(243명)가 유튜브 계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를 앞두고는 동영상 제작과 유튜브 운영을 위해 인턴 비서 등을 채용하는 공고가 부쩍 늘었다. 유튜브를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언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공약을 알리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1월 목포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당들도 선거를 앞두고 유튜브에 푹 빠졌다. 자유한국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가 10일 기준 구독자 17만명 이상으로 가장 많고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유튜브 채널 ‘씀’과 정책 유튜브 채널 ‘의사소통TV’로 각각 10만명, 4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현직 의원 중에선 이언주(32만), 손혜원(17만), 전희경(16만) 의원 등이 10만 이상 구독자를 확보 중이다. 이들보다 더 막강한 구독자 군단과 영향력을 자랑하는 것은 개인 또는 단체가 운영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이다. 신의한수(118만)와 노무현재단(111만)을 비롯해 진성호방송(81만), 신인균의 국방TV·펜앤드마이크TV(64만) 등 구독자 50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만 7개다.


정치 유튜브 채널의 선전은 2011년 ‘나는 꼼수다’ 열풍과 관련 있다. ‘나꼼수’는 “정치포르노”라는 반대 진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당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이후 정치 분야 팟캐스트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은 정치 팟캐스트 이용률이 가장 높고, 38개국 조사 평균의 2배에 달했다.


이른바 진보진영이 팟캐스트에서 세를 확장하는 사이, 보수진영은 유튜브에 뿌리를 내렸다. 소셜 분석 플랫폼 빅풋9에서 제공하는 정치·사회·경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순위를 보면(지난 6일 기준) 20위권 내에 보수·우파 성향의 채널이 16개로 80%를 차지했다.


정치 유튜브 채널은 막강한 영향력에 힘입어 ‘유사언론’으로도 불리는데, 언론과 다른 점이라면 게이트키핑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의견이 사실이나 정보인 양 호도되고, 근거 없는 폭로성 주장이 판을 치기도 한다. 이런 정치 유튜브 채널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8월 성인 555명을 상대로 실시한 ‘유튜브 뉴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정보 습득을 위해 ‘신의한수’, ‘알릴레오’ 같은 유튜브 개인 뉴스 채널을 이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5.9분으로 지상파(36.9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기존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을 이용하는 시간은 21.5분이었다.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5점 척도)도 유튜브 개인 뉴스채널(3.06)이 2위로 보도전문채널(3.00)과 지상파(2.93)보다 높았다. 특히 보수성향일수록 유튜브 개인뉴스 채널에 대한 신뢰도(3.24)가 높았다. 진보 집단에서도 JTBC를 제외한 종편이나 보도채널보다 높은 신뢰도(3.05)를 나타냈다. 이상원 교수는 “유튜브 개인 뉴스 채널의 경우, 정치성향에 맞는 채널을 선택적으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보수·진보 모두 자신의 성향을 충족시켜 주는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높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정치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시청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와 비슷한 성향의 채널과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편향된 정보 습득은 확증편향으로 이어지고, 정치적 편향성은 강화된다. 정치 유튜브 콘텐츠는 지지층을 확대하기보다는 각 진영의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여러 조사결과에서 중도성향보다 보수와 진보성향 응답자들의 정치 유튜브·팟캐스트 이용률이 높게 나타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선거에서 유튜브가 미칠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정치인들이야 당연히 유튜브를 많이 이용할 테고, 보수와 진보로 나뉜 정치 유튜버들도 선거판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겠지만, 문제는 중도와 부동층이고,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 않겠냐”면서 “기성 언론으로선 여기 휘둘리지 않고 해오던 대로, 잘 하는 걸 더 잘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선거와 관련한 3가지 팁을 전했다. △주요 이벤트 라이브 스트리밍 △선거 관련 정기 프로그램 편성 △유튜브의 독특한 시청자문화 포용하기 등이다. 주요 방송사들의 유튜브 활용 전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고 싶은 동네를 보여드립니다’라는 콘셉트로 ‘독자 맞춤형 개표방송’을 선보인 SBS 비디오머그는 이번 총선에서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선거방송을 준비 중이다. KBS 선거방송기획단의 플랫폼 전략의 한 축도 역시 유튜브다. 선거방송기획단은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정치 참여 캠페인 프로그램 ‘정치합시다’를 정규방송 외에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클립 영상으로 공개하며 6만명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김대영 단장은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한 것처럼 처음부터 방송과 디지털을 동시에 공략하는 듀얼 퍼블리싱 전략을 썼다”면서 “방송에 나간 걸 디지털에 다시 한번 내는 거로는 부족하다. 디지털에 적합한 콘텐츠 제작이나 배포 전략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마다 소비되는 영상의 길이와 자막 형식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표방송 역시 ‘유튜브용’을 따로 준비 중이다. 그는 “TV를 보지 않고 스마트폰만 갖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에게도 적절한 형식과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허위조작정보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자 중 34%가 가짜뉴스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 조사에서도 성인 10명 중 6명이 가짜뉴스를 본 적이 있다며, 주요 출처로 유튜브 등 동영상 온라인 사이트를 꼽았다. 한겨레는 지난 2018년 가짜뉴스 연결망을 분석한 기사에서 “가짜뉴스와 혐오담론의 기지가 일베에서 더 큰 놀이터인 유튜브로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허위조작정보는 선거를 앞두고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허위사실 유포 등과 같은 사이버선거범죄는 18대 대선보다 5배 이상, 20대 총선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SNS를 이용한 선거법 위반행위가 전체 위반 매체의 75%를 차지했다. 유튜브에선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주목받기 때문에 선거철 이런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 이미 우파 유튜버들은 ‘긴급 상황! 공산주의 개헌 시작! 총선 후 토지공개념·동일임금 간다!’, ‘황교안 종로 뜨자 이낙연 도주!’ 같은 제목의 영상을 내세워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유튜브를 통한 허위조작정보 우려가 커지자 오는 17일 출범을 앞둔 ‘총선 미디어감시연대’는 처음으로 유튜브를 모니터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가짜뉴스의 온상’으로까지 몰린 유튜브가 이런 상황을 달가워할 리 없다. 앞서 페이스북이 경험한 것처럼 허위조작정보는 이용자는 물론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대응 전략을 내놓는 것은 그래서다. 유튜브의 모회사 구글은 지난해 12월 파트너사들을 불러 워크숍을 열고 유튜브의 선거정책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이성주 MBC 디지털뉴스편집팀장은 자신의 브런치에 올린 글에서 선거를 대하는 유튜브의 플랫폼 전략을 ‘어떻게 하면 장사를 더 잘할 수 있을까?’와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짜 정보를 차단할 수 있을까?’로 요약했다. 그러면서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무게감 있는 뉴스파트너’를 우대할 계획인 것 같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튜브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의 막이 오른 지난 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양질의 저널리즘을 강조하기 위해” 지속해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며 권위 있는 선거 보도 우대 방침을 밝혔다. 유권자를 오도하게 할 목적으로 조작된 동영상 등은 삭제하고, 해로운 오정보(misinformation) 등의 확산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방침은 앞서 지난해 12월 공지된 변화들의 연장선에 있다. 구글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CNN, 가디언 등 권위 있는 언론을 검색결과 등에서 우선순위를 적용해 왔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Brexit’를 검색하면 BBC나 텔레그래프 등 권위 있는 언론이 생산한 뉴스를 상위에 노출하는 식이다. 상위 10개 결과의 동영상 중 평균 93%가 여기 해당한다.


이런 정책이 실제로 허위조작정보 차단에 기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전통 언론에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전통 언론의 게이트키핑 기능이 정보 출처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KBS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게이트키핑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KBS는 지난 3일부터 개정해 시행 중인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보도준칙’ 제8조(폭로성 주장의 처리)에 “가짜뉴스의 유통을 막기 위해”라는 표현을 넣었다. KBS가 허위조작정보 생산은 물론 유통과 재생산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보도가 책무인 언론이 허위정보의 생산자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학자들은 이를 넘어서 허위조작정보 ‘발생’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언론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언론중재위원회 주최로 열린 ‘허위조작정보와 선거보도’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민정 한국외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적절한 사실검증 없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그대로 인용 보도하는 것에 그치는 보도는 해당 정보가 마치 정당한 의혹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버드 법대 요하이 벤클러 교수팀이 2016년 미국 대선 이전 18개월 동안 온라인에서 유통된 200만 개의 뉴스를 분석한 결과, 온라인 허위정보보다 더 큰 문제는 전통 언론매체였다는 결론이 나왔다. 모든 허위정보가 확산돼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허위정보 중에서 폭스뉴스 등 보수 우파 매체들이 정당한 의혹인 것처럼 보도했던 내용만이 계속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전통 언론은 많은 사실 중 쓸 가치가 있는 사실만을 선별하여 보도하고 해당 사실에 대한 검증, 반박, 해석, 맥락 제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때에만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철 기승을 부리는 혐오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2017년 대선에선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동성애 혐오 발언을,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엔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가리켜 “죽음의 굿판” 운운해 비난을 샀다. 선거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쏟아져 나오는 장이고, 다수에게 지지를 얻으면 이기는 경쟁이기 때문에 소수자의 권리와 고통은 쉽게 무시되거나 잊힌다. 유튜브는 그런 혐오표현의 주요 통로이고, 언론 역시 정치인 등의 혐오 발언을 확산·배포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3월 실시한 혐오표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언론이 혐오표현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응답이 49.1%로 나타났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해 8월 인권위 주최로 열린 ‘혐오표현 진단과 대안 마련 토론회’에서 “‘이런 사람이 이런 말을 했어요’라고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 행태를 보일 경우 언론은 혐오표현을 한 발화자와 똑같은 행위를 한 것에 다름 아니며, 더 나아가 언론이 발화자의 혐오표현 도달범위와 위력만 더 키워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토론회에서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대전사무소장(현 연구팀장)은 이를 언론의 ‘객관주의’ 전통의 문제로 지적했다. 양 소장은 “가짜뉴스의 진원지는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이지만 이러한 가짜뉴스를 유력 정치인이 인용할 경우, 언론은 기사로 다루게 되며 결과적으로 가짜뉴스는 언론을 통해 보다 널리 확산되고 더불어 신뢰까지 얻게 되는 것”이라며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이 사실이고 언론은 그저 인용 내지 전달했을 뿐이니 발화자의 책임과는 별개로, 언론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는가. 이제는 ‘객관주의’라는 전통을 진지하게 재검토해봐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혐오표현이나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안으로 팩트체크도 자주 거론되지만, 때론 ‘전략적 침묵’을 택하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의 첫 번째 원칙에는 “자살을 예방하려면 자살 사건은 되도록이면 보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허위조작정보나 혐오표현 문제에서도 이 원칙을 적용해 볼 수 있다. 국민인식조사에서도 혐오표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언론의 혐오조장 표현이나 보도 자제(87.2%)가 가장 많이 꼽혔다. 한국기자협회 등 9개 미디어 단체와 인권위는 지난달 16일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에서 허위조작정보나 이에 기반한 혐오표현을 그대로 중계할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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