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음과 귀를 열어 더 듣겠다"

[2020년 신년사] 정찬형 YTN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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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형 YTN 사장.

▲정찬형 YTN 사장.

임직원 여러분!

지난해 첫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뉴스 현장을 뛰며 보여준 헌신적인 수고와 노력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오늘 수상하신 분들 애쓰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오늘 처음 출근해 이 자리에 함께한 새 식구들 환영합니다. 기대가 큽니다. 새해를 맞아 여러분과 가족들에게도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희망과 기회는 결국 우리의 것이라는 믿음으로 함께 새해를 시작하길 빌겠습니다.

 

사실 ‘시청자들께 드리는 2020 YTN의 약속’ 선포식으로 새해를 열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미디어들이 처한 신뢰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믿을만한 보도로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진심 담긴 약속을 하고 실천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생각이 달라도, 취향이 달라도, 처해 있는 곳이 달라도 YTN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해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싶었는데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결국, 시청자 눈높이에 맞는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시장에서 존재 의미를 평가받게 될 겁니다.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시청자 시민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입니다. 이런 요구에 답하려면 ‘혁신과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할 보도국 리더십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새해를 맞는 날까지 그 답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께 미안합니다.

모두가 기운 내서 현업을 하는 데만 집중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또 우리 조직이 역량을 모아서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기회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 사장으로서 마음 아픕니다.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

 

보도국장 임명제도 개선 제안과 관련해 동의를 얻지 못해 아쉽지만 노동조합의 입장과 구성원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이제 제가 선택할 옵션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주어진 조건이 그렇다면 우선 보도국의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고, 뉴스 화면 개선의 능력과 의지가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새 국장을 중심으로 보도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힘껏 지원하겠습니다. 오로지 능력과 열정을 기준으로 한 인사를 단행하겠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의 객관적인 평가를 중심으로 콘텐츠의 경쟁력과 업무의 효율을 고려해 조직의 미비점을 재정비하겠습니다.

 

구성원과의 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공개토론을 포함해서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소통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여러분께 진솔한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겠습니다. 보도국 위기의 근원이 무엇인지, 구성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음과 귀를 열어 더 듣겠습니다. 방식과 답을 정하지 않고 여러분과 함께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겠습니다.

 

현재 변화한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등 레거시 미디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도 상황은 더 나빠질 것입니다.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 이에 대한 인식은 우리 모두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엇이 혁신과 변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 그 방법론에서 일부 견해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YTN을 더 건강하고 신뢰받는 매체로 만들기 위해 토론을 통해 방법을 찾고 지혜를 모을 수 있길 바랍니다.

 

여러분께도 당부드립니다. 다양한 견해가 있더라도 토론을 거쳐 보도국은 하나로 답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시청자에게 신뢰를 받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같은 지향점을 향할 때 우리는 다시 도약을 꿈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현재 보도국이, 회사가 처한 위기 상황을 함께 인식한다면 비난과 냉소보다는 이해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찬스를 점수로 연결하지 못하면 바로 위기가 다가옵니다. 기회를 위기로 만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더 낮은 자세로 들어야 합니다. YTN 보도의 현재 상황에 대해 ‘2보 전진 1보 후퇴’라는 우리 보도국 구성원 한 분의 짧은 평이 저로서는 공감 가는 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롭고 과감한 시도가 적지 않았고 열심히 했고 시청자들에게 칭찬받을 만큼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아쉬운 부분,  올해의 숙제로 남겨진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지난해 방송 광고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은 가운데서도 회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걱정했던 것보다 좋은 수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광고 매출의 부족한 부분을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조정과 불요불급한 비용 절감으로 메꿨습니다. 수년간 적자가 누적되던 복지몰 사업을 매각해 경영의 위험 요인을 줄였습니다. 또 네이버로부터 YTN플러스 지분 31%를 추가로 인수해 디지털 생태계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임대 매출 증가 등 재무구조의 개선으로 무차입 경영도 달성했습니다. 올해도 지금까지 쌓은 성과가 빛바래지 않게 지속적인 흑자 달성을 위해 매진하겠습니다.

 

지금은 다소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YTN 뉴스는 무시 못 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보도 역량이 집중됐던 지난해 3분기에는 월간 시청률이 줄곧 1%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북미 정상 회담과 일본의 수출 규제, 헝가리 유람선 참사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 시청자들은 YTN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다시 주목받을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디지털 부문에서 YTN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희망적인 요소입니다. 유튜브와 네이버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YTN은 여전히 최상위권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물을 바탕으로 디지털 생태계에 걸맞은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한다면 디지털 경쟁에서 최강자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YTN을 바라보는 평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해마다 발표하는 미디어어워즈에서 4년 만에 공정성 부문 1위를 되찾은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 자평합니다. 유용성과 신뢰성 부문에서도 각각 2위와 3위로 지난해보다 순위가 올랐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9년 만에 실시한 전체 언론사 대상 신뢰도와 영향력 조사에서도 YTN은 각각 5위에 올랐습니다. 이 연구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결과라 의미가 큽니다.

 

지난 1년 우리가 이룩해낸 변화와 분명한 성과를 부인하지 맙시다. 함께 힘 모아 성취해낸 부분은 잘 챙겨서 더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또 다른 강점으로 만듭시다. 시청자들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언론의 역할을 더 제대로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토론을 시작합시다.

 

임직원 여러분,

위기의 뒷면에는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회사의 혼란에 다소 지쳤다면, 잠시 침울했다면, 우리 함께 서로에게 새해의 밝은 기운을 불어넣읍시다. 넘어진 동료의 손을 잡아주고, 서로를 믿고 자신감을 채워 다시 뛰어봅시다. 가능한 이른 시간 내에 조직이 심기일전해서, 신년을 출발하며 하고 싶었던 ‘시청자께 드리는 2020 YTN의 약속’을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당당하게 선언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합시다.

 

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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