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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 신문이 성큼… 한국일보 ‘폭염’, 한겨레 ‘삼성 보고서’ 호평

기획기사 기반, 해외 취재… “넷플릭스 올라갈 영상 제작 목표”

김고은 기자2019.08.20 23:51:17


신문사들이 기획 기사에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는 짧고 가벼운 영상만이 아니라 방송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다큐멘터리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이제 기획취재를 할 때 펜기자와 영상PD(기자)가 팀을 이루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기획기사 예고편을 영상으로 공개하는 일도 예사가 됐다.


한국일보는 지난 7월 ‘한여름의 연쇄살인, 사회적 재난 폭염’이란 주제로 기획 기사를 연재했다. 국내편 4회, 해외편 4회의 지면 및 디지털 기사로 출고된 이 기획은 예고편을 포함한 총 5편의 미니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다. 그리고 지난 8일에는 약 3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풀버전이 공개됐다. 취재진이 “뉴미디어 저널리즘의 새 유형을 제시”했다고 자평한 이 기획은 20일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폭염’은 기자와 PD, 데이터분석가 등이 협업해 만든 결과물이다. 각각 디지털콘텐츠국의 이슈365팀, 영상팀, DB콘텐츠부로 소속도 다른 이들이 지난해부터 자발적으로 ‘오리지너’라는 이름의 기획 콘텐츠를 만들어 “게릴라성” 협업을 해오다 이번에 아예 작심하고 탐사보도와 다큐 제작에 뛰어든 것이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 제작에만 무려 3개월이 걸린 ‘대작’이다. 자료조사와 취재는 공동으로 했지만, 기사와 다큐라는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만큼은 확실한 분업이 이뤄졌다. 조원일 기자는 “텍스트 기사와 영상은 애당초 문법이나 진행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공유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른 버전의 2개 콘텐츠를 만들자고 했고, 그래서 각각의 콘텐츠가 독자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창선 PD는 “기사는 분석적이고 데이터로 실증적인 내용을 제시한다면, 다큐는 한 사망 사건에서 시작해 이야기가 점점 확대되는 추리소설 형태로 구성했다”며 “기사와 영상의 매체적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큰 틀에서는 두 콘텐츠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획기사와 영상이 결합한 사례는 한국일보가 처음은 아니다. 한겨레가 지난 6월부터 보도한 ‘글로벌 삼성, 지속불가능 보고서’ 기획도 탐사팀 기자들과 영상부문 PD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탐사팀 기자와 영상 PD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현지 취재를 함께 했다. 한겨레는 기획연재 시작 약 2주 전에 예고편 영상을 공개하고, ‘한겨레 라이브’를 통해 취재 뒷이야기와 영상을 방송했다. 그리고 같은 달 28일엔 김도성 PD가 만든 ‘THE GLOBAL(더 글로벌)’이란 제목의 16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도 지난 3월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기획연재에 앞서 예고 영상을 공개하고, 인터뷰 영상에 이어 르포 영상을 차례로 선보인 바 있다.



김도성 한겨레 영상 PD는 “온라인상에서 짧은 영상이 대세라는 게 하나의 편견일 수 있다. 볼륨이 큰 다큐가 더 인구에 회자되고 영향력 증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짧고 가벼운 스낵컬처 영상보다 차별화하거나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며 신문에 다큐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그의 말대로 다큐라고 해서 항상 무거운 것만도 아니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김 PD가 2015년에 만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관한 다큐 ‘법비사’는 무려 50분이라는 긴 타임라인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에서만 26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아보는 이들이 있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8일 업로드한 ‘폭염’ 미니 다큐는 페이스북을 통해 93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에게 도달됐고, 2편은 기사 및 동영상 조회 수 100만을 넘겼다. 김창선 PD는 “당장 SNS에서 소비되는 짧고 재미있는 영상보다 덜 보더라도 우리도 이 정도의 제작 역량이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면서 “유튜브보다 넷플릭스에 올라갈 만한 영상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시도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선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한겨레는 지난 6월 ‘더 글로벌’을 선보이면서 탐사다큐를 위한 ‘다큐로그’라는 정규 코너를 신설했으나, 라이브 방송으로 인한 제작 인력 부족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제작비도 무시할 수 없다. ‘폭염’의 해외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무엇보다 기사와 영상이라는 ‘이종’ 간의 결합이 언제나 매끄러울 수만은 없다. 조원일 기자는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이 없었으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회사에 구체적으로 어떤 인프라를 요구해야 할지 정리가 잘 안 됐다”며 “신문사로선 가성비나 효용성이란 걸 부인할 수 없으니 앞으로도 딜레마로 남을 것 같다. 독자들 반응과 영상에 대한 평가 등을 어떻게 하고 해석해야 할지, 해보지 않은 많은 것들이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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