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플랫폼 약관 시정권고, 외부감사 의무… '사후약방문' 실효성 의문

[해외 플랫폼 규제 목소리, 해법은] ②국내외 규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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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은 국내법상 존재하는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데 해외 기업은 직접적인 적용도 받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한다면? 당연히 공정한 시장경쟁이 어렵다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최근 IT업계의 상황이 그렇다.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세금이나 망 이용 대가 등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사회적 책무, 즉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국회를 비롯해 정부부처에선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심각하다며 국내외 플랫폼 간 역차별 이슈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고 있는 상황. 거기에 지난해 사회악으로 지목됐던 허위조작정보는 규제론의 도화선이 됐다. 그렇다면 지금 국회와 정부에선 어떤 규제 방안들이 논의·시행되고 있을까.



◇쏟아지는 해외 플랫폼 규제
국내에서 해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크게 △콘텐츠 규제 △플랫폼 규제 △불공정시장행위 규제 △조세 규제 네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콘텐츠 규제의 경우 불법 정보에 한정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차단 조치를 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데, 방심위의 2018년 통신심의 관련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접속차단은 총 18만7980건으로 전체 시정요구의 약 78.9%를 차지했다. 다만 방심위는 해외 사이트의 경우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이용자 정지 등의 조치를 하기 어려워 대부분 국내 망 사업자를 통해 해외 사이트의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반면 주로 사업자의 자율에 맡겨졌던 플랫폼 규제는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 강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사회적 논란이 됐던 허위조작정보와 관련해 이를 유통하는 해외 플랫폼을 규제할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는 허위조작정보로 규정된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을 시 사업자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법안이 20여개 발의돼 있고, 경찰청 등에서도 지난해 여러 차례 허위조작정보 특별단속에 나서는 등 플랫폼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관할권과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법에 역외적용(자국의 법을 자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 밖으로 확장해 적용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해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적용한다”는 규정을 전기통신사업법에 신설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역외적용이 인정되는 공정거래법처럼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도 법 집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전기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19일부터는 국내대리인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국내대리인 제도는 일정 기준 이상의 해외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고, 국내대리인은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의 업무와 개인정보 유출 등의 통지 신고 및 지체 사유 소명, 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 등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제도다. 이 역시 규제기관이 해외 플랫폼에 자료요청이나 업무연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결과적으로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진 못했지만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를 방송법에 넣어 규제하려는 방식 등 다양한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있었다.


불공정시장행위 규제의 경우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해외 플랫폼 제재 시도가 있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시장 지배력 남용과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예고한 가운데, 공정위는 지난 14일 이용자들이 게시한 동영상을 사업자가 마음대로 삭제·재가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유튜브의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시정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해소를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지난해 2월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를 구성, 10개월간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조세 규제 역시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같은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외부감사법 시행령 전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올해 11월부터 이들 기업은 외부감사 의무 대상이 됐다. 그동안 법인 형태가 유한회사인 해외 플랫폼들은 공시 의무가 없어 국내 수익을 파악하기 힘들었는데, 국내 수익에 비례해 제대로 과세를 하기 위한 조치다. 노웅래 국회 과방위원장은 지난해 말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그 해법은?’ 토론회에서 “구글이 2017년 우리나라에서 약 5조원의 수익을 벌었지만 납부한 법인세는 200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는 4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4231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고 말했다.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강력한 규제들을 마련한다고 해도 실행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국제적 공감대 없이 국내 규제 수준만 높아 이를 해외 플랫폼에 적용하고 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시장행위나 조세의 경우 EU나 OECD 국가를 중심으로 규제 공감대가 마련돼 있지만 플랫폼 규제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공적 규제보다 민간자율기구를 중심으로 해외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율 규제가 잘 안 되니 공적 규제 수준이 높아진 건데, 이미 미국 법률보다 더 강한 자율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해외 플랫폼 입장에선 우리나라 규제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며 “무턱대고 규제를 강요하기보다 우리나라 규제 수준이 국제적 기준에서 봤을 때 어느 정도인지 살피고 맞춰가야 한다. 어차피 실질적 집행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를 맞춰가든지, 아니면 해외 플랫폼과 소통하며 협조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업체의 자율 규제에 맡기거나 불법 정보가 있다면 해외 플랫폼을 규제하기보다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의 근원을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정부가 동영상을 차단해도 우회접속해 볼 수 있다. 이례적으로 인터넷상에 어떤 해악이나 불법 정보가 있다면 애꿎은 국민에게 보지 마라 할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불법 정보를 올린 사람을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며 “그와 함께 해외 플랫폼의 자율 규제라든가 민간기구에서의 감시가 이뤄져야 적절할 것이다. 단순히 접속을 막는 수준으론 근원적인 처방이 어렵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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