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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가치와 취재 관행 돌이켜보게한 ‘손혜원 보도’

김성후·강아영·박지은 기자2019.01.23 00:30:56

손혜원 의원. /뉴시스

▲손혜원 의원. /뉴시스


지난 15일 SBS의 첫 보도로 시작한 ‘손혜원 의혹’은 투기라는 대중의 공분을 살만한 소재, 손 의원의 강력한 반발과 언론의 융단폭격,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한 보수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맞물리면서 확산됐다. 언론 보도로 손 의원의 남편과 조카, 측근의 가족 등이 목포 근대문화역사공간에 매입한 부동산이 9건에서 15건, 20건, 25건으로 계속 늘어났지만 손 의원이 투기했다는 구체적 물증은 어떤 언론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언론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왜곡 보도”라며 “SBS뿐 아니라 기사를 쓴 기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그리고 내가 걸 수 있는 이유를 다 걸어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목숨까지 걸겠다”는 손 의원의 반박 뒤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그가 지인 등을 통해 해당 지역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것은 공직윤리에 반하고, 이해충돌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투기 및 차명재산 의혹, 부당한 압력 행사 등에 대한 실체 규명은 검찰 손으로 넘어갔지만 ‘손혜원 의혹’은 저널리즘 측면에서 여러 생각할 지점을 언론계에 던졌다.


먼저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하더라도 다른 사안에 비해 전반적으로 보도가 과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질은 투기냐 아니냐인데, ‘게이트급’에 버금갈 정도로 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관련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SBS는 ‘8뉴스’에 15일부터 나흘연속 블록뉴스로 편집해 하루에 4꼭지에서 많게는 7꼭지를 보도했다. 30분가량의 뉴스시간에서 14~15분을 할애할 정도로 집중했다. SBS ‘끝까지 판다’팀 김종원 기자는 “의혹 기사를 한 꼭지로 끝낼 수 없는데다 미리 준비한 보도도 많았다”며 “첫 보도 이후 손 의원이 페북에 많은 글을 올렸고 태영 음모론이 나오는 등 논란이 커져 보도를 끊을 수 없었다. 중요하다는 가치 판단을 했기 때문에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16~22일 지면에서 기사, 사설, 칼럼 등 포함해 손혜원 관련 보도가 37건이었다. 그 기간 1면 톱만 3차례, 사설은 5일 연속 실었다. 단기간에 이렇게 보도량이 많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 종합일간지 논설위원은 “투기 여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지 다툴 사안을 게이트처럼 다루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취재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있고, 보도 또한 일방적이다”고 했다.


언론의 과잉 보도 배경에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몰아붙이는 식의 잘못된 관행이 작동했다는 지적도 있다.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으로 보도가 이뤄졌지만 결국엔 언론과 취재원 간 대결로 비화하고, 끝장싸움 양상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는 “취재원과 관계를 승패로 놓고, 언론이 이겨야 한다는 잘못된 관행이 나타난 것”이라며 “우리 언론이 취재원을 굴복의 대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본질과 관계없는 부풀리기 보도는 여전했다. 조선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손혜원 타운’으로 명명하고 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11만4038㎡, 필지 기준으로는 602필지이며 이 중 손 의원 측의 소유지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손혜원 타운’은 다른 언론에도 전파됐다. 중앙일보는 ‘단독’을 달아 문재인 대통령의 홍은동 사저를 산 청와대 행정관이 손혜원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 홍은동 사저 매각 기사는 1년 전 보도됐고, 당시 사저를 매입한 사람은 김재준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청와대 한 출입기자는 “사저 매입 인물이 동일한데, 손 의원과 엮어 쓰면서 단독까지 붙였다.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손혜원 의혹’ 보도가 저널리즘 기본을 곱씹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 보도는 공익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사실과 진실에 기반해야 한다”며 “상대방이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취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중앙일간지 국장급 기자는 “독자들은 언론의 의혹 제기, 음모론 모두 믿지 않았다”면서 “정보를 취합해서 스스로 판단했다. 반론이 안 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세심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고 말했다.


김성후·강아영·박지은 기자 kshoo@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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