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데이터 없는데 독자 잡겠다는 언론사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 ③ 데이터를 알아야 독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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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타 언론사 디지털뉴스국 쯤에 해당하는 ‘뉴스서비스국’ 아래 ‘독자개발팀’을 신설했다. 기존 노선을 유지하되 다른 한 축으론 ‘구독기반 서비스’로서의 성격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여기서 ‘구독’은 각 플랫폼에서 ‘친구추가’, ‘팔로잉’, ‘좋아요’ 같은 생산자-소비자 간 “느슨한 연결고리”를 뜻한다. 잠재 독자들을 각 대표 플랫폼 내에서 “중앙 브랜드를 인지하고 찾아보는 독자”로 바꿔 미디어 시장 전체 영향력을 키우면서 결국엔 “중앙 뉴스서비스를 제 발로 찾아와 보는 사람”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한 독자 타깃팅, 최적의 콘텐츠 주문과 유통, 별도 서비스 운영 등 마케팅과 전략기획성 실험이 이들의 역할이다.


이 팀의 임무는 전적으로 지난 2~3년 간 축적된 디지털 데이터에서 비롯된다. 그간 축적된 데이터엔 단순 인구사회학적인 독자 정보를 넘어 자사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독자의 행동 데이터도 반영이 됐다. 이학진 중앙 독자개발팀장은 “다들 유료 콘텐츠 비즈니스를 지향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번에 가는 건 어렵지 않나. 중간단계를 밟되 독자와의 연결고리를 늘리기 위한 상품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기술이나 데이터적으로 가설을 세워 실험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상태다. 예컨대 사이트 방문자에게 구독 권유를 한다면 첫 기사를 볼 때 할지, 3~4개를 봤을 때 할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JA(중앙 애널리틱스)가 콘텐트 분석툴이었고 기사 관점에서 데이터 소비를 봤다면 이젠 독자가 제일 위에 있다. 실험을 통해 이용자 관점 레퍼런스를 쌓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앙은 지난해 4분기부터 모바일 페이지 상단 탭에 맞춤형 뉴스 제공을 위한 ‘뉴스FIT’을 만들고 여러 실험을 감행해 왔다. 아이콘 모양이나 관련 기사 위치를 바꾸거나 역 스크롤 시 다른 뉴스를 추천하는 등 인터페이스와 사용성 변화에 따른 독자분석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여기엔 독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뉴스 추천에 반영하는 알고리즘이 반영됐다. 가령, 아무런 설정을 하지 않은 유입자에겐 네이버에서 30, 40대가 많이 본 뉴스를, ‘성별’과 ‘나이’를 입력한 이용자들에겐 유사한 인구사회학 배경을 가진 이들이 본 기사를 추천한다.


나아가 3~4번 정도를 방문한 독자들은 유사 ‘소비 패턴’을 보인 독자들이 본 콘텐츠를 추천받는다. 콘텐츠 소비 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일한 기사에 높은 몰입도를 보인 독자에게 상호 간 아직 보지 않은 뉴스를, 분야를 막론하고 추천하는 알고리즘도 있다.


육근영 중앙 디지털컨버전스 팀장은 “JA를 업계 최초로 하기 1년 전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현재까지 이어진 상황인데 결국은 JA로 콘텐트별 분석이 되니까 가능했던 일”이라며 “개인적으론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기사’에서 ‘독자’로 이제 두 번째 단계 초입에 들어온 게 아닌가 보고 있다. 연말까진 실험에 대해 일정 부분 답을 얻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자체 모니터링, 데이터 분석 툴 마련한 KBS·한국경제신문
자체적인 데이터 수집이나 분석 시스템을 마련해 콘텐츠 제작이나 유통에 활용하는 모습은 국내 타 매체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KBS는 지난 2014년 네이버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플랫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 최근 2~3년 새 적극 이용 중이다. 네이버 현 시간 이슈가 워드 클라우드로 한눈에 보이고, 자사는 물론 타사의 어떤 뉴스가 얼마나 소비되는지 정보를 제공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모니터링 시스템의 경우, 구독자수는 물론 ‘좋아요’나 ‘공유’, ‘리트윗’이나 ‘멘션’ 같은 독자 반응 정보도 포함돼 있다. KBS 직원들이면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기자들, 특히 디지털 부문 유통과 제작을 담당하는 팀장급 이상 간부들의 트렌드 읽기와 판단을 돕는 데 적극 이용되고 있다.


김양순 KBS 디지털뉴스 팀장은 “제작부서에서 타사 기사 중 많이 보는 이슈 키워드를 파악해 비어있는 부분들을 제작하는 식으로 이용한다. 유통단계에선 플랫폼 성향에 맞게, 인스타그램에서 1분짜리 어떤 영상이 많이 돌면 어떤 부분을 잘라 올릴지 참고하고 텍스트 기사는 포털에 올리는 것처럼 유통전략 판단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도 지난 2017년 10월 쯤부터 자체 데이터 툴 ‘한경에코’ 개발에 나서 지난해 2월 도입, 현재 구동 중이다. 기존 GA(구글 애널리틱스) 데이터에 회사 내부 지표를 더해 고도화함으로써 기자별·기사별 데이터를 제공하는 통계툴을 WCMS에 붙였다. 이상훈 한경닷컴 디지털서비스 부장은 “일선 기자들이 따로 분석할 여력이 없는데 제한적이나마 지표를 제공하면 도움이 되리라 봤다. 특히 언론사가 콘텐츠를 생산할 때 데이터 기반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생각이 근간”이라며 “30분 단위로 어느 곳을 통해 많이 들어오는지 PV현황을 파악하는데 이를 하루 이상 단위까지 분석하도록 고도화하는 작업을 올해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를 제외하면 대다수 국내 언론은 GA(구글 애널리틱스)나 NA(네이버 애널리틱스), SNS 관리자모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치 정도를 데이터로 파악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독자 데이터’와 관련한 국내 언론 전반의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데이터 분석 주인공은 독자가 아니라 기사”… 국내 언론 데이터 현주소
한국신문협회가 발간 예정인 ‘신문사 독자 데이터 기반 수익 창출 전략(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신문협회 회원사 18곳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인구사회학적 독자 데이터만을 수집하고 있다는 응답이 55%로 가장 많았다. 분석 빈도도 필요할 때 가끔 한다는 경우가 66.7%로 가장 많았고, ‘거의 매일 분석(1곳)’과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분석(2곳)’한다는 곳은 적었다.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야 한다’고 하지만 독자 파악의 근간이라 할 데이터를 대하는 우리 언론의 현주소는 이렇다.


언론사의 먼 꿈이라 할 ‘유료화’에 대한 대비라는 측면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좋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영국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 네덜란드 NRC, 노르웨이 십스태드는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미터드·프리미엄(freemium)·다이내믹 페이월 등 유료화 전략을 구사 중이다. 기술력과 자본력 차이, 시장규모, 언론 상황 등 여러 조건이 달라 도식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기반이 독자 데이터라는 점은 동일하다.


인터넷 매체 디지털 부문 한 관계자는 “독자, 독자 말은 하지만 데이터 분석 시스템에서 여전히 주인공은 독자가 아니라 기사”라며 “장기적으론 구독 시스템을 확보시키는 게 관건이겠지만 기사 등 서비스에 긍·부정 취향이나 정보를 입력하는 것처럼 인터랙티브 요소를 늘려 독자 데이터 확보를 하는 게 필요하다 본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를 전적으로 국내 언론의 무능함이나 게으름으로만 탓할 순 없는 구조가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포털 체제에 종속된 현 환경이 그것이다. 이 시장에선 포털이 뉴스를 보는 독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데이터가 왜곡된다. 언론사의 자생적인 데이터 분석이 자리잡기 어렵다. 무엇보다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뼈아프다. 독자 입장에선 포털의 공짜 뉴스를 두고 굳이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할 이유도 없고 돈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돈 받고 팔 상품이 없는” 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분석 필요성은 당장의 현안에 후순위로 밀린다.

◇다시 귀결되는 경영진의 인·물적 투자, 인식 문제
데이터와 관련해 현재 우리 언론이 마주한 문제는 관련 전문 인력이 없고 데려온다 해도 분석할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 생명은 점점 짧아지고 시장의 변화 주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결국 이에 대한 대응은 언론사 경영진의 인·물적 투자와 인식 개선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자사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한 정한진 KBS 데이터저널리즘 팀장은 “꼭 언론사라기보다는 디지털 시대 기업이 대응하는 방식은 ‘속도감’이다. 당장 뭘 만들어 CMS에 붙이려 낑낑거리고, 오래 붙잡아 분석하고 있다 보면 바뀐 세상을 다루지 못하는 결과물을 내놓게 되기 십상”이라며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게 그런 인력들의 내재화다. 적정 사이즈의 적정 인력군이 만들어지면 대응이 된다. 외부 업체에 맡기면 조직에 디지털 경험이 쌓이지 못한다. 이런 인력을 내부로 끌어들이는지 밖으로 내돌리는지가 조직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언론사로선 콘텐츠 데이터에 대한 대응부터 나서는 게 절실해 보인다. 중앙 역시 콘텐츠 데이터 축적이 선행됐다. PV는 물론 재순환율, 이용자 반응 등을 콘텐츠별로 데이터화했다. 글자 수 대비 뉴스 소비 시간을 계산한 DRI지수를 개발해 기사 작성에 활용해 왔고, 중앙인덱스라는 콘텐츠 평가지표도 내놨다. 여기 독자라는 관점을 더하겠다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콘텐츠 제작이나 유통에 어떻게든 써먹으려는 시도는 이미 업계에 널리 퍼져있다. 서울경제신문 ‘썸’ 팀은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고부터 유튜브 채널 관리자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독자 데이터를 적극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사후 분석이 아니라 기획부터 제작단계에 이르는 과정에 데이터를 놓고 판단하는 것이다.


최형욱 서울경제 디지털미디어 부장은 “크게 간섭을 안 하는데 기자들이 일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 기존 올린 영상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더라”면서 “큰 그림을 보며 방향성을 잡고 단지 구독자수가 아니라 언론사 정체성과 역할에 맞는 콘텐츠를 내기 위한 판단을 하는 데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언론에선 자체 분석툴을 개발키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한겨레신문은 ‘HA(가칭)’ 개발을 두고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신문사 한 디지털 부문 관계자는 “의미 있는 데이터는 쌀 100㎏을 부어 소주 한 컵 만드는 작업이다. 쌓이면 쌓일수록 진액이 나오겠지만 쓰레기 데이터도 많을 거란 의미다. 경영진이 미래 투자로 생각하고 버티지 않으면 데이터를 다루는 팀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독자를 알고 싶은 건지, 거기 맞춰 어떻게 서비스 콘텐츠를 내놓을지 방향성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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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6만명 데이터 보유한 조선 위클리비즈, 비결은 ‘선택 배달제’

- 섹션만 구독땐 3000원... 본지 독자는 신청시 무료지만 '독자정보 입력' 조건 달아

- 지역, 성별, 연령, 관심사 파악... 구독자 절반이 진성 독자


주요 언론사의 독자 데이터 수집은 온라인 영역과 디지털 콘텐츠를 매개로만 이뤄지진 않는다. 조선일보가 ‘위클리비즈(Weekly BIZ)’를 유료 격주간지로 전환하며 ‘독자 데이터’ 확보에 나선 시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3월부터 조선은 주말 프리미엄 경제·경영 섹션인 위클리비즈(8면)를 독립된 유료 격주간지(16면)로 전환했다. 전체 구독자가 아닌 원하는 독자들에게만 전하는 ‘선택 배달제’로 바꾸며 위클리비즈만 구독 시 3000원을 부담케 했다. 단, 기존 조선 독자들에겐 구독신청을 통한 ‘공짜’ 이용의 길을 열어줬다. 대신 ‘독자 정보’를 함께 입력하는 게 전제조건이었다.


이렇게 수집한 위클리비즈 실명독자 데이터는 현재 5~6만 명 규모다. 지국이 보유한 거주지 정보에 성별·연령, 독자 개개인의 관심 분야가 포함된 정보다. 특히 뉴스레터 등에 동의한 구독신청자 절반 가량은 진성독자로서, 다양한 마케팅의 핵심 축이 된다.


우병현 조선일보 디지털전략실장은 “지국 등에 주소지 같은 정보야 있지만 독자가 어느 분야에 관심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뉴스레터를 보내 테크, 문화, 스포츠처럼 복수 체크하게 하고, 민감한 연령 정보 등은 설문조사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회사 이벤트나 강연, 전시회 정보, 설문을 이메일로 보내면 응답 오픈율이 올라간다. 실제 점점 높아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내부에선 데이터 관련 인력양성의 모멘텀이 된 측면도 있다. 최근 1년 새 판매국 인력이 디지털전략실로 발령받은 후 타 기업에서 교육을 받는 등 경영직군 4명 가량이 위클리비즈와 웹 데이터 분석을 시도해 오기도 했다. 조선 독자로의 확장을 위한 ‘테스트 베드’이자 온·오프 데이터 통합으로서의 의미도 작지 않다.


우 실장은 “조선일보 전체독자가 대상이면 좋겠지만 규모가 작아 아쉽다. 회사 행사 추첨이나 초대처럼 독자만족을 위한 인터랙션 기능이 현재로선 크다. 확장성을 두고 고민 중”이라며 “마라톤 행사만 해도 참가자가 1년에 2만 명이다. 신문 관련 연간 여러 이벤트 참가신청자 데이터를 추가로 모아 분류하고 군집화해 잠재 독자 파악까지 되는 분석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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