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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독자가 왜 항의하는지 얼마나 알고 있나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 ② 독자를 만나는 길

김고은 기자2019.01.09 15:27:07


“독자가 누구인지 돈을 줘서라도 알고 싶다.”


오랜 시간 독자는 미지의 대상이었다. 매달 꼬박꼬박 구독료를 내는 독자가 있어도 정작 뉴스룸은 그들이 누구인지, 왜 신문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다. 기사를 출고하면 그걸로 끝. 독자 반응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세상이 달라졌다. 종이신문과 고정형 TV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저널리즘의 지형이 급변했다. 소수의 언론이 경쟁하던 과거와는 전혀 딴 세상이 됐다. 무한경쟁의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는 게 급선무였다. 클릭수와 페이지뷰를 무기로 근근이 버텼으나 회의감도 팽배했다. 그제야 비로소 독자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고, 제작에도 반영한다. 카드사들은 고객의 소비 습관을 철저하게 분석해 맞춤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카드가 금융회사가 아닌 ‘데이터 사이언스 기업’을 표방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고객’인 독자를 모른다. 알려고 한 적도 없고, 기껏 손에 쥔 정보도 부족하다. 뉴스 이용자들에 대한 분석도 구글이나 네이버 등에서 제공하는 분석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수다. 독자를 모르니 독자에 대한 맞춤 전략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가운데 신문 구독자 수는 꾸준히 줄고 있고, 광고 수익은 매년 줄어들거나 겨우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디지털 광고 시장은 유튜브,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뚜렷하다.


광고 기반의 사업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미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광고 중심에서 구독 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7년 이른바 ‘2020 보고서’에서 ‘구독 중심 비즈니스’를 천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익률이 낮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클릭수와 페이지뷰 경쟁에 공을 들이지 않겠다면서 “구독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더 강력한 광고 비즈니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는 국내 언론에서도 미약하나마 감지되고 있다. 뒤늦게 독자를 만나고 알아가며,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다. 기자협회보 신년기획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 두 번째는 바로 그 독자를 찾아나서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독자참여저널리즘이 퀄리티저널리즘
“언론사는 끊임없이 시청자와 독자를 연구하고, 그들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시청자와 독자가 어떻게 변하고 환경에 적응하는지 알아야 한다.”


톰 로젠스틸 미국 언론연구원장이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손석희 JTBC 사장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독자 참여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가디언은 이미 2011년부터 뉴스 편집계획의 일부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왔다. 이후 진행된 가디언의 디지털 혁신은 ‘독자와 관계 맺기’가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이근 한겨레 기자도 일찌감치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는 2013년 한겨레 창간 25주년 기념 백서 제작에 참여하며 미래 언론의 화두로 개방, 공유, 협력을 꼽았다. 당시 한겨레는 사내외 합동 지면 제작 기구인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와 함께 “편집 방향에 실시간으로 독자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톡톡하니’”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됐다.


그로부터 5년 뒤, 한겨레21 편집장이 된 그는 미완의 실험을 이어가기로 한다. 한겨레21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독자편집위원회, 이른바 ‘독편3.0’이 그것이다. 오프라인 정기 독자 모임,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독편을 거쳐 독편3.0은 한겨레21의 진성독자가 참여하는 ‘단톡방’을 중심으로 한다. 독자 전용 휴대폰에 개설된 단톡방에는 류이근 편집장과 독편을 담당하는 진명선 기자, 그리고 70여명의 독자가 참여해 직접, 수시로 소통한다. 편집장이 매주 표지 후보를 단톡방에 올려 의견을 묻고, 그 결과를 공유하며, 한겨레21에 대한 리뷰와 의견을 주고받는다. “기자들이 전유하던 뉴스 보도 이전의 과정을 공유하는 새로운 존재가 독편”인 셈이다. 물론 단톡방의 의견과 뉴스룸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왜 다른 표지가 선택됐는지 독자가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장이 설명한다.


독편은 단순히 의견 개진을 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지난해 7월 노회찬 정의당 의원 서거 당시엔 독자들이 낸 의견이 추가 기사로 채택되기도 했다. 한겨레21은 더 나아가 표지이야기 아이디어 발제부터 취재까지 독자가 참여하는 표지공모제를 진행 중이다. 류 편집장은 이를 “새로운 독자 참여저널리즘의 신호탄”이라고 설명한다. “독자들과 단톡방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됐다는 거다. 때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는데, 그게 단순히 재미와 의미가 있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콘텐츠 퀄리티를 끌어올린다고 생각한다.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를 배가시켜주는 측면에서 독자와의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의 효용은 크다.”


뉴스룸을 뉴스 커뮤니티로 확장하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대구, 제주 등 일부 지역의 독자 모임이 구체화 되고 있다. 단톡방과 별개로 지면 개편 등 편집장이 주도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200여명의 독자 풀도 있다.
왜 독자 참여 저널리즘인가. 당연하지만 생존 때문이다.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생존 기반이 튼튼해졌는지, 얼마나 강해졌는지 자신 있게 계량화해서 보여줄 수 없다. 다만 이게 힘이 돼서 독자 후원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류 편집장은 독편 활동을 하는 독자로부터 후원 모델을 제안 받았고, 곧 실행을 앞두고 있다.



시사IN의 생존 전략 역시 독자가 중심이다. 시사IN만의 분석이 담긴 심층보도가 콘텐츠 전략의 한 축이라면, 독자와 접촉면을 어떻게 넓혀갈 것인가가 또 다른 축이다. 광고보다 구독료 비중이 높은 주간지의 특성상 정기 독자가 갖는 무게가 남다른 까닭이다.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은 “더 이상 광고나 큰 손의 후원자에 기대는 것은 지속성을 가질 수 없고 다수의 소액 후원 독자와 기사에 대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충성도 높은 독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디지털 시대에 특히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우리 또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고, 주기적으로 독자 데이터를 가지고 내부 여론조사를 하면서 지면 콘텐츠에도 반영하고 오프라인 실험 역시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IN은 2017년부터 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기자와 독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중림동 다이내믹’ 행사를 가졌고, 지난해에는 이를 확대한 형태의 영화제를 개최해 독자들과 만났다. 이제는 시공간의 한계와 확장성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세상에서 독자와 접촉면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고제규 국장은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경험의 무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독자들이 일방적으로 잡지를 받아만 보다가 오프라인에서 기자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주고받으면 단순히 시사인 독자가 아니라 구성원의 한 명이 된 것 같다고 한다. 그게 우리의 자산이고, 그렇게 오래 인상이 남는 경험을 많이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독자 의견에 귀 기울여
모든 언론사가 이렇게 직접 독자와 소통하고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독자 5만 명의 언론사와 50만 명의 언론사의 생존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독자와 독자 의견을 대하는 뉴스룸의 태도는 분명 변하고 있다. 조직 자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11월 편집국에 독자팀을 신설했다. 연합뉴스 편집국 내 부서에 독자라는 이름이 붙은 팀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자팀에선 카카오톡과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한 기사 제보 처리 등을 담당하며 일종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 제보자들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축적해 간담회에 초대하거나 취재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충원 독자팀장은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 고급 카메라와 네트워크로 무장한 강력한 시민들을 연결하고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자팀에는 기사에 대한 항의나 수정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이충원 독자팀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지점이다. 그는 “항의를 듣고 싶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이 팀장은 “핵심은 제보보다 항의에 있다”며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지 않나. 항의가 제보고, 항의 속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S도 지난해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시청자 참여를 화두로 내세웠다. 시청자권익센터를 신설해 홈페이지 상단에 메뉴를 배치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벤치마킹한 시청자청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청원 동참자가 1000명을 초과하면 담당자가 답변을 하는 식이다. 지난해 9월 첫 시청자청원 페이지를 개시한 이래 약 4개월 간 250여건의 청원이 등록됐고, 이 중 10건에 대해 답변이 이뤄졌다. 과거 시청자상담실을 운영할 때보다 트래픽도 늘었다. 시청자와의 접점이 KBS의 중요한 가치라는 것은 조직개편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경영본부에 배속돼 있던 시청자국을 시청자센터로 확대 개편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 같은 시스템적인 변화는 최근 ‘저널리즘 토크쇼J’ 공개방송 같은 시청자 참여 아이템 신설 등 내용적인 변화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용수 KBS 시청자서비스부장은 “정치적 논란을 떠나 우리사회에서 공영방송의 이념과 가치, 사회적 제도나 기구로서의 역할이 국민과 계속 공유돼야 한다”며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에게 KBS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가치가 있는 조직인가 계속 확인시켜주는 시도”라고 말했다.



◇“실험하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독자라는 개념은 더 모호하다. 그래서 더 알아야 하고, 그 탐구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 뉴욕타임스의 뉴스 유료화 모델이든 가디언의 후원 모델이든 결국 디지털 세상에서 독자들이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 시작은 독자와 관계를 맺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독자를 어떻게 규정하고, 그 독자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중앙일보는 2017년 1월부터 중앙애널리틱스(JA)라는 자체 분석 툴을 이용해 독자 반응을 데이터로 축적해왔다. 처음엔 자신이 쓴 기사를 객관화해서 본다는데 거부감을 느꼈던 기자들도 이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앙은 올해 방향성을 구독 기반 서비스로 설정했다. 사용자와 커넥션을 갖고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학진 독자개발팀장은 “독자를 실제 찾아가 어떤 것들을 우리에게 바라는지 니즈(needs)도 듣고, 그 니즈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데이터에 기반해 구독자가 많이 있는 곳을 찾아가서 노출시키고, 독자 반응을 데이터로 만들어 이들과 커넥션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독자와의 관계가 탄탄해지면 유료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뉴스레터,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외부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이미 다수의 언론사들이 뉴스레터와 SNS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뉴스레터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고제규 편집국장은 말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정답을 갖고 있는 언론사는 없을 것이다. 실험을 하는 언론사와 하지 않는 언론사만 있을 뿐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과감하게 실험해야 한다. 실패하면 접고 성공하면 그 중 한두 개를 가져가면 된다. 실험하지 않으면 무력하게 영향력이 떨어지고 독자가 감소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실험하면서 길을 찾아가야 한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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