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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도 많을 수록 모방 위험도 커져...용어 사용도 자제해야"

'자살예방 권고기준 3.0과 유명인 자살 언론보도의 지향점' 세미나

최승영 기자2018.12.07 11:43:23

2016년 한해동안 우리나라에선 1만 309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만명 당 자살자 수는 25.6명으로 OECD 평균(12.1명)의 2배가 넘는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2위를 기록했다. 13년 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에선 겨우 벗어났지만 나아졌다고 말하기 남우세스러운 수준이다. 여기 언론 보도의 책임은 없을까.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주최, 6일 제주KAL호텔에서 열린 ‘자살예방권고기준 3.0과 유명인 자살 언론보도의 지향점’ 세미나는 이를 돌아보는 자리였다. ‘자살예방권고기준 2.0과 3.0’ 제정과 이후 여러 노력이 겹치며 변화의 조짐은 분명히 있었지만 ‘고 노회찬 의원 사망 보도’처럼 “과거로 돌아간 듯한”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이날 참석한 전국 사회부, 편집부, 문화·연예부 기자 70여명은 열띤 토론을 벌이며 질답을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입장에서 오는 여러 고민을 나눴다.


제1세션에서 김영주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발표하는 모습.

▲제1세션에서 김영주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발표하는 모습.

제1세션 발표를 맡은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제정 이후 나타난 성과를 소개하며 그 의의를 설명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자살보도 시 참고할 가이드라인으로 2013~2014년 ‘2.0’을 개정한 것이다. 분량을 줄이고 선언적인 지침을 구체적으로 바꿔 내놨다.


△기사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 사용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 보도하지 않기 △자살 관련 사진 및 동영상은 모방자살에 유의해서 사용 △자살 미화와 합리화를 하지 말고 부정적인 결과와 예방정보 제공하기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 사생활 존중 등 5가지 기준과 △유명인 자살보도시 기준 더욱 엄격 준수의 강조라는 별도 원칙으로 이뤄진다.


김 위원에 따르면 처음 권고기준이 제정된 이후 느리지만 분명한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그는 배우 조민기씨 사망 당시 보도를 예로 들며 “헤드라인에 ‘자살’이 들어간 기사 수가 크게 줄었고 자살방법도 과거처럼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는 경향이 보인다. 이 기사에선 자살예방 전화도 적혀 있는데 분명 달라진 모습”이라고 했다.


또 샤이니 종현이 숨진 후 “팬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방자살의 위험을 걱정하는 글을 팬들이 남기고 이를 인용한 기사들이 등장했다”며 과거 연예인 사망 시와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자살을 보도하지 않는 소극적인 차원 이외 자살 예방을 위한 적극적 보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이 같은 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언론이 이 사안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는 입장에선 ‘팩트’이고 ‘기삿거리’뿐일 수 있지만 실제 “자살 관련 보도가 많을수록 모방 자살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 위원은 “세 곳에서 자살 보도를 하는 것보다 한 곳에서 하는 경우 자살 모방률이 84% 감소한다”, “자살 보도가 1면 헤드라인이나 대대적으로 보도될 때 모방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전하며 “유명인 자살사건 보도 시 모방 자살 영향력은 일반 자살사건보도의 14.3배였다. 보도 매체수도 많아져서 파급력은 배가되고 특히 같은 방법을 사용한 자살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제2세션에서 유현재 서강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제2세션에서 유현재 서강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제2세션 ‘유명인 자살과 언론보도’에선 언론보도 이외 드라마와 웹툰, 인터넷, 인플루언서 등이 자살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발제를 맡은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SBS 드라마 ‘훈남정음’, OCN 드라마 ‘손더게스트’ 등에서 자살을 표현한 방식을 사례로 들며 “‘훈남정음’에서 투신을 유흥으로 포장을 한다. 다이빙선수가 투신을 하는데 사운드이펙트가 나오고 박수소리가 나온다. ‘손더게스트’에선 (잔혹한 자살 묘사가) 15세 관람으로 나왔다. 전 좀 이게 무서웠다. 애들이 가장 TV를 많이 보는 시간대가 밤 11시 쯤이라고 하는데 이때 이런 자살방식을 보여주는 건 위험하다 본다. 일반 성인들과 달리 청소년에겐 무서운 결과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살과 관련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자살조차 일종의 재미있는 콘텐츠화되는 현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따랐다. 유 교수는 “자살을 생방송하거나 자해를 자랑하는 콘텐츠도 나온다. 성인들이 ‘저런 걸 왜 유통하지’ 하는 게 자랑이 되고 ‘좋아요’를 받으며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면서 “유명인들이 ‘예전에 자살시도를 했었다’는 것들을 너무 쉽게 꺼내고 이게 콘텐츠가 되는 것도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시간 중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이 발언하는 모습(제일 왼쪽부터). 유현재 서강대 교수, 김영주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사회), 최우석 조선일보 미래기획부장이 발표와 발언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을 밝혔다.

▲이날 토론시간 중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이 발언하는 모습(제일 왼쪽부터). 유현재 서강대 교수, 김영주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사회), 최우석 조선일보 미래기획부장이 발표와 발언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을 밝혔다.


이날 토론 세션에선 최우석 조선일보 미래기획부장(한국기자협회 부회장)과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이 참석해 발제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자살문제에 대한 (안좋은) 영향은 굉장히 넓게 퍼져 있는데 충분히 사회적 합의로 끌어내고 논의하는 게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다. 국민들이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과 연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설문의 경우 이미 대세가 결정이 됐는데 일반 국민들 입장은 어떤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대세”라며 “법적인 부분과 자율규제도 필요할 텐데 이 와중에 기자들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우석 조선일보 미래기획부장은 “편집국 가서 확인을 해보니까 가장 효과적인 게 어떤 기자가 자살 관련 기사를 잘못쓰거나 했을 때 (지금 센터에서 하고 있는) 계도성 항의성 이메일을 보내는 거더라. 편집국에서도 그 메일을 받고 ‘이렇게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쓴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이어 “뉴스 보도만 갖고도 문제가 많은데 창작의 영역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이 있었던 거 같지 않다. 규제 문제를 비롯해 (언론사 등이) 자율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생각들을 진지하게 해봐야 하는데 기자들이 사회에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6일 제주시 제주KAL호텔에서 열린 '자살예방권고기준 3.0과 유명인 자살 언론보도의 지향점' 세미나에서 참석한 기자 등이 기념사진 촬영을한 모습.

▲6일 제주시 제주KAL호텔에서 열린 '자살예방권고기준 3.0과 유명인 자살 언론보도의 지향점' 세미나에서 참석한 기자 등이 기념사진 촬영을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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