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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화는 새 방식을 관철한 인물의 ‘태도’에 대한 전기”

프로파일러 웹논픽션 ‘악의 해석자’ 연재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

최승영 기자2018.08.02 16:06:51

전직 기자는 노트와 펜부터 꺼내놨다. 다 준비됐냐는 듯 상대를 쳐다봤다. 자신의 워딩을 계속 판단하는 신중한 말하기가 이어졌다. 대한민국 제1호 프로파일러 웹논픽션 ‘악의 해석자’를 취재할 때의 태도였을 게다. 저 표정으로 연쇄 살인 사건 당시 권일용 전 경정과 동료들의 활동·심리·핵심자료는 물론 날씨·옷 차림새·식성·차종까지 캐물었을 것이다.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는 작품 프롤로그에서 “이 실화는 인물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관철시킨 그들의 태도에 대한 전기”라고 했다. ‘태도’를 알아보는 안목은 같은 ‘태도’에서만 비롯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제1호 프로파일러를 다룬 웹논픽션 ‘악의 해석자’ 저자인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인근 카페에서 취재과정, 사업준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1호 프로파일러를 다룬 웹논픽션 ‘악의 해석자’ 저자인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인근 카페에서 취재과정, 사업준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6년 1월경에 서대문 본청 앞에서 처음 뵀어요…사람을 대하는 톤 앤 매너, 눈빛, 태도, 말투 이런 게 잘 맞았어요…공무원 조직에서 없던 팀 인사발령을 권일용이 어떻게 받았을까요. 어렵지만 많은 동료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던 거죠…땀과 노력을 알리고 싶었고…프로파일링의 심리적 본질을 깊이 전달하고 싶었어요.”


15년차 한겨레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였던 고 대표는 항상 쓰기 위해선 그 대상이 돼야한다고 믿는 쪽이었다. ‘권일용되기’는 2016년 출판사의 제안으로 현실화할 수 있었다. 2015년 지존파 납치 생존 여성 인터뷰의 스토리펀딩 연재로 범죄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차 기회가 왔다. 2000년대 무차별 살인이 터지고 사회에서 ‘괴물’이라 부르는 이들이 탄생하며 프로파일러에 관심이 쏠렸다. 고 대표는 ‘괴물되기’로 괴물을 잡는 프로파일러처럼 ‘권일용되기’로 텍스트 안에 그를 온전히 살려내려 했다. ‘거리감’을 느껴보려 그가 걸었던 구로 고척동 범죄현장을 걸어보고, “오로지 교도소와 구치소의 공기를 한 번 마셔보고 싶어” 서울 구치소에도 들어가 봤다. 범인 얘기를 듣기 위해 강호순·유영철 인터뷰도 시도했고, 피해자 유가족과도 연락했다.


“한국 경찰사상 첫 공채 프로파일러 1기 졸업생 15명 중 인터뷰 요청만 10여명에게 넣어 4명을 만났고요…내가 말하는 나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를 비춰줄 거울은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요…2000년 권일용이 발령받고 읽은 범죄심리학 책을 똑같이 읽으려 했어요. 권일용을 추체험하는 거죠.”


‘악의 해석자’는 지난해 12월 고 대표가 한겨레 자회사 팩트스토리 수장을 맡고 내놓은 첫 작품이면서 저자로서 당분간 마지막이 될 결과물이다. 팩트스토리는 실화 기반 웹소설·팩션 등 실화 스토리를 기획·제작하는 회사다. 올 2월 직원 2명을 채용해 현재 8건의 실화 스토리 계약을 체결해 제작 중이고 이중 2건은 제작을 완료했다. 그러니까 지난달 23일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우선 공개된 이 작품은 사업가 고나무의 첫 성적표이기도 하다. 31일 현재 2만9232명이 구독 중이다. 오는 9월엔 책 출간도 예정됐다. 고 대표는 “초대박은 아니지만 괜찮은 성적”이라고 평했다.


‘정경사’를 겪고, ‘라이팅’을 중시하는 주간지 성격 부서에 오래 몸담은 전직 기자는 이제 보도자료를 쓴다. “사업은 네 글자로 ‘돈 버는 거’”라는 말을 술자리서 한다. 2020년까지 100여개의 ‘실화’ 원천 스토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 판권 판매, 제작사와의 실화 콘텐츠 공동개발 등 협의를 진행 중이다. 외부 투자 유치에 힘쓴다.


고 대표는 “쓰고 싶은 게 항상 분명했고, 조직 안에서 그걸 구현할 곳이 어디일지를 고민하며 살았다…지금은 CEO고 이걸 하려 한다. 영원히 책을 안 쓸 수도 있다. 기자하다가 나간 선배가 기자 할 때보다 좋냐는 질문에 이런 표현을 쓰더라. ‘천 배 즐겁다. 그런데 만 배 힘들다.’ 저도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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