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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계엄령 문건, 전두환 신군부 때보다 진화했다”

‘기무사 문건’ 접한 기자들 반응

강아영 기자2018.08.01 16:43:00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서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 현판식이 열렸다. /뉴시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서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 현판식이 열렸다. /뉴시스


“모골이 송연했다.” 국군기무사령부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본 기자들이 그 정교함에 혀를 내두르며 한 소리다. 지난달 공개된 이 문건엔 위수령부터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계엄 선포 과정과 계엄 시행 후 각 부처와 시설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세부계획이 67페이지에 걸쳐 서술돼 있다. 특히 문건 말미엔 KBS, 조선일보, 연합뉴스 등 신문·방송·통신사 총 102개 매체에 통제요원을 편성해 보도내용을 사전 검열한다는 내용과 이를 위반할 시 형사처벌과 매체 등록 취소까지 아우르는 제재 내용이 포함돼 있어 기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는 “당시 국정농단 사건뿐만 아니라 촛불집회 모습을 자세하게 보도했던 언론을 겨냥했다는 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재갈을 물리겠다는 생각”이라며 “1980년 언론을 장악했던 마인드로 언론사를 깔아뭉개려 했던 것이다. 예전의 DNA가 그대로 남아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무사 문건엔 심지어 광화문, 여의도 등 집회 예상 지역에 계엄군을 투입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촛불정국 내내 집회를 생중계했던 박 기자는 “평화롭게 집회를 했던 시민들을 상대로 그런 계획까지 만들었다는 것이 소름 돋는다”며 “촛불집회 방송을 했던 기자들끼리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얘기를 자조적으로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기무사의 시대 착오적인 생각에 놀라움을 표현하는 기자도 있었다. 계엄령 문건을 보도한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는 “누구나가 언론인 시대에 SNS 통제를 통해 여론 조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자체가 굉장히 놀랍다”며 “외신까지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 착오적인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21세기에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게 납득이 안 되는 한편 우리 사회가 언제든지 퇴행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무사 문건은 실제로 헌법과 법률상 기본권 제한이 가능한 사안들을 열거했고 이에 따라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에 한해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위법적인 내용도 상당수 있었다. 위수령 시행 시 병력출동 승인 권한은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있지만 육군총장 승인 후 별도의 절차를 통해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사전에 반정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한 후 이를 위반하는 국회의원을 집중 검거해 국회 계엄해제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모두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민주주의를 유린하려는 시도였다.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는 “문건을 보면 헌법과 일반법을 완전히 외면하고 무시했다”며 “언론을 단계적으로 처벌하고 폐간까지 한다는 것이나 방송사를 KBS1 TV만 남겨놓는다는 내용은 계엄법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좀 더 검토를 해야겠지만 내란죄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문건은 기무사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가 1979~1980년 자행한 내란음모 사건 때의 보도지침보다 더 진화했다는 것이 기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1986년 보도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는 “과거 계엄 하에선 언론 검열과 제재에 시차가 있었다. 언론인 강제 해직이나 언론사 통폐합은 계엄 후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 일어났다”며 “그런데 이번 문건에선 기무사가 계엄 때부터 언론 학살을 하겠다고 나와 있다. 과거보다 더 철저하게 언론을 장악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문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국방부가 구성한 독립수사단이나 일선 검찰만으로 내란음모와 헌정쿠데타 미수를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국회가 청문회를 거쳐 특별검사법을 제정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무사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국방부에 세 차례 출입한 김도형 한겨레 기자는 “이 정도까지 왔으면 폐지 수순으로 가는 것이 맞지만 정권 입장에선 기무사가 편리한 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없애지 못한다면 연간 200억원이 넘는 특수활동비를 상당 부분 줄이고 본연의 방첩 업무로만 역할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폐지 수준으로 혁파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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