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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연합뉴스 혁신 위해 ‘껍데기 쪼는’ 어미닭 역할 하겠다”

5기 이사진 이끌고 있는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김성후 기자2018.07.11 14:46:31


KBS이사회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공영방송 정상화 과정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과 달리 뉴스통신진흥회는 장막에 가려져 있었다. 연합뉴스의 독립성 및 공정성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뉴스통신진흥회의 침묵은 사실상 방관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하반기 연합뉴스 안팎에서 경영진과 함께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 동반사퇴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런 연유였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연합뉴스 대주주이자 관리 감독기구로 2005년 설립됐다. 목적은 ‘뉴스통신의 진흥과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연합뉴스사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지난 2월 뉴스통신진흥회 5기 이사진이 새로 꾸려졌다. 5기 이사진은 사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사장선출위원회를 좀 더 민주화하고 처음으로 공개정책설명회를 여는 등 ‘참여와 공개’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보인 무기력과 무책임을 반성하고 과거와 다른 뉴스통신진흥회가 되겠다는 다짐에 부합했다.


5기 진흥회를 이끌고 있는 강기석 이사장은 알을 깨기 위해서는 어미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깨야 한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인용하며 “연합뉴스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쪼는 어미닭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 4일과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 있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실에서 강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1977년 ㈜문화방송·경향신문 기자로 언론계에 들어와 경향신문 첫 직선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이후 신문유통원장, 자유언론실천재단 운영위원으로 일했다. 기자 생활하면서 두 차례 해직 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제5기 뉴스통신진흥회 출범 5개월째다. 5기 진흥회의 시대적 소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3년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지정됐다. 사영언론이 못하는, 열악한 언론사들이 할 수 없는 공영언론의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연합뉴스는 망가졌다.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정권지원통신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온전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5기 이사회 소명은 연합뉴스가 정치·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언론으로 거듭나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다.”


-‘정권지원통신사’라고 했는데, 그 근거는.
“그동안 권력에 밀착해 숱하게 편향된 보도를 했다. 편집권 독립의 상징인 편집총국장제를 폐기하고, 공정보도를 주장한 기자들을 지역으로 내쫓고, 국기 게양식을 하고, 재벌기업 간부에게 낯 뜨거운 문자를 보내고…. 이 모든 것이 망가졌다는 증거 아닌가. 이 정부 들어서도 여러 차례 워싱턴에서 오보가 있었다. 기자의 실수라고 하는데, 특파원 선발에서부터 구조적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연합이 망가졌다면 관리 감독 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에도 책임이 있지 않나.
“과거 이사회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다만 불공정 보도와 노사 갈등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안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어미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쪼아야 알이 깨지는 것처럼 연합이 잘못된 알 속에 갇혀 있다고 본다면 5기 진흥회는 밖에서 쪼고 연합 안에서 호응이 있어야 한다. 진흥회는 매달 정기이사회 때 새 경영진이 경영을 건실하게 하는지, 콘텐츠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보고 받고 그에 따른 의견을 내고 있다. 5기 이사회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권한이 뭔지 찾고 있다.”


-연합뉴스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언론이 바로 서려면 다섯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올바른 리더십, 공정인사, 교육, 소통, 책임 등이다. 바른 언론관을 가진 경영진이 세워져야 한다. 그 리더십이 공정하게 적재적소에 인사를 해야 한다. 한 눈 팔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만큼 끊임없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 시대 화두인 민주주의·평화·인권의 가치에 대해 연합 기자들이 고민했으면 한다. 또한 언론은 소통하는 ‘미디어’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소통하지 않고 권위적이다. 부단하게 안팎으로 소통해야 한다. 진흥회 차원에서 연합뉴스에 바라는 외부의 목소리를 받아 전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책임을 져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진흥회는 이런 다섯 가지 선순환 과정이 연합뉴스에서 잘 이뤄지는지 지켜보며 도와줄 생각이다.”




-연합뉴스가 최근 대규모 신입기자 채용을 했는데.
“지난 3년간 신입기자를 뽑지 않고 경력기자로만 채워서 인력구조에 문제가 많았다. 신입기자를 뽑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구나 블라인드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인재들을 뽑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다만 경력기자 채용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위엄’에 걸맞게 인사도 연합뉴스 내부에 그칠 게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계 전체로 판을 키워 유능한 인재들이라면 인터넷언론은 물론 중앙언론사로부터도 더 좋은 대우를 하면서 모셔 와야 한다.”


-연합뉴스에 바라는 의견을 받아 전달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준비가 됐나.
“언론인과 언론학자들 대상으로 의견을 받고 있다. 그게 끝날 때쯤 아니면 동시적으로 일반 독자들 의견도 가감 없이 받으려고 한다. 연합이 직접 받으면 참여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우리가 받아서 피드백까지 전달하겠다는 뜻이다. 국가기간뉴스통신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연합뉴스가 최근 정상화 길을 밟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의 잘못된 인적 제도적 문제점을 청산하고 미래비전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방향은 맞다. 다만 진흥회의 시각으로는 걸어가느냐 뛰어가느냐는 속도 차이가 있다. 우리는 ‘빨리 과감하게’를 바라지만 내부는 좀 더 조심스러운 것 같다. 사장 후보 면접 때 1년 뒤 중간평가를 제안했고, 현 사장이 이를 수용했다. 실제 중간평가를 할지는 모르지만 그때쯤 총체적 정상화 성과를 평가하겠다.”


-연합뉴스는 매년 330억원 안팎의 정부 예산을 지원 받는다. 하지만 그에 맞는 공영언론의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 강했다. 과거에 잘못한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연합뉴스는 우리 사회의 필요에 의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지정된 언론사다. 이제부터 국고 지원을 받아도 부끄럽지 않는 언론, 민주주의·평화·인권의 가치에 따라 진실을 보도하고 국익을 수호하는 언론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이 바뀐 까닭은.
“바뀐 게 아니라 실체를 알게 된 거다. 국가 지원을 법으로 정해놨다면 이유가 있다. 연합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정보주권 수호, 정보격차 해소,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목표가 있다. 연합은 세계 28개국 38개 지역에 60명의 특파원이 나가 있다. 13개 지역 취재본부가 있고, 북한 매체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개별 언론사가 수행하지 못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간 정치권력의 간섭이 심했고, 보수언론에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뿐이다.”


-연합이 보수언론에 흔들린다고 말하는 근거는.
“오랜 기자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이라고 할까. 보수언론이 특정 사안에 대해 프레임을 짜면 많은 언론들이 그 프레임에 갇혀 보도하는 경향이 짙다. 기껏해야 보수언론이 만든 여론을 방어하기 급급하고 다른 시각을 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연합도 마찬가지다. 공정·중립·객관을 얘기하지만 확실한 보도 철학이 없었던 것 같다.”


-이른바 ‘장충기 문자’에 등장한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이 공정보도 훼손, 회사 명예 실추 등으로 권고사직 처분을 받고 결국 사표를 냈는데.
“이걸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전임 편집국장의 ‘딸랑딸랑 문자’는 해사행위가 명백하다. 다른 언론사에서 광고협찬을 받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연합은 다르다. 국고 지원을 막대하게 받는 언론사 아닌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문자를 보낸 것이다. 노사합의로 발족한 혁신위원회가 여러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언론계 선배로서 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기레기’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어 착잡하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극히 일부 무지하고 편향된 기자들이 ‘기레기’다. 이들은 나태하고 오만하기까지 하다. 또한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기레기’를 벗어나려면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연구하고 고민하고 자기 기사에 책임을 지고 겸손해야 한다. 당당한 자존심과 오만은 다르다.”


강 이사장은 지난 6월 뉴스통신진흥회 사무실을 마포에서 프레스센터로 이전하면서 “정처(正處)를 찾았다”고 했다. 그렇게 말한 까닭을 물었다. “지난 12년간 뉴스통신진흥회는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였다. 뉴스통신진흥회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은 한국 언론의 상징적 장소인 프레스센터다. 프레스센터라는 정처에서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정명(正名)에 걸맞은 언론으로 거듭나도록 방향등 역할을 하겠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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