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 '단독'이 사라진다. 무분별한 단독으로 시청자에 혼란을 주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임진택 JTBC 사회3부 탐사플러스팀 기자(내러티브혁신팀장)는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손석희 사장과 기자들이 세 차례 샌드위치 미팅을 통해 앞으로 모든 기사에 단독을 붙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지난주부터 데스크들이 기자들에 공지해 시행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JTBC뉴스룸.
언론계에서는 단독 표기를 두고 꾸준히 논란이 제기돼왔다. 시청자나 독자가 중요한 이슈를 인지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보도의 본질을 흐리거나 기사 낚아채기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10년 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로의 왜곡된 뉴스 유통 구조는 언론사간 단독 경쟁을 부추겼다. 뉴스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거나 단독 모자를 억지로 씌우는 행태로 단독이 일종의 ‘공해’가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JTBC 또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JTBC뉴스룸은 <주사제 한 병 나눠 맞히곤...의료비는 부풀려 청구> 리포트에 단독을 붙여 구설수에 올랐다. 단독 표기를 본 시청자들은 JTBC가 독점으로 취재해 보도한 걸로 인식했지만, 뉴스타파에서 <주사제 1병 쓰고 5병 값 계산...보험급여 부당청구 시도>라는 제목으로 이미 JTBC와 똑같은 내용을 보도한 게 드러난 것이다.
당시 JTBC 내부에서는 ‘기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지나친 특종 욕심이라는 지적과 내부 자성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손석희 사장이 논란 직후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독을 아예 없애자”고 결론지은 이유기도 하다. 자사 뉴스를 받아쓰기하는 언론에 단독이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신뢰 훼손을 막기 위해 단독에 매달리지 말자는 움직임이다.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난 내러티브혁신팀장 임진택 탐사플러스팀 기자.
임진택 기자는 “내부적으로 ‘단독 표기를 자제하자’는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포털에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작은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독을 달았다고 해서 클릭수나 시청률이 오르는 게 아니더라”며 “(단독을 없앤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우리 뉴스를 돋보이게 하는 전략적인 면에서도 잘한 일 같다. JTBC뉴스의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굳이 안달아도 괜찮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반영된 듯하다”고 평가했다.
단독을 달지 않을 경우 받아쓰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타사의 취재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다음, 추가취재해서 쓰면 될 일”이라며 “타사보도를 인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우리 언론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단독을) 없애고 타사도 붙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JTBC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국은 한 발 더 나아가 사건 사고 뉴스의 선정성을 배제한다는 원칙도 강화한다”는 원칙도 전했다. 사안에 대한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 재연을 통한 사실의 왜곡 등을 방지하겠다는 것. 특히 엽기적 사건이나 치정 사건 등의 경우 필요 이상의 구체적 묘사와 연속 보도를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JTBC는 "현재도 나름의 기준을 갖고 보도에 임하고 있으나, 우리가 추구하는 '뉴스의 품격'을 위해 더욱 신중하자는 의미에서 편집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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