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KBS이사 해임 건의"…방통위, 해임절차 밟을 듯

업무추진비로 휴대폰 구입에 음반구입, 단란주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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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KBS이사에 대해 해임건의 등 조치를 취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했다. 야권 추천 이사 다수의 비위가 중하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고대영 KBS사장 해임까지 이를 이사회 구도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KBS 구성원들은 ‘사장 퇴진’, ‘이사회 해체 등을 요구하는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을 80일 넘게 이어왔다.

 

감사원은 24일 ‘KBS이사진 업무추진비 집행 감사요청사항’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업무추진비의 사적사용 규모 등 비위의 경중을 고려하여 해임건의 또는 이사연임추천 배제 등 적절한 인사조치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라고 방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해당 통보의 사유에 대해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 등에 사용하거나 사적사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시간, 장소, 용도에 사용하고도 객관적인 증빙자료 제출이나 소명을 하지 못해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 KBS사장에게도 증빙자료 관리 미비, 업무추진비 지급 목적에 맞지 않는 지불이 가능하다고 한 안내 등 관리 소홀을 지적하며, “사적용도에 집행된 업무추진비를 회수하는 등 업무추진비 집행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 주의를 통보했다. 


감사 보고서 상에서 KBS 11인 이사들은 각각 알파벳 B부터 L까지 지칭됐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B는 이인호 이사장, C는 김경민 이사, D는 강규형 이사, E는 조우석 이사, F는 전영일 이사, G는 김서중 이사, H는 이원일 이사, I는 차기환 이사, J는 권태선 이사, L은 장주영 이사, K는 변석찬 이사 등이다. B·C·D·E·H·I·K 이사가 야권 추천, F·G·J·L 이사가 여권 추천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들 이사는 재임 기간 중 총 1175만 4000원의 업무추진비를 부당집행했다. 또 7419만 3000원의 금액에 대해 사적사용으로 의심되는 용도에 사용했거나 직무관련성에 대해 소명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24일 공개한 감사보고서 중 일부 갈무리.

▲감사원이 24일 공개한 감사보고서 중 일부 갈무리.

부당집행 한 금액이 큰 순으로 살펴보면 이사 재임 중 총 448만 8000원을 333회에 걸쳐 사적용도로 사용한 차기환 이사는 KBS자산으로 등록된 노트북을 지급받은 후 사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해 12월 주변기기 구매 등의 용도로 총 10회에 걸쳐 80만 6000원의 금액을 임의로 썼다.


또 KBS로부터 휴대폰을 지급받고도 추가로 휴대전화 단말기 등을 업무추진비로 구입(86만 2000원)했고, 액정파손 수리비용 역시 이로 지급했다. 자녀 학원과 본인 사무실 인근 카페 등에서 개인적인 식사비, 음료구입비를 지출 한 것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개인 식사비 집행 등과 관련 “동료이사와 다른 사람으로부터 ‘개인 식사비 집행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듣고 개인 식사비로 집행했다”는 소명에 대해 “업무추진비의 집행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사무국에서는 관련 질문을 받거나 개인 식사비 집행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외협력을 위해 지원되는 업무추진비를 개인 식사비로 집행하는 것은 업무추진비 집행 목적상 인정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강규형 이사는 재임 기간 254회에 걸쳐 327만 3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해 지적받았다. 강 이사는 명지대 교수로 애견 동호인 행사 등에서 KBS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비위사실을 제보한 동호인에게 백여차례의 문자테러를 가하고, 파업 중인 KBS 조합원을 조롱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개인적인 취미행사로 ㅅ행사에 참석 후 동호인 회식비 30만 4000원을 결제(동호회 회원이 대리결제)하는 등 6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로 87만 8000원을 집행한 사실이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그 외 카페, 개인적인 해외여행에서의 식사·음료비 지급, 김밥 구매 등 152회에 걸친 개인적인 식사·음료구입비, 배달음식점 결제, 자택 인근과 주말, 공휴일의 식사비, 영화·공연 관람권 구입 등도 언급됐다.


감사원은 ‘전반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강 이사의 소명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빙을 전혀 제출하지 않아 주장을 믿기 어려울 뿐 아니라 동호회 활동이나 카페 이용, 사적해외여행 중 식사, 개인적인 식사 등은 그 행위의 본질이 개인의 취미 활동이나 사생활에 해당하므로 설령 사적인 활동 중 일부 방송과 관련된 언급이 있었다거나 시사잡지를 읽는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직무수행을 위한 활동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법인카드를 대리 결제한 동호인은 동호회 활동 중 KBS 방송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진술하면서 오히려 위 사람의 법인카드 사용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문제제기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사람의 주장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9월 말 기자회견을 열고 KBS 이사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내용을 폭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9월 말 기자회견을 열고 KBS 이사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내용을 폭로했다.


이인호 이사장 역시 이번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이인호 이사장은 161회에 걸쳐 총 2821만 8000원을 사적사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시간, 장소, 용도 등에 집행하면서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소명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금액은 KBS내외 관계자에게 설 명절 선물을 주거나 자택 인근, 주말·공휴일 식사비로 집행됐다.


이번 감사는 그간 공영방송 이사진의 방만한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엄정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KBS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현재 언론노조 KBS본부 등 공영방송사 구성원들이 ‘고대영 사장 퇴진’, ‘이사회 해체’ 등을 요구하며 90일 가까이 총파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감사결과는 ‘변곡점’이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감사원은 결과를 두고 방통위에 ‘비위의 경중에 따른 해임 건의’ 등을 언급했다. 개별 이사들의 비위와 이에 합당한 징계수위를 직접적으로 ‘매칭’하진 않았지만 비위가 심한 경우 ‘해임 건의’ 등을 하라고 KBS이사들의 제청권자인 방통위에 전한 것이다. 법령에 따라 방통위는 해임을 포함해 이사별 징계수위 등을 특정한 후 KBS이사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


현 파업 상황에서 이사 수의 변동은 KBS이사회 구도, 나아가 KBS사장을 해임시킬 수 있는 요소다. KBS이사회는 통상 여권 추천 이사 7인, 야권 추천 이사 4인의 총 11인 체제인데 현재는 지난 정권에서 뽑은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지 않은 탓에 야당 추천 이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총파업 국면에 들어서며 야권 추천 김경민 이사가 사퇴하고 후임으로 조용환 변호사가 선임돼 현재 KBS이사회 구도는 여권 추천 5인, 야권 추천 6인이다. 이번 감사에서 11인 중 업무추진비의 사적사용 금액이 가장 많았던 이사 ‘톱5’는 모두 야권 추천 이사다.


방통위가 문제가 된 야권 이사들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고, 현 여권이 보궐이사를 추천할 경우 현 ‘여소야대’ 구도는 ‘여대야소’로 뒤바뀐다. 현 고대영 KBS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이사회에 상정시키고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으로 국면이 변한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대영 KBS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대영 KBS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감사원 결과 발표 후 성명을 내고 “지난 9월 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을 제기한 직후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요청한 지 2달 만에 감사원이 답을 내놓은 것”이라며 “법이 정한 감사원의 권한과 의무를 이행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방통위는 좌고우면할 것 없이 감사원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KBS파업이 80일 넘게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은 역대 최악의 방송 파행을 감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 사측은 이날 오후 감사원 업무추진비 감사에 대한 ‘일부 이사들의 보충설명’이라며 KBS 이사회사무국의 입장문을 전했다. 이 입장문에서 이사들은 “KBS의 이사로서 폭넓게 사람을 만나고 공연 영화관람 CD구입 등의 행위를 모두 사적용도로 규정하고 동행한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여 모두 사적사용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들은 “감사의 목적이 애초의 예상대로 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해 이사를 해임시키기 위한 근거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표적감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인정할 수 없으며 행정소송 등 법이 정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당함에 저항할 것”이라고 전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9일까지 감사인원 7명을 투입해 KBS이사진 11인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집행내용과 관리 적정성을 점검했다. 감사대상 기간은 이사의 경우 2015년 9월1일부터 2017년 8월31일까지, 이사장은 2014년 9월1일부터 2017년 8월31일까지다.


아래는 KBS이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 링크.


https://www.bai.go.kr/cmm/fdm/FileDown.do?atchFileId=jj20171124%20153601&fileSn=1&siteId=bai&bbsId=BBSMSTR_1000000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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