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표 '문화계 블랙리스트'...MBC 언론탄압 사례 줄줄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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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가 파문을 일고 있는 가운데, MBC에서는 시사 보도뿐만 아니라 라디오국, 예능국, 드라마국 등 전방위에 걸쳐 출연자 배제가 이어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도부문과 라디오국 등 제작진이 참석해 출연자 배제 등을 폭로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과 청와대가 나서서 MBC 프로그램들에서 특정 연예인들의 출연을 차단하거나 교체하고, 심지어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시키는 공작을 벌였다. 이명박 정부의 측근인 김재철 전 사장이 취임될 당시부터 국정원장 지시로 인적쇄신과 MBC 프로그램 퇴출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지난 2008년 수많은 탄압과 간섭이 청와대 지시에 이어 국정원까지 동원되며 군사작전처럼 이뤄졌다. 신경민의 뉴스데스크 강제 하차와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같이 잘 알려진 분은 물론 프로그램 폐지까지 치밀하고 촘촘한 계획이었다고 폭로했다.

 

MBC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 요지는 이렇다. 첫째로 시사 보도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라디오까지 개입 시도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캐스팅까지 직접적으로 간섭하고 배제시켰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두 번째로는 자체 직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가능성도 제기된다는 점이다. 특히 얼굴이 잘 알려진 아나운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김 본부장은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이 집중적으로 타깃으로 지목되며 프로그램 진행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폭로했다.

 

세 번째, 블랙리스트에는 인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세월호촛불과 같은 금기어도 포함됐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예능에서도 단 몇 초씩 등장하는 세월호나 촛불 자막이 삭제 조치됐다. 이를 넣은 담당 제작진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는, 특정 연예인들의 출연을 막기 위해 국정원뿐만 아니라 국세청도 개입했다는 점이다. 가수 윤도현과 방송인 김제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이 소속된 기획사는 이명박 정권 당시 두 차례나 세무조사를 받았다.

 

김 본부장은 “MBC 안에서 누군가가 지시받고 실행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장겸 사장과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 본부장 등 적폐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 실행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부역의 대가로 사장과 부사장, 지역사 사장 자리로 영전했다블랙리스트를 지시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물론, 내부 부역자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블랙리스트 당사자이자 직접적인 출연 배제 압박을 받은 방송인 김제동씨의 경우 MBC에서 특히 상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9년 파일럿 프로그램 오마이텐트를 기획한 조준묵 PD는 김제동씨를 섭외할 당시 윗선의 개입에 대해 상세히 폭로했다. PD당시 편성국장이었던 안광한이 김제동씨를 섭외한 것을 듣고 시류를 잘 읽은 기획이다. 김제동 같은 MC를 어떻게 데려왔나. 그렇게 멋진 기획을 했느냐는 얘기를 했다. 그러더니 촬영이 들어간 날부터는 이상한 소문이 들리더라. KBS ‘스타 골든벨프로에서 김제동씨가 하차한다는 얘기였다당시에는 그냥 넘겼는데, 이후에 김제동씨가 전화오더니 해피투게더 패널도 촬영 전날 취소됐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우리 프로그램은 잘 될거야라고 위로를 해주고 끊었다고 전했다.

 

그는 첫날 시청률이 13%였다. 속된 말로 파일럿 중에 시청률이 제일 높았다. 당연히 정규프로가 된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아웃도어 협찬사에서 광고를 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할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윗선에서 태도가 돌변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이 오마이뉴스를 연상케 한다며 문제시한 것. PD당시 위에서 외부 인터뷰 자제하고 조용히 있으면 다음 개편에 정규 프로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오마이텐트는 2010년 가을까지 편성이 되지 못했고, SBS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힐링캠프가 기획되며 무산됐다. PD김제동씨에게 올해까지만 참아달라고 했고 그걸 받아들이고 기다려줬다. 하지만 계속 위에서 편성을 하지 않았고, 결국 2011년에 SBS에서 힐링캠프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14일 오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MBC 구성원들이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연자 배제는 라디오국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당시 인기를 끌었던 <세계는 우리는> 프로그램 진행자 김미화씨에 대한 압박이 상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재희 라디오PD“2010년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오면서 본격적으로 김미화씨에 대한 퇴출 움직임이 일어났다. 당시 본부장은 김씨에게 방송 잘하던데요라는 식으로 티를 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 간접 압박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PD당시 김재철 사장이 김미화씨를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좋은 라디오 프로 많은데 다른 데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직접적으로 압박을 했다. 결국 내 외부 압박 속에서 스스로 하차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한 김미화씨는 이대로 있다가는 그냥 쫓겨날 것 같았다. 스스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PD에 따르면 이 기간에 김미화씨 외에도 가수 윤도현, 방송인 김어준-배칠수, 배우 김여진, 시사평론가 김종배씨 등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라디오국에서 퇴출됐다.

 

특히 지난 2011<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해온 김어준씨의 하차는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김어준씨는 “PD연합회 행사에서 PD분들을 상대로 ‘KBS 김인규 사장과 MBC 김재철 사장 중에 누가 더 바보냐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다음날 녹음실에 3명의 MBC 간부가 찾아와서 사과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MBC 프로를 통해 말한 것도 아니고 자연인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한 건데 그게 MBC 사규에 어긋나는 거면 저를 잘라라. 사과할 요구는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해당 프로그램 담당이었던 김빛나 PD는 아무런 예고 없이 다른 곳으로 발령났다. 김어준씨는 이를 보고 “‘아 프로그램을 없애는 수순으로 들어갔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기 라디오프로그램이었던 색다른 상담소는 5개월 만에 폐지됐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국정원의 블랙리스트는 KBSMBC에 대한 언론장악이자 언론공작이다. 문건은 개혁위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로 공개됐으나. 원문 전체가 공개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언론노조는 청와대 소통광장에 원문 공개하는 요구하는 청원을 한 상태다. 이들은 15일 오전 11시 국정원 블랙리스트 원문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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