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보도국, 軍 댓글공작 단독 보도 막아"
언론노조 KBS본부 "이게 KBS현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2017.08.30 20:51:10
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당시 댓글공작 보고서를 청와대와 국방부에 보고했고,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건네졌다는 ‘단독’ 보도가 KBS 보도국장단의 거부로 방송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는 30일 서울 여의도 KBS연구동에서 ‘軍 댓글공작 특종, 고대영 KBS가 막았다’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핵심간부였던 김기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부단장)의 인터뷰 등이 담긴 자체제작 뉴스(해당 리포트 유튜브 링크)를 공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서울 여의도 KBS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가 댓글공작 등에 참여했다는 폭로를 담은 뉴스보도를 KBS보도국장단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김 전 과장은 인터뷰에서 △댓글공작 보고서가 날마다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 보고됐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군수뇌부에게도 매일 보고됐으며 △국정원으로부터 1년 넘게 매달 25만원씩을 받았다고 했다. 또 △댓글공작과 관련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 대한 국방부 자체 조사가 부실했다면서 앞선 내용들을 구체적 일화와 함께 실명 폭로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김 전 과장은 30년 넘게 군 정보분야에서만 일해 온 전문가로, 2010년 군 사이버사령부 창설 시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에 임명됐다. 그는 530단의 인사와 예산, 보안 등 각종 업무를 총괄했고 사실상 부단장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정치 관련 댓글공작에 쓴소리를 했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혀 2015년 정년퇴임 했으며, 명예회복과 군 개혁을 위해 이번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선거운동에 나섰다고 폭로의 배경도 설명했다. 본인부터 재수사 받을 용의가 있고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이날 김 전 과장의 폭로를 담은 뉴스에 대해 “530심리전단은 지난 2013년 국정감사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에 이어 또 다른 ‘댓글공작 부대’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단장 이태하 씨가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는 등 관련자 처벌이 부분적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핵심 관련자는 빠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청와대 개입부분에 대해서도 각종 의혹만 무성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국정원이나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라는 의혹은 그동안 제기돼 왔지만, 구체적 보고 수신처가 내부 고발자의 실명 폭로에 의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KBS 보도국장단(보도국장과 주간단)은 기자들의 요구에도 이 같은 보도를 거부했다. KBS기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안을 취재한 기자들은 8월8일 박종훈 KBS기자협회장을 통해 김환주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에게 TF팀 구성과 보도를 요청했다. 다음날인 9일 보도국장단은 이와 관련한 취재와 방송은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초 TF팀 구성 대신 제안된 취재기자의 사회부 파견 등도 없었다.
이들은 “폭로자의 고발 내용이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폭로자가 지난 5월 문재인 캠프에서 ‘안보특보’로 선거운동한 경력을 문제삼으며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김 전 과장과 두 달여에 걸쳐 집중 인터뷰를 진행한 이재석 언론노조 KBS본부 파업뉴스팀장(국제부 기자)은 “2011, 2012년 댓글공작 사건은 하나의 삼각형(청와대-국정권-군사이버사령부)을 그리고 있다. 그 사이 관계에 초점을 맞춘 보도”라며 “530심리전단의 댓글공작에 비해 관심이 적어 최초 실명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의미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BS본부 초대 노조위원장이자 이번 리포트의 앵커를 맡은 엄경철 기자는 “증거주의와 정치적 프레임을 내세워 KBS가 가진 언론기능을 축소하고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KBS보도국장단의 입장을 비판했다. 엄 기자는 “증거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증거가 없을 때는 증언, 정황, 다양한 합리적 의심 등을 참고해 진실을 찾으려 해야하지 않나”라며 “정보기관이란 특수성을 봤을 때 증언은 곧 증거인데도 긍정성을 드러내려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상쇄시키기 바빴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30일 공개한 뉴스 갈무리
성재호 KBS본부장은 “이런 보도를 막으면 어디 가서 기자를 할 수 있겠나”라며 “항간에는 ‘KBS는 별 문제 없지 않냐, 왜 파업하냐’는 주장도 있는데 이런 일이 왜 저희가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댓글공작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특종 보도가 방송되지 못하는 게 과거가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KBS의 현실이라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환주 KBS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제보자의 증언이 전부인 상황에서 제보자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특보 명함을 가지고 선거 운동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보도가 논란에 휩싸일 경우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기자가 증언 외 다른 증거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해서 그러면 조금 더 증거를 찾아보자고 했다.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또 “해당기자를 만나 의견을 들었는데 이 사안을 취재할 수 있는 부서에서 본인이 직접 나서보고 싶다고 했다. 의견수렴결과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추진코자 했으나 기자협회의 제작거부가 이어졌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염려가 있어 부서이동 등 관련 사안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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