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이사장, 관용차 500여차례 사적으로 이용"

KBS새노조 "이인호 이사장,고대영 사장...업무상 배임 및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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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KBS 이사장이 재임기간 중 음악회, 개인강연, 호텔식사 등 사적용도로 회사 관용차를 500여 차례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는 근거규정 없이 이사장에게 차량을 제공하고 사적 유용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해 이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이 ‘업무상 배임’과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함께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22일 서울 여의도 KBS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용차 운행 기록, 이인호 이사장의 대내외 일정, 관용차 업무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인호 이사장이 관용차를 마치 개인 차량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22일 서울 여의도 KBS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 이사장이 재임기간 중 관용차를 500여차례에 걸쳐 사적으로 사용해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은 재임기간 중인 2015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30개월 중 총 668일 간 관용차량을 운행했다. 월평균 22일 이상, 하루평균 77.6Km를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공적인 용도라 할 수 있는 정기·임시 이사회, 이사 간담회 횟수 등을 통해 최대 월평균 4일을 사용했다고 추산해도 이사회 참석을 위해 사용한 날은 130일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사회가 열리지 않은 538일, 휴일인 67일 동안에도 이 이사장의 관용차는 운행됐다.


노조가 공개한 이 이사장 관용차의 주요 이용 사례를 보면 ‘아산서원 입학·졸업·종업식’, ‘선농문화포럼 총회·기념행사·하례회’, ‘정몽구 현대차 회장 외손자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차녀의 결혼식 참석’, ‘김경임 전 튀니지 대사의 출판기념회’, ‘김달진미술연구소 개최 행사 참여’ 등 공영방송 이사장의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일정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 이사장의 해외출국 중 차량이 운행된 사례도 발견된다. 지난 2015년 3월과 6월 이 이사장이 일본과 중국으로 출국했을 당시 관용차량이 운행됐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쉽게 얘기해 법인카드를 직원에게 줬을 때 업무에 한해서만 써야하지 않겠나. 사적으로 이용하며 징계를 받고 심할 경우 해고될 수도 있다.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자산을 마음대로 이용해도 되나. 특히 휴일운행과 해외출국 중 차량운행에 대해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공공기관 임원들도 주말 운행은 극도로 자제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KBS본부는 “관용차는 대부분 18시 이후까지 운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저녁 일정 상당수가 음악회 참석, 호텔 저녁 식사 등 개인적인 취미와 약속을 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사장 본인이 탑승하지 않은 채 관용차가 운행한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이사장이 주변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등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관용차 운전기사에게 시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관용차를 이용해 대외행사를 참석하거나 강연 등을 한 뒤 주최 측에서 받은 금전적인 이득은 모두 이사장 개인이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7월 이 이사장의 미국 출장과 관련해 언론노조 KBS본부가 제기한 의혹을 두고 KBS 사측이 제기한 정정보도 등 소송 판결문은 KBS 이사장의 행사참석이 공식업무이기 위한 조건을 언급한 바 있다. 행사 주최 측이 KBS에 정식으로 KBS인사의 참석을 요청해야 하고, KBS가 이사장의 참석에 대해 정식으로 결재해 이사장이 공사를 대표하는 인사로 참석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인호 이사장에게 제공된 관용차 모습(언론노조 KBS본부)

이 같은 ‘관용차의 사적유용’이 이 이사장은 물론 KBS 사측에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이라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KBS ‘이사회 규정’ ‘여비 규정’ ‘자기차량이용보조금 지급지침’ 등 관련 사규 어디에도 이사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는데 KBS 사측이 이사장에 대한 예우를 빙자한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총 11명으로 구성된 KBS이사회는 모두 비상근 이사로 이뤄져있는데, 이사장에게만 관용차가 제공되고 있다. 이들은 많아도 공식일정이 한 달에 4일에 불과하다. 노조는 “예산도 사장과 본부장 등 KBS 주요 임원을 위한 차량 관련 예산에 끼워넣는 식으로 편법 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와 관련 “KBS 사측이 이인호 이사장의 관용차 유용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묵인했다는 관계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사회의 사무 전반을 관할하는 이사회 사무국은 관용차의 운행 실태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정이 고대영 KBS 사장에게 보고됐을 것임은 당연하다. 고대영 사장이 이인호 이사장의 관용차 유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KBS본부는 관용차 임차료, 유류비, 기사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관용차 제공과 사적사용이 KBS에 1억7000여만원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며 이 이사장과 고 사장의 ‘업무상 배임’과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이 이사장에게 배정된 관용차량(제네시스 G80)의 월간 임차료, KBS 손자회사인 KBS방송차량 서비스 소속 전담기사의 인건비, 회사 주차장이 아닌 이사장 집이나 전담기사 집에 차량을 상주시키며 운행하는 과정에서 소요된 예산을 추산, 노조 측이 법률적인 검토를 받은 결과다.


KBS본부는 “KBS이사회는 공사의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서 사장 등 경영진의 직무 집행이 적법한 지를 감독할 의무를 지고 있다. 이런 이사회를 이끄는 수장이 본인 스스로 위법한 행위를 반복하면서 KBS에 심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고대영 사장 역시 배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BS사장은 KBS의 운영과 예산 집행에 대한 책임을 총괄하는 직위다. 고대영 사장은 이사장이 일상적으로 관용차를 탈 필요가 없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장 관용차 관련 예산을 배정해 KBS의 재산상 손해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이사장이 관용차로 도착한 행사장에서 개인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언론노조 KBS본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풍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KBS와 같은 공직유관단체의 이사를 공직자를 범주에 넣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KBS이사장과 같은 비상임 이사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며 “이인호 이사장은 공식적인 업무와는 무관하게 교통편의를 제공받아서는 안 되지만 수백차례에 걸쳐 편의를 제공받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인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이인호 이사장이 불법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교통편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만원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영란법은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해서는 안되며, 관용차와 같은 교통편의 제공도 금품의 일종(2조3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준범 KBS본부 대외협력국장 겸 법규국장은 “비근한 예로 김재철 전 MBC사장이 법인카드를 호텔비 등으로 쓴 데 형사적으로 유죄판결이 났다. KBS이사장도 공적자산인 관용차, 방송차량 서비스 직원의 노동력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쓰고 법인에 해를 끼쳤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 KBS이사처럼 비상근 이사도 공직자 대상이 되고 명백하게 300만원을 넘기 때문에 김영란법 위반도 된다는 게 법률검토 결과”라고 설명했다.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도 김영란법 위반에 동참했다. KBS의 업무와 관련하여 최종적인 결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별다른 근거 없이 이인호 이사장이 상시적으로 관용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며 “고 사장이 본인의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여 이인호 이사장에 대하여 교통편의를 제공한 것이므로, 범죄의 결과물로 제공된 교통편의는 공사가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고 사장이 개인적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성재호 본부장과 이와 관련해 한 통화에서 “이사장의 업무와 대외적인 위상이라든가 이사장으로서의 체면 등 여러 가지를 지키자는 의미에서 타고 다녔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관용차 휴일사용과 18시 이후 운행에 대해선 각각 “그건 모르겠다. (내가 타지 않고) 기사가 차를 갖다 쓴 건 있다. 내가 보니까 KBS 체제에서 조금 루즈하게 운영된다고 생각한다”, “음악회라든가 뭐 그런 데 갔을 때 타고 다녔다. 내가 거기 가면 KBS이사장으로 사람들한테 다 인지가 되고 하니까 거기 관용차를 타고 가는 거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서 그것이 KBS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 등을 고려해 이사장에게 차를 주는 거다. 사장처럼 일일이 집행업무하고 관계돼서 차를 타라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운전기사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무슨 심부름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가는 길에 뭐를 픽업을 하라든가 하는 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은 예산절감을 이유로 지난 1월1일부터 직원들 퇴근버스도 없앴다. 그러면서 자기를 돌봐줄 수 있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사회, 이사장에게 업무가 아닌 부분까지 마구잡이로 차량과 운전기사를 쓸 수 있도록 협력해 온 것”이라며 “주요 정책을 지지하고 의결하는 댓가로 편의를 제공한 거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가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하거나 스스로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법대로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KBS 사측은 이날 오후 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KBS본부 측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KBS 사측은 "KBS이사장의 경우 이사회 참석 외에도 국내외 방송관계자와의 만남, 이사장 자격으로 각종 행사와 모임 참석 등 그 업무범위를 공식적인 이사회 일정으로만 제한하기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KBS이사장에게는 1988년 1기 이사회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10명의 이사장에게 차량이 지원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차량제공은 총무국 예산서에 근거가 있으며 이에 빠라 배정, 관리해왔다"고 덧붙였다.


KBS 사측은 또 "2년6개월 동안 사적용도로 500회 넘게 사용했다는 주장은 이사회 출석을 제외한 이사장의 모든 대외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외부인사를 만나고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이사장 직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위해 차량을 운행하는 것을 사적유용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 위반 주장에 대해선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는 물품은 수수금지 물품에서 제외된다(법 제8조 제3항 제1호). 따라서 이사장의 대내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공사가 제공하는 차량은 위에 적시한 예외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른바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해외출장 중 차량운행에 대해선 "차량은 이사장 업무용 분 아니라 이사회 사무국 업무용으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이사장이 해외에 나가있는 동안에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며 "해외출장 중 운행기록이 있다면 어떤 업무에 투입됐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사측이 기사 송고 후 입장문을 내 22일 오후 6시55분 이를 반영, 수정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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