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조 "김호성 상무, 사장 후보 사퇴해야"

YTN노조 "사추위 공정성 담보 못해"

“9년 전 배석규 전 사장에게 했던 질문을 다시 한번 하고 싶습니다. 후배들 다 죽여 놓고 그토록 사장이 하고 싶습니까. 원한다면 하십시오. 후배들을 모두 잃을 것입니다.”(정유신 YTN 기자협회장)

 

언론노조 YTN지부 노조가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김호성 총괄상무에 대해 즉각 후보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김 상무가 후보로 있는 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사추위의 기본 개념은 공정성과 독립성에 있다. 하지만 사추위의 5명 중 3명은 YTN의 이사들로, 불과 한 달 전 김 상무를 상무로 선임했던 사람들이라며 과반이 YTN 이사로 이뤄진 사추위가 같은 이사회 구성원을 심사하는 촌극을 신뢰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부 노조가 김호성 상무의 사장 출마를 반대하는 뜻을 전했다.

박진수 지부장은 “YTN의 해직 기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김 상무가 사장이 되면 YTN으로 돌아가지 못하겠다고 울부짖고 있다김 상무의 출마로 사장 선임이 결정되면 해직자 복직은 요원하다. 더불어 사추위의 명문화도 어불성설이 됐다고 꼬집었다. 정유신 기자협회장은 김 상무가 사장이 되면 YTN의 미래와 언론개혁의 첫 출발에 대한 외부의 기대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출마 선언을 한 노종면 기자 외에 남은 해직 기자(조승호·현덕수)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김 상무가 사장으로 선임되면 복직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조기자는 “(김 상무의 출마 선언에) YTN의 정상화가 어려워졌고 노조의 입지도 곤혹스러워졌으며 작게는 해직자 복직 문제도 꼬이게 됐다김 사장 체제에서 혼자 복직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9년 동안 복직하는 장면을 꿈꿔왔다. 점령군은 아니어야겠지만 6명이 360명 노조원들과 함께 당당하고 명예롭게 YTN으로 돌아오는 꿈이었다복직 협상에서도 사측의 사과와 조합원들의 명예회복이 중요하다는 뜻을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함께 사선에 섰던 동료 2명을 남겨두고 혼자 복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덕수 기자는 김 상무는 YTN의 새로운 리더십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노조위원장 출신이 노조를 능멸하고 해직자를 실망시키고 배신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기자는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번 사장 선임은 내부적으로는 개혁의 문제고 밖으로는 언론개혁의 시금석이자 출발이 돼야 한다는 걸 깊이 인식해왔다. 노종면 후보자의 출마도 그런 명분을 가지고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이런 의미를 수포로 돌리기 위한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김 상무가 사장이 되면 그 체제 하에서는 복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만큼, (김 상무가) 스스로 거취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수 YTN 지부장이 김 상무의 사장 출마에 대해 노조의 반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조준희 전 사장이 자진 사퇴한 뒤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 상무는 16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사장직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그는 “120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는 조직의 통합과 개혁, 그리고 자존심을 되찾고 싶다훼손된 공정방송의 가치를 제자리로 돌리고 통합 속 개혁의 길을 열겠다고 전했다.

 

YTN의 창립 멤버이자 초대 노조위원장인 김 상무는 지난 2012년 다른 부장급 직원 4명과 함께 ‘YTN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호소라는 기명 성명을 발표하고 좌천성 인사를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조준희 전 사장 당시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된 후 YTN의 보도 공정성 몰락과 해직자 복직 문제를 진전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상무는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해직자 복직 당사자인 노종면 기자가 사장 출마를 해서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환영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랫동안 YTN이 겪은 갈등의 구조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의 여부, 적폐청산과 같이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직무대행으로서 조직의 안정을 목표로 둔만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나서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직자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복귀를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야하는 건 당연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로 인해 모든 일을 무 자르듯 잘라내는 일이 빚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공통분모를 찾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YTN은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를 냈다. 김 상무를 비롯해, 강갑출 ()YTN라디오 대표, 노종면 ()일파만파 대표, 윤종수 ()윤가컨설팅 대표, 이병우 ()KTIS 대표, 이양현 ()YTN 부국장, 이준용 ()TBN 방송본부장, 이현승 ()아이윤앤위 대표, 장동훈 ()KTV 원장, 정상현 ()우석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정영근 ()YTNDMB 상무, 주동원 ()YTN 해설위원실장 등 총 13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추위는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2~3배수의 사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는 이들 가운데 1명을 사장으로 선정하며, 신임 사장은 내달 14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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