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디지털전략 새판짜기 잰걸음

동아, 지면·방송·온라인 결합
조선, 소셜미디어팀장 공모
YTN, 개인맞춤형 기사 강화
경향, 차장급 프레젠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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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특종을 선점해버려서 지금은 뭘 내놔도 먹히질 않아요.” 한 방송사 온라인 A 기자는 최근 정체 상태를 겪고 있는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탈출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A기자는 “지난해 초만 해도 톡톡 튀는 영상이나 카드 뉴스 등이 인기를 끌면서 모바일 퍼스트로 한껏 고무됐었는데 대형 이슈가 터지니까 완전히 전복됐다”고 했다. 그는 “재미있고 쉬운 뉴스보다 오히려 진지한 뉴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존의 디지털 전략이 무력해졌다. 지금은 잠시 쉬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할 시기”라고 밝혔다.


한 일간지 B기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슈가 진공청소기처럼 다른 것까지 다 빨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 시점에서 디지털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그동안 모바일퍼스트가 제대로 이뤄진 건 맞는지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기자는 “아직도 연성 기사로 트래픽을 높이려고 하는 등 타 매체의 사정도 다르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매체 브랜드를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결국 성공의 열쇠”라고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언론사들이 디지털전략 새판 짜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은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CBS, YTN, 조선일보의 페이스북 홈페이지.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언론사들의 온라인 부서가 디지털 전략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화로 기사 노출 빈도가 대폭 줄며 고민에 빠진 언론사들은 하반기 대형 이슈로 트래픽을 만회했으나 장기 전략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종편의 한 온라인 기자는 “3개월 넘게 최순실이라는 특수를 노렸다고 볼 수 있는데, 뉴스 소비의 급증 현상이 얼마나 가겠나.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 새로운 전략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청문회나 촛불집회 현장에서 온라인 부서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디지털 전략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일간지 온라인 부서 간부는 “온라인 기자들이 가볍고 일상적인 이슈 대응에는 빠르게 대응해왔지만, 다소 무겁고 진지한 이슈가 터지니 필드 기자들에 비해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오히려 시민들이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나 ‘박근핵닷컴’, ‘최순실뉴스봇’ 등 자발적으로 만든 홈페이지의 활약이 더 두드러졌다. 온라인 기자가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주요 언론사들은 신년을 맞이해 디지털 전략 개편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면과 방송, 온라인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황태훈 동아 디지털통합뉴스센터장은 “대략적인 구상은 외부자들, 먹거리 X파일, 나는 몸신이다 등 인기프로그램을 카드뉴스나 네이버 포스트, 동영상 등으로 재가공할 생각”이라며 “뉴스의 경우에는 사전 예고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단독이나 속보가 나오기 전에 미리 알려주거나, ‘뉴스 탑10’ 코너로 인기 뉴스를 정리하는 방향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동아는 사내 기자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황 센터장은 “한 달에 1회 정도 뉴미디어 관련 전문가를 초빙해 기자들에게 학습 기회를 부여하고 전 직원이 신문과 방송, 온라인 융합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미디어융합 시대를 넘어 ‘멀티소스 멀티유즈(Multi Source Multi Use)’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강경민 조선 디지털전략 팀장은 “큰 그림으로는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액션 플랜이 들어갈 예정이다. 구체화 과정은 구상 중이고 조만간 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은 또 사내 공모를 통해 소셜미디어 팀장을 선임한다. 강 팀장은 “8일까지 공모를 마친 상태로, 인사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예정”이라며 “조직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소셜에 맞는 젊은 간부로 채워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0여개의 가상현실(VR)뉴스를 제작한 조선은 올해에도 360도 뉴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내놨다. 강 팀장은 “그간 콘텐츠 제작과 탐구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수익화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보 플랫폼으로 페이스북에서 선전을 한 YTN은 맞춤형 기사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정호 YTN플러스 모바일프로젝트팀장은 “개인이 선호하는 뉴스를 선별해 맞춤형 기사를 추천하고, 나아가 플랫폼별로도 차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 팀장은 “제보를 한 사람과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하거나, 카톡 알림을 통해 제보 취재 과정을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소통 시스템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그간 침묵해오며 마찰을 빚어왔다면 개인화를 통해 보다 유연하게 콘텐츠를 유통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톡톡 튀는 콘텐츠로 젊은 층의 수요를 늘리고 있는 CBS노컷뉴스는 연령대별 맞춤 기사를 강조했다. 최철 CBS노컷 SNS 팀장은 “조기 대선이 예정돼 있는 데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직 이어지고 있는 만큼 뉴스 소비는 당분간 활발하게 이어질 것이다. 세대별로 관심을 끌만한 콘텐츠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페북 씨리얼 계정에서 정치 강의 시리즈나 비선실세 아이템과 같이 어려울 법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는 콘텐츠가 편당 500만~700만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대선을 앞두고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부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9일 차장 대우 이상의 간부들은 디지털 드라이브와 관련해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다. 최민영 경향 미래기획팀장은 “디지털 특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합의점을 찾은 상태”라며 “인사 개편과 함께 새로운 채널 개척보다는 재미와 정보 모두 뒤지지 않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서 타사와 경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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