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이 경쟁상대…진지한 시사는 사양"

라디오프로그램 전성시대 (4)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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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다운로드 500만
제보자 직접 만나 팩트체크
지인과 대화하듯 인터뷰 해


3일 오전 8시55분 정경훈 PD가 마지막 사인을 준다. 김어준 앵커는 특유의 소탈한 말투로 마지막 멘트를 한다. PD와 작가 등 6명의 제작진은 방송이 끝난 뒤에도 분주하다. 다음날 예정된 방송을 어떻게 준비할지 서로 상의를 하기 위해서다. “바꾸고 싶은 게 있는데 왜 개편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TBS라디오 ‘뉴스공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제작진의 부지런함 때문이다. 김 앵커는 제작진과 매일 아침 식사를 하며 회의를 동시에 진행한다. 다음날 방송에 누가 출연하면 좋을지, 어떤 내용을 보강하면 청취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뉴스공장은 지난 9월 첫 방송을 시작한지 한 달 만에 팟캐스트 다운로드 3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는 500만명에 달한다. 정 PD는 스타 MC인 김 앵커를 섭외하기 위해 꼬박 한 달을 설득했다. 정 PD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결정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사장의 결단력이 프로그램을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디오 업계에서 반향을 일으키려면 어떤 사람이 와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어준은 ‘마약급의 MC’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고 했다.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어준 앵커(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미리 걱정하지 않고, 지나간 일에 매달리지 않으며 사는 게 신조”라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지상파가 제대로 보도를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직접적 정치 보도가 아니라 정서적 감수성의 영역인 예술계조차 블랙리스트라는 구체적 명단으로 관리해왔다. 지상파의 아이템 선정, 그 논조와 전달 방식 모두에 정권의 유·무형 개입이 없었다는 걸 어떻게 믿겠나. 그 정권의 의지에 부역한 그룹은 퇴출되는 게 마땅하다.”(김어준 앵커)


“(지상파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오히려 좋았다. 우리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음모론이라면서 업무를 못할 정도로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 하지만 끊임없는 크로스체크를 통해 특종을 이어갔고, 지금은 격려전화가 많이 온다.”(정경훈 PD)


-제보가 많이 오나.
“하루에 10건 정도 제보 전화가 온다. 한 두건 오는 타사에 비해 많은 편이다. 직접 제보자를 만나 팩트체크를 하기 때문에 한 건당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얘기가 되는 값진 제보도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순 없다. 실제로 승마계 비리나 장시호 관련한 인물들의 제보로 특종을 한 적이 있다.”(정경훈 PD)


-뉴스공장만의 장점이 있다면.
“애초부터 시사 라디오를 경쟁상대로 생각해본 적 없다. 처음부터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을 상대로 상정했다.”(김어준 앵커)


“기존의 시사가 너무 진지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철저하게 예능의 틀에 끼워 넣으려고 노력했다. 또 모든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한 가지 사안을 깊숙하고 재미있게 다루고자 한다. 지금의 시사는 ‘MBC 시선집중’식 시사로 대부분 그 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우리는 개그콘서트식 시사를 하고 싶었다.”(정경훈 PD)


-진보 색채를 띠다보니 보수 쪽 반발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의 시국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생각한다. 이념이 어떤 쪽이든 옳지 않은 경우에는 단칼에 자른다. 아이템 선정에 진영논리는 전혀 없다.”(정경훈 PD)


-인터뷰할 때 진행 비결이 있다면.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냥 우연히 길에서 지인을 조우해 대화하듯 한다. 그 길목이 하필 스튜디오가 된 것일 뿐이고 그 상대가 어쩌다 정치인일 뿐인 것이다.”(김어준 앵커)


“기득권에 주눅 들지 않고 틀을 깨는데 거부감이 없는 게 (앵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저와 잘 맞았다.”(정경훈 PD)


-가장 기억에 남는 보도는.
“일주일에 두세 번 특종이 터져 나온다. 가장 최근에 기억나는 건 안민석 의원이 출연해서 장시호라는 정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당시 안 의원이 방송을 통해 ‘최순실만큼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는 장시호를 잡아들여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타 매체 등에서 이슈화됐다.”(정경훈 PD)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으로서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무엇이 악인지 헤아리는 눈,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악인을 찾아내는 눈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큰 죄를 저지를수록 죄 값을 받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연루된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 받길 바란다.”(정경훈 PD)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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