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언론상 본상 손석희 "후배들이 받아야"

특별상 최승호 PD…보도지침 폭로 30주년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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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공영방송 안에 남아있으면서, 이용마 기자도 얘기했듯, ‘아우슈비츠’ 같은 어려움 속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 그들과 함께 공영방송을 회복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1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열린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및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창립 32주년 기념식’에서 이 같이 밝혔다. 공교롭게도 제18회 민주시민언론상 ‘본상’과 ‘특별상’은 모두 ‘MBC출신’ 언론인에게 돌아갔다. 최 PD는 이날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최 PD는 수상소감을 통해 “‘자백’이란 영화는 공영방송의 실패에서부터 탄생한 영화”라고 했다. “공영방송이 정말 너무나 처참하게 실패를 하고 저로서는 더 이상 언론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었을 때 새로운 매체를 발견한 것이 영화였다”고 전했다.


▲1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열린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기념식 및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창립 32주년 기념식’에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는 모습.


그러면서도 “영화를 처음 만들었을 땐 언론 전체가 좀 도탄에 빠져있는 느낌이어서 이 영화가 조금이라도 자극을 함으로써 세상이 바뀌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 지금은 순식간에 혁명적인 상황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시민들의 혁명의 불길이 공영방송에도 옮겨 붙겠구나하는 그런 걸 느끼는 가슴뛰는 순간”이라고 했다.


민언련은 ‘특별상’ 선정 이유로 “영화 ‘자백’은 독재정권부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정치적 위기를 맞을 때 대공 수사기관이 특정 사람들을 감금하고 고문해 자백을 강요한 추악한 역사를 알렸다”며 “국정원에 조작 발표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받아쓰기에 바쁜 언론의 모습을 지적하며 권력 감시가 아니라 홍보역할로 전락해버린 언론에 따가운 일침을 날렸다”고 했다.

‘본상’ 수상자는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었다. 민언련은 “JTBC보도국을 이끌며 정론 저널리즘을 선보이며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내고 있다. 손 사장이 내세우는 ‘건강하고 합리적인 시민사회의 편에서는 언론’이라는 보도철학과 ‘팩트, 공정, 균형, 품위’라는 4원칙은 2014년 ‘세월호 보도’부터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수여 이유를 밝혔다. 손 사장은 “겸손이 아니라 저는 받을 자격이 많지 않다. 오히려 지금 지금 저하고 같이 와 있는 후배기자들이 ‘본상’ 자격이 훨씬 더 있다”면서 이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이어 “앞으로도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열린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기념식 및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창립 32주년 기념식’에서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는 모습.


이날 ‘2016년 올해의 좋은 신문, 방송보도’는 각각 ‘한겨레신문(김의겸 선임기자, 류이근·송호진·하어영·방준호 기자)’과 ‘JTBC(손용석·서복현·심수미·김태영·박병현·김필준 기자)’에게 돌아갔다. 한겨레 보도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격상시키는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다”며 “(타 언론사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도) 국민적 관심이 끊어지지 않도록 꾸준히 의미있는 후속보도를 이어갔다”, JTBC 보도에 대해서는 “이 모든 사태는 지난 10월24일 JTBC의 ’최순실 PC 단독보도에서 비롯됐다”며 “사건의 전모가 박근혜 대통령 지시 하에 이루진 전방위적 국정농단임을 결정적인 증거로 보여줬다”고 민언련은 평가했다.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는 “(처음) 최순실 보도를 한 이후에 다른 언론이 무시하거나 냉대하면서 어려운적이 있었지만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소중히 보듬어안고 해왔기에 JTBC에서 ‘빅뱅’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상을 계기로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처럼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 찰거머리처럼 분투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분투하겠다”고 말했다.
 
손용석 JTBC기자는 “세월호 참사 때도 현장에 있었고 이번 사태에도 현장에 있었는데 두 사건 다 국가 컨트롤 타워의 부재란 점에서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남은 의혹들이 많아서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데 무거운 책임감으로 느끼겠다”면서 “건강한 시스템이어서 이런 보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계속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 앞서 열린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기념식에는 1986년 ‘보도지침 폭로 당시’ 참여했던 수많은 원로 언론인과 변호사, 종교인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감사패를 수여받고, 현 시국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들과 이날 자리를 함께한 후배 언론인들은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기념 시민 선언’에서 “30년 전 송곳 같은 언론인들이 군사독재정권의 언론통제 실상인 ‘보도지침’을 폭로했다"면서 "보도지침 폭로는 이듬해인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불씨가 되어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한 장을 썼다”고 밝혔다. 이들은 낙하산 사장, 언론인 해직 등 현재 언론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30년 전 보도지침 시절로 돌아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1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열린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기념식 및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창립 32주년 기념식’에서 고 김태홍 선생의 부인인 최정숙 여사, 신홍범·김주언 선생은 감사패를 수여받았다.


당시 한국일보 기자로 보도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전 KBS이사는 “보도지침 폭로의 주역은 저희 세 사람(고 김태홍, 신홍범, 김주언)만이 아니다”라며 당시 폭로에 관여했던 여러 인사들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민주주의를 염원했던 국민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 자리에 서있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언론의 갈 길이 멀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주축이 돼 발전에 기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보도지침’은 전두환 신군부 정권 당시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이 하루도 빠짐없이 각 신문사에 은밀하게 ‘시달’하는 보도통제 가이드라인이었다. 사건과 사태의 보도여부는 물론, 보도방향과 내용,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결정, 지시하는 언론통제 행태였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보도지침 30주년을 기뻐하고 의미있는 날로만 기억할 수 없다. 오늘 우리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짐해야 하는 날이란 생각이 든다”면서 “현업 언론노동자들이 열심히 싸워서 선배들이 이뤘던 언론의 자유를 한 발짝이라도 더 진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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