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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최순실 보도의 퍼스트펭귄…일주일 잠복 끝에 최순실 포착”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 인터뷰

김창남 기자2016.10.29 12:33:33

<!--[endif]-->TV조선은 지난 726청와대 안종범 수석, ‘문화재단 미르’ 500억 모금 지원’, ‘재단법인 미르, 30개 기업이 486억 냈다등을 단독 보도했다. 이어 82일엔 ‘‘K스포츠재단’ 400억 모아’ ‘900억 모금한 기업들팔 비틀렸나?’ 등을 터트리며 비선 실세들이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게이트의 첫 포문을 열었다.

 

▲이진동 TV조선 기획취재부장.

그러나 보도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데다 이후 후속 보도가 나오지 않으면서 온갖 추측이 나왔다. 심지어 모회사인 조선일보와 청와대 간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갈등 탓에 눈치 보기에 나섰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자취를 감췄던 관련 보도가 지난 25최순실씨 독일 도피 전 인터뷰 영상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용 의상 제작을 지휘하는 영상 △최씨가 인사 검증과 공직자 감찰을 진행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에 개입한 정황 등으로 이어지면서 또 다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8일 이번 사안을 처음부터 취재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의 인터뷰를 통해 취재 과정을 되짚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사안의 취재 시점과 단서는.

지난 27일까지 보도된 내용은 1년 전쯤부터 파악한 것이다. 전체 밑그림을 그리고 취재를 시작한 시점은 올해 4월쯤이다. 외부에선 첫 보도 시점을 726일로 알고 있지만, 우리가 그린 밑그림 기준으론 77(“박태환, 출전 말라차관이 포기 종용)부터 시작된 것이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수영 국가대표를 지낸 박태환 선수에게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를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그 뒤에서 누군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4월쯤 파악해 취재를 시작했다. 양 재단에 이어 국가브랜드사업 문제와 이화여대 특혜 문제를 다룬 뒤 문화융성사업과 최순실씨를 다루려는 일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사안의 정점에 최씨와 청와대가 있다는 사실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보도 전에 파악했다. 문화융성사업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 단서가 돼 취재를 시작했다. 지난 1년 간 최씨 주변 핵심 인물들을 직접 만났다.”

 

-한 달 간 후속 기사가 안 나온 이유는.

우선 기자들에게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문화융성사업에 대해 알았던 것과 실제 취재하면서 파악한 것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문화융성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밝히기 위해 기자들이 문화창조융합벨트를 중심으로 취재했는데 청와대와 문체부가 취재자료 거부는 물론이고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지금은 최씨가 전면에 등장해 쉽게 쓸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탐사보도를 하듯이 하나씩 실체를 밝혀가며 진도를 나가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밖에선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는데 오히려 그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숨 고를 기간이 필요했다. 한참 전부터 취재를 시작됐는데도 우리가 마치 그 싸움의 연장선상에서 취재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계속 치고 나갔으면 역으로 청와대를 공격하기 위한 보도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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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의혹 당사자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대한 압수색을 실시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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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단독보도를 타사가 받지 않았는데.

내부에서도 왜 아무도 받아쓰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번 사안이 진행될수록 타 사도 따라 쓸 수밖에 없을 점을 후배 기자들한테 주지시키면서 독려했다. 원래는 기사를 쓰면 당연히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늦게 따라 왔다. 타사 기자들한테 물어보니 TV조선이 너무 많이 취재한 사안이기 때문에 한 건씩 따라 쓰기엔 방대한 측면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이번 사안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후배 기자들에게 열심히 취재하라고 독려했다.”

 

-최씨의 동영상 확보 경로는.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샘플실(영상에 나온 옷 수선실)’을 관리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부터 얻은 자료다. CCTV이다보니 하루 종일 고정된 각도의 화면만 나온다. 많은 분량에 비해 쓸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이었고, 그 중 핵심만 뽑아 지난 25~27일 보도했다. 현재 다시 한 번 CCTV를 스크린 하는 과정이다.

반면 독일 출국 전 최씨를 직접 인터뷰한 영상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보도가 나가기 전 이번 게이트의 정점에 최씨와 청와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에 따라 영상 확보에 나섰던 것이다. 기자들이 힘들게 최씨의 집을 찾아낸 뒤 일주일 간 하리꼬미끝에 717일 최씨를 포착했다.”

 

-JTBC가 '최순실 PC 파일'을 보도한 다음날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기사는 안다고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취재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뒷받침할 수 있는 물증과 증언이 필요했다. 아는 것과 기사를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 보도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문제는 언제 쓸 것인가였다. JTBC 보도로 보도시점이 당겨진 측면이 있다. 항상 타 사와 경쟁해야 하다 보니 보도의 적절한 시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원래 우리가 생각했던 밑그림 계획대로라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첫 보도시점에서부터 종료 시점까지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타사가 안 따라오다 보니 혹시 보도 타이밍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겨레, JTBC, 세계일보 등 타사 보도에 대한 평가는.

기사라는 게 혼자 다 쓸 수 없고 같이 경쟁하면서 나가는 것이다. 반면 권력의 최고 정점을 둘러싼 문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증언만을 가지고 보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건이나 영상 등을 확보해야만 보도할 수 있기 때문에 확보하지 못한 언론사들은 인용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계일보의 최씨 단독 인터뷰는 가장 궁금했던 사안을 당사자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평가한다. 다만 인터뷰 시각에 대해선 경쟁하는 언론사 입장이기 때문에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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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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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와의 차이는.

“2014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때 검찰이 최씨를 빼고 수사했기 때문에 이번 일이 터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최순실-정윤회 게이트라고 봐야 한다. 검찰이 당시 적당히 덮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돼 정권에 치명타가 된 것이다. 역대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는 대통령 아들이나 친인척 등이 연루됐지만 이번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파장이 더 클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다른 문제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 지지율에서, 인터넷 댓글이나 저잣거리에서 민심을 알 수 있다. 또 행정부 최고 수장은 대통령인데 행정부의 한 기관인 검찰이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철저히 조사하는 모양새를 갖추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검찰이 증거를 인멸하지 않는 선에서 수사하고 특검에 넘겨줘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특검에 맞은 사안이다.”

 

-향후 후속보도 계획은.

앞서 TV조선이 보도했던 각종 의혹과 관련된 문서, 또 최씨가 개입해 벌인 국정농단과 인사개입에 대한 부분이 더 나올 것이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들도 생각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보도도 고려 대상이다. 이런 부분들은 짐작과 추측만으로 보도할 수 없고 취재를 통해 밝혀야 한다.”

 

-끝으로 말고 싶은 말은.

처음 취재할 때부터 후배 기자들한테 사실을 몰라 안 쓰는 것은 괜찮지만 아는 데도 안 쓰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TV조선에 시작된 이번 사안의 주도권이 한겨레, JTBC를 거쳐 다시 TV조선으로 돌아왔다. TV조선은 펭귄 무리가 사냥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을 때 다들 주저하다 한 두 마리가 물에 들어가면 다 뛰어들듯 이번 사안에 있어 퍼스트 펭귄’(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먼저 도전함으로써 다른 이들에게도 참여의 동기를 유발하는 선발자)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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