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 언론' 낙인 찍고…기자 신상털이에 인신공격도

'오유' 등 남초 커뮤니티 중심
시사인 등 진보매체 절독 움직임
왜곡된 소비자 운동 목소리도

시사 주간지 시사인이 ‘메갈리아 논란’과 관련된 기사 게재 후 잇따르는 구독해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언론사 역시 남성독자들을 중심으로 절독운동 움직임이 일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전반에 ‘메갈리아’ 이슈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언론사와 기자들의 ‘자기검열’은 결국 독자에 대한 피해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권력과 자본이 아닌 남성 독자들의 외압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를 두고 언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사를 내며 절독 마지노선을 3차까지 잡아놨었다. 설마 여기까지 오겠나 했는데 기사가 풀리고 2~3일 만에 3차까지 빠져버렸다. (빠진) 숫자도 숫자지만, 창간 후 처음 겪는 일이다.” 지난달 20일께 선보인 467호 커버스토리 ‘분노한 남자들’ 보도 후 대규모 정기구독해지 사태를 겪고 있는 시사인 고제규 편집국장은 이후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구체적인 피해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내부 기자와 SNS 등에선 “연간 억 원대” “몇 년 치 연봉”이라는 말이 나온다.


▲‘메갈리아’ 이슈를 두고 일부 독자들의 격앙된 반응은 예상을 훌쩍 넘어선다. 사진은 큰 반발이 일었던 시사인 커버. (이진우 기자)

해당 보도로 시사인은 소위 ‘메갈 언론’이 됐다. 이는 게임회사 넥슨의 성우 계약해지로 불거진 메갈리아 티셔츠 사태를 계기로 지난 1년 간 나무위키의 ‘메갈리아’ 항목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였다. 나무위키는 ‘반 메갈리아’ 진영, 즉 메갈리아를 남성혐오를 하는 여성일베로 보는 남성들에게 일종의 ‘바이블’ 대접을 받는 사이트다. 시사인은 기사에서 메갈리아를 남성혐오집단으로, IS와 등치시키는 비유를 “파산”시키며 ‘연출된 공포로서, 강자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혐오발화만 제거되면 이 분노한 남자들이 현실을 개선하는 데 나설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사인이 겪고 있는 상황은 최근 몇 년간 언론과 기자들이 관련 사안을 다루며 겪어온 어려움이 극대화된 형태일 뿐이다. ‘최근 여성혐오 등 페미니즘 이슈에 민감한 사회적 흐름 속에 시사인이 휘말린 것’이라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종합일간지 A기자는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는 (미러링 표현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발성 기사들로 뚝뚝 떼 전하는 건 위험하다는 내부 판단을 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스탠스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나한테 어떻게 그래?”
남성들을 중심으로 절독운동이 일어나고 실질적인 피해 언론이 나온 것은 분명 새로운 흐름이다.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는 구호처럼 그동안 크라우드 펀딩 등 ‘돈’을 통한 영향력 행사의 전략은 ‘메갈리아’를 필두로 한 여성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오늘의유머(오유), 루리웹 등 남초 커뮤니티에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 시사인, 프레시안’ 등을 ‘이성을 혐오하는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매체’로 규정하고 절독운동까지 촉구하는 글이 게시된 게 지난달 20일이었다.


시사인은 여기서 직격탄을 맞은 거의 유일한 매체다. 시사인은 해당 기획에서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나는 여자를 혐오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는다고 믿는 ‘선량한 남자’ 일반을 분노케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절독운동이 소위 야권 성향으로 알려진 ‘오유’ 등의 남초 게시판에서 시작됐고, 주진우 기자 등이 출연한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로 시사인의 독자가 급증한 것이 2011, 2012년임을 감안하면 이번 절독운동으로 빠진 장기 독자 상당수와 ‘선량한 남자’들이 포개질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고제규 편집국장은 이번 구독해지자와 관련해 “(정밀한 분석을 해봐야 하지만 절독자 중) 남성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시사인 편집국.

이번 사태는 현 미디어 지형이 딛고 선 진영논리의 자장 안에서 더욱 증폭됐다. ‘일베’와 구분되는 정치 성향을 보인 남초 커뮤니티가 절독대상으로 꼽은 소위 진보 매체들에 보이는 반응은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에 가깝다. 이들에게 언론은 ‘내 편’이고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고 실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언론 역시 보도태도와는 무관하게 구독유치와 마케팅 등 과정에서 이런 진영논리를 현실적인 조건으로 활용해왔다. 시사인만해도 이 기간 구독과 관련해 ‘주진우 기자’를 거론한 문자를 독자들에게 보낸 바 있다. 독자 구독과 잡지판매에서 얻는 수익비율이 높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시사인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는 페미니즘 이슈를 두고 업계 내에서 언제고 다른 형태로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논의 불가능한 현실…‘자기검열’ 우려
현재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둘러싼 논의는 공회전 중이다. 보도를 통해 공론장이 형성되고 논의가 발전되는 게 아니라 어떤 ‘믿음’의 문제로서 ‘불신자’에 대한 낙인과 배제, 처벌이 여러 방식으로 반복되고 강화되는 형태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기사 작성자인 기자들을 대상으로 신상털이와 인신공격까지 이뤄지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메갈 기자’로 낙인찍힌 일부 기자는 사진과 신상 등이 남초 커뮤니티에 오르내리는 일을 겪어왔다. 이와 관련한 피해자인 B기자는 “일베에서만 그러면 개의치 않았을 거 같은데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오유, 루리웹, 앰엘팍 등 남초 커뮤니티 전반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는 걸 보고 젠더 문제에 한해선 남성들이 참 견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C기자도 “인신공격, 온라인 조리돌림, ‘기사쓰지 못하도록 지켜보겠다’는 식의 협박까지 하는 건 언론을 언론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권리도 있는 거지만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예절과 의무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기자나 언론사에 분명 ‘자기검열’의 기제가 될 수 있다.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언론자유와 토픽 선정에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양한 것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론 독자에게도 해가 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부 기자는 메갈리아 이슈와 관련한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지적했다. D기자는 “메갈리아 이슈를 다루며 보인 독자를 계도하려는 태도가 반발을 키우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이란 기관의 입을 막고 ‘명확한 스탠스를 밝혀라, 어느 편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공정한 보도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편들어 주는 언론이 진짜 언론이란 언론관이 사회에 많이 퍼져있다. 언론들의 낮은 신뢰도, 파당화된 상황이 이를 자처한 측면도 있는 만큼 자성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보에서 알립니다. 메갈리아 관련 기사에 실린 시사인 편집국 사진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시사인에서 밝힌 것처럼 '욱일승천기'는 시사인 335호 표지를 만들기 위해 제작한 소품입니다. 기사의 본질과 달리 사진 속 소품을 놓고 불필요한 논란이 있어 사진 일부를 잘라서 다시 실었습니다. 강조합니다. 기사를 보고 시시비비를 가렸으면 합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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