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광고, 신문업계 구원투수 될까

VR영상 등 다양한 형태 주목
해외미디어그룹 시장개척 나서
저널리즘 훼손 방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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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지난달 12일 통합뉴스룸 구축을 위한 조직개편에서 경영총괄 산하 이노베이션 랩을 신설했다.
이노베이션 랩은 지난달 25일 ‘가장 안전한 지구 사용 설명서’(LG전자)에 이어 지난 2일 ‘알래스카 빙하서 ‘피부 불로초’ 찾는 사람들’(아모레퍼시픽) 등 잇달아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를 선보였다. 첫 시도에선 인포그래픽, 3D효과 등을 살린 동영상을 가미했고, 두 번째 광고에선 자연 원료를 찾기 위한 뷰티 기업의 노력을 영화처럼 재구성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6월 360도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영상을 활용한 첫 네이티브 광고인 ‘Touch The Sky-특전사 진짜 사나이들’(국방부)을 내놓았다. 조선은 VR영상을 활용한 네이티브 광고를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가 매년 줄어드는 신문광고 매출의 일정 부분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할지 신문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밖에 한겨레는 지난해 7월 ‘특별한 취향을 가진 당신에게 가장 힙한 소비 트렌드 5(GS샵·아름다운 가게)’, 한국일보는 지난해 12월 ‘“나는 오늘도 출근한다”(CJ제일제당)’ 등을 통해 네이티브 광고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매출 하락 신문광고 대안 부상
네이티브 광고가 매년 줄어드는 신문광고 매출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면 광고는 대량 인쇄가 가능해진 이후 지대와 함께 신문사를 먹여 살린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PC 시대와 스마트폰 시대 등을 거치면서 신문 위상은 크게 쪼그라들었고 이에 따른 광고비 역시 새로운 매체에 잇달아 따라잡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 광고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14년 모바일 광고비는 8249억원으로 신문 광고비(7867억원)를 처음 추월했다. 매년 감소세인 신문 광고비와 달리 모바일 광고비는 2012년 1584억원 규모로 신문 광고비(8202억원)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했지만 2013년엔 전년 대비 5배나 증가한 7745억원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문사 입장에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네이티브 광고가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는 광고주가 원하는 정보를 텍스트, 사진, 인포그래픽, 동영상, 오디오 등을 동원해 리스티클(목록형 기사), 카드뉴스, VR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면서 마치 기사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진 디지털 광고의 한 방식이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 등 주요 미디어기업들은 네이티브 광고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7월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프로모션하기 위해 만든 네이티브 광고는 새로운 광고형태의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토대로 여성 사형수 이야기를 비디오, 오디오, 인포그래픽 등이 가미된 기획기사 형식으로 제작했는데 대다수의 독자는 기사로 착각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또 하나는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 등과 같이 브랜드를 연결한 리스티클 형태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버즈피드의 경우 2014년 네이티브 광고로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의 네이티브광고 규모는 2013년 47억 달러에서 2018년 2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소식은 디지털광고에 목 말라있던 신문사 입장에선 단비와 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현재 배너광고 등 디지털광고의 매출 기여도는 여전히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언론사의 네이버·카카오 신규 입점과 퇴출 등을 평가하는 뉴스제휴평가위 활동이 지난 3월 시작되면서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광고’마저 직격탄을 맞아 그나마 있던 온라인 매출마저 쪼그라든 상황이다.

광고주·사내 인식 개선 필요
네이티브 광고시장이 성숙해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역시 적잖다.
우선 네이티브 광고가 저널리즘 가치인 신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한 최소 ‘안전판’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겨레는 네이티브 광고를 내보내기 전 검수절차를 거치고 독자들이 기사로 오인하지 않도록 네이티브 광고 상·하단에 광고임을 표시하기로 했다. 중앙 등 타 사 역시 독자들이 광고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편집국 스텝들이 네이티브 광고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콘텐츠 제작은 프리랜서 기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네이티브 광고가 꽉 막힌 온라인 광고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 잡을지,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하는 ‘광고형 기사’로 전락할지 논란은 여전히 분분하다.


둘째 네이티브 광고가 기존 인쇄광고가 가졌던 ‘보험 성격’을 뛰어 넘어 제품 판매 증가나 이미지 개선 등 광고효과를 낼지도 아직 미지수다.


기업 입장에선 연간 광고예산이 책정됐는데 ‘이런 광고까지 해야 하느냐’는 식의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심지어 언론사 내부에서조차 비싼 제작비까지 투입해 네이티브 광고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서 받은 광고예산 규모는 같은데 인쇄 광고가 아닌 네이티브 광고로 집행할 경우 제작비만큼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서다.


여기에 일부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인력 부족 탓에 뒷짐을 지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선 웹디자이너, 개발자, AE와 같은 콘텐츠 기획자 등 별도의 제작인력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전망 미지수지만 시장진입 준비해야
그렇다고 관심의 끈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처럼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현재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지배사업자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시장에 진입한 데다 광고주마저 인식이 전환될 경우 준비 못한 신문사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종이신문 광고와 달리 네이티브 광고는 광고주들이 원하는 광고 도달률 등 과학적 데이터를 광고주의 손아귀에 쥐어준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광고 예산이 아닌 마케팅 비용으로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종합일간지 광고 담당자는 “네이티브 광고는 SNS 채널을 통해 전파돼야 하기 때문에 팔로우 등이 최소 100만명 이상 돼야 하지만 국내 신문사는 조선일보 페북의 ‘좋아요’가 40만명을 넘겼다”고 말했다.


중앙이 지난달 20일 개인화 추천 플랫폼 기업 데이블과 함께 ‘개인 맞춤형 뉴스·광고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도달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언론계는 보고 있다.


중앙일보 표재용 경제부에디터는 “글로벌 기업들은 기자와 작가 등을 직접 뽑아 자체적으로 네이티브 광고를 제작할 정도로 중요한 광고 콘텐츠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 광고주의 인식은 부족하다”며 “현재 카드 뉴스나 리스티클 기사 같은 포맷으로만 제작되는 등 천편일률적이고 부가가치가 낮은 상품 구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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