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미래다…언론사, 가상현실·MCN 등 다양한 시도

콘텐츠 소비 플랫폼 모바일 이동, 동영상 수요도 증가
지속적 투자 요구되지만 뚜렷한 수익모델 없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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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통해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 콘텐츠가 쏟아진다.” “페이스북에선 하루 1억 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구동되고 80억뷰가 발생한다. 지난해 시작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만 하루 평균 4800만명이 몰린다.”


지난 6월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 동영상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이유로 내세운 근거다.
동영상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언론사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동영상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이유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전통매체에서 모바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멀티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방향성은 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상파나 종편처럼 영상 제작인력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데다 뉴스를 기반으로 한 동영상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뉴스 영상 경쟁력 생각보다 낮아
한국언론진흥재단-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지난 6월에 발표한 ‘로이터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평소 온라인에서 뉴스 동영상을 본다는 응답비율은 24%(26개국 5만3330명 기준·한국 표본수 2147명)에 불과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동영상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VR(가상현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가 선보이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33%로 가장 높고 캐나다(32%), 브라질(30%), 그리스(30%)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 26%로 평균치를 약간 웃돌았다.


동영상 뉴스재생을 꺼리는 이유로는 ‘텍스트를 읽는 것이 빠르고 편리해서’(41%), ‘프리롤 광고 때문에’(35%), ‘동영상을 띄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20%), ‘텍스트에 비해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19%) 등이 꼽혔다.


신문업계 종사자조차 뉴스를 기반으로 한 동영상 콘텐츠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투입되는 인력에 비해 효율성이 낮아서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경우 인력 충원에 따라 트래픽 증가 등 가시적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만 동영상은 제한적이다.


반면 내수 시장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뉴스 영상 콘텐츠가 가진 한계점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경성 콘텐츠’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한류 콘텐츠처럼 해외시장을 바라보기도 어렵다.


시의성은 중요한 반면 여러 번 반복 재생되는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이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비해 동영상이 재생되기 전 강제 노출되는 ‘프리롤(Pre-roll) 광고’ 외에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도 과감한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이런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는데도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를 중심으로 동영상 수요가 커지면서 동영상을 떼어놓고선 미래를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통합뉴스룸을 선보인 중앙일보는 영상전문성 확충, 새로운 영상 포맷 개발, 스토리 구성력 제고 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단순히 영상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체계적으로 DB(데이터베이스)화하기 위해 온라인 비디오플랫폼(OVP) ‘콜러스’ 서비스를 지난달 초 도입했다.


김영훈 중앙일보 디지털담당은 “모든 콘텐츠를 영상화한다고 이용자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기획 의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표현방식을 찾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콘텐츠·이용자별로 최적화된 동영상 형식을 개발하고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영상,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등 다양한 영상콘텐츠로 언론계의 관심도 옮겨가고 있다.

VR 선점 위한 언론사 움직임
머니투데이, 조선일보, 채널A, 한국경제, MBC, SBS, JTBC 등은 VR영상을 통해 또 다른 기회를 엿보고 있다.


VR영상은 앱스토어에서 VR앱을 다운받은 뒤 VR용 헤드셋으로 관련 영상을 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현장을 전방위로 볼 수 있어 현장의 생동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1월 아프리카·중동 내전으로 난민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게 VR의 효시다.


VR산업을 바라보는 전망도 어둡지만은 않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VR과 AR(증강현실)시장이 2025년까지 비디오게임, 헬스케어, 교육, 엔지니어링, 군사,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등 9개 분야에서 8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도 시장 선점효과를 노리고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조선은 지난 2월부터 총 60여편의 VR영상을 선보이고 있고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VR영상(남강호의 VR Rio!)을 제작하고 있다.
조선은 VR을 활용한 첫 네이티브 광고로 지난 6월 ‘Touch The Sky-특전사 진짜 사나이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채널A는 지난달 12일 LG유플러스와 함께 ‘2016 코리아 360 VR 크리에이터 챌린지’를 통해 VR 예비 창작자 100명을 선발했는데 여기엔 골프선수, 뮤지컬배우, 웹 드라마 제작자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인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 달 동안 기획부터 제작, 촬영 등을 교육받은 뒤 각각 영상 10편(총 1000여편)을 제작했고 이렇게 제작된 VR콘텐츠는 이달 말부터 채널A·LG유플러스 모바일을 통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SBS 역시 지난 3월 비디오머그를 통해 ‘응답하라 노량진수산’이라는 360도 VR다큐를 시작으로 다양한 VR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선 경기장면을 VR로 제작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가 VR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상현실 5대 선도 프로젝트’를 선정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SBS가 참여한 컨소시엄(총 15개사)이 타 언론사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제치고 ‘VR서비스 플랫폼’을 수행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VR은 기존 언론사가 제공했던 영상의 한계를 넘어 독자들이 1인칭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몰입도가 높다. 반면 비즈니스모델 확장성, 소재의 제한성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조선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시작해 6개월 정도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콘텐츠가 좀 더 축적되고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 광고주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며 “자회사를 통해 교육, 헬스케어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MCN, 동영상과 수익 함께 노려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의 경우 콘텐츠 확보 외에 사업이나 스타기자·아나운서 육성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다.


MCN의 원조는 2000년대 중반 급부상한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다. 이 당시 적잖은 신문사들이 이 부문에 힘을 쏟아 부었지만 UCC 열풍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완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하면서 금방 시들해졌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유튜브를 통한 완성도 높은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미래의 방송’이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윅스애니메이션은 2013년 1억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MCN채널 어섬니스TV를 1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국내 방송사 등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MCN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KBS는 지난해 7월 개인 창작자와 제휴해 독창적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유통시키고 광고 수익을 나누기 위해 MCN 스튜디오인 예띠스튜디오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 2월 MCN업체인 트레져헌터와 해외공동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MBC도 지난해 4월 MBC플러스를 통해 MCN채널 ‘코코넛’을 론칭했다.


JTBC는 지난 6월 말 장성규 아나운서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첫 MCN 콘텐츠인 ‘짱티비씨’를 선보였다. 장 아나운서가 1인 방송에 도전하는 콘셉트로 국내외 유명 MCN 크리에이터에게 비결을 배우는 과정 등을 담고 있다.
방지현 JTBC 디지털기획팀장은 “현 시장 환경에서 최적화된 디지털 콘텐츠의 공식을 찾아 나가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JTBC다운’ 본격적인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마중물로서의 의미를 지녔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민일보 자회사인 쿠키미디어는 지난 2월 유아·초등학생 등을 주 타깃으로 한 키즈 MCN 사업(쿠키토이)에 뛰어들었다.


MCN분야의 광고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도 지난 3월 트레져헌터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는데 MCN 업계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한편 MCN 시장의 광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다.

시행착오 속 다양한 시도 전망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동영상 제작을 위해 인력과 비용 등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데 비해 수익모델은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영상을 소홀히 하자니 시대에 뒤처지고 젊은 독자들을 잡는데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신문사들이 동영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주 독자층이 아닌 20~30대 젊은 여성 독자들을 끌어오기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해서다.


종편을 가지고 있는 메이저신문사는 그나마 나은 편. 나머지 신문사들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전중연 이투데이 미디어기획실장(상무)은 “대규모 투자 없이 발 담그는 수준으로 해서는 영상 분야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며 “언론사들이 포털과 협업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오히려 협업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리소스를 투입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경제지 관계자는 “동영상에 투입되는 비용이 텍스트보다 높지만 수익이 나올 만한 곳은 없다”며 “동영상이 확산되기 위해선 콘텐츠가 곧 매출이 될 수 있는 ‘콘텐츠 커머스’라는 개념이 실현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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