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의존' 오명 벗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찾아낼까

신문사-네이버 조인트 벤처 설립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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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등 연10억원 수익에
모바일 플랫폼 광고도 가능
네이버 입맛대로 모두 맞춘
콘텐츠 생산기지 전락 우려


A언론사는 네이버에 몇 차례 걸쳐 합작회사 아이템을 제안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애초부터 특정 신문사를 위한 사업에 들러리만 섰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A사 관계자는 “네이버가 특정사하고만 사업을 하기 위해 수면 밑에서 협상을 벌였는데 네이버의 위상을 감안했을 때 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 공모를 하는 게 올바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업계에선 현재 협의가 오가는 것 외에 올해는 더 이상 신규 사업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돌면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콘텐츠만 좋다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조선·매경·한겨레 등 순조로운 출발
네이버는 조선일보와 합작회사인 ‘잡스엔’(서비스명 잡앤)을 시작으로 매일경제(법인명 트레저·서비스명 트래블+), 한겨레(법인명 씨네플레이·서비스명 영화) 등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도 큰 틀에서 의견 접근을 보고 각각 중국 콘텐츠,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등이 중심이 된 조인트벤처 설립을 논의 중이다.

한국경제도 바이오, 농업 등을 아우르는 에코 사업을 네이버에 제안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주요 신문사들이 모바일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서 네이버와의 합작회사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위쪽부터 네이버 모바일의 잡앤, 트래블+, 영화 서비스.

이 밖에 서울신문, 전자신문, 한국일보 등 다수의 매체가 사업을 제안한 상태이거나 부정적인 답변을 전달받은 상황이다.


조인트벤처 설립은 조선일보가 먼저 네이버 측에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지난 2월과 6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조선과 매경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설정자(네이버 모바일 특정 메뉴를 설정해 구독하는 이용자)가 각각 400만명과 200만명을 넘겼다. 지난달 15일 서비스를 선보인 한겨레도 이날 현재 설정자 9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합작회사의 지분율(자본금 2억원)은 해당 언론사가 51%, 네이버가 49%를 보유하고 있는데 네이버가 1대 주주가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겨레는 자회사인 씨네21에도 책임경영 등을 위해 합작회사 지분 일부를 넘기려고 했으나 1대 주주로 올라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네이버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들 합작회사의 주된 수익원은 네이버 모바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받는 전재료다. 이들 언론사는 콘텐츠 제공 외에 인건비,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네이버로부터 연간 10억원가량을 받는다.
여기에 네이버가 모바일 플랫폼을 열어줬기 때문에 해당사가 광고 등을 유치할 수 있다.


한 조인트벤처사 관계자는 “네이버가 자기 계열사에도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던 플랫폼을 열어줬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모바일 페이지에 광고를 붙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콘퍼런스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게 해당 언론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겨레 관계자는 “자회사인 씨네21에서 국내 주요 영화제 홍보 등의 사업을 해왔는데 네이버 모바일이란 큰 플랫폼이 추가됐기 때문에 관련 사업이 더욱 힘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합작회사가 콘퍼런스 등 부대사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가 합작회사를 만들 당시 계약서에 일정 조건을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하루 순방문자(UV) 수가 50만명 이상을 넘겨야지만 부대사업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방문자 확보가 말처럼 쉽지 않고 이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콘텐츠 제작에 빠듯한 인력 규모라서 부가적인 수익모델을 찾기보다는 당분간 콘텐츠의 안정적 생산과 플랫폼 확대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잡스엔 관계자는 “네이버가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시켰지만 부대사업을 하기 위해선 전담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콘텐츠 생산과 콘텐츠를 노출시킬 수 있는 플랫폼 확대에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마저 고민하는 모바일 시대
네이버가 특정 언론사와 협력 모델을 만드는 것에 대한 비판을 무릅쓰고 합작회사 모델을 내세운 이유는 무얼까.


페이스북 등 ICT(정보통신)기업에 협공을 당하는 네이버 입장에선 모바일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콘텐츠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PC시절엔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협력모델이기 때문에 엇비슷한 기사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바일 시대에선 엇비슷한 ‘판박이 기사’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PC시절보다 화면이 작아 검색 퀄리티가 떨어지면 모바일 독자들을 붙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모바일에서 먹히는 콘텐츠 전략이 뉴스 콘텐츠를 잘 정리해 전달하는 큐레이션 방식에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버티컬 전략으로 바뀌는 것도 합작회사 설립 사업이 탄력을 받은 이유 중 하나다. 네이버 입장에선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요 언론사와 협력 관계를 맺는 전략적 선택을 택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네이버의 대언론 정책이 전재료 중심에서 사업별로 재편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언론사도 그동안 모바일에서 이렇다 할 사업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긴 매한가지다. 네이버와 손잡지 않고선 힘들다는 현실 타협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동아 매경 조선 중앙은 모바일 분야를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다른 언론사와 달리 네이버 모바일엔 기사를 공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9월 조선을 시작으로 이 같은 ‘카르텔’도 깨졌다.


한 경제지 관계자는 “언론사 혼자하면 독자들이 안 들어오기 때문에 모바일에서도 포털 플랫폼을 활용한 접근 방식 외에 현실적으로 끌고 갈 만한 모델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언론사가 모바일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만한 준비와 역량 등을 갖췄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일부 언론사에선 일단 사업계획서를 밀어 넣고 보자는 식이기 때문에 운영 방식이나 인력 확보 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회사서 만든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평가 역시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네이버가 2013년 뉴스편집 방식을 ‘뉴스 캐스트’에서 ‘뉴스 스탠드’로 바꾸면서 선호하는 언론사를 선택할 수 있는 ‘마이(My) 뉴스’ 기능을 추가했는데 이를 적극 선택한 독자들은 소수였다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반면 네이버가 거대 언론사와 이런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또 다른 신문사 관계자는 “전문 콘텐츠를 확보하고 싶은 네이버의 니즈와 네이버로부터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하는 메이저신문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사업”이라며 “이들 회사에서 생산해 내는 콘텐츠는 다른 언론사들도 가지고 있는 콘텐츠인데 왜 이들 언론사하고만 사업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포털에 대한 의존도가 웹에 이어 모바일까지 확대된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손잡지 않고선 신규 디지털 사업에 뛰어 들 수 없다는 인식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이 언론계 전체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네이버가 나서지 않으면 새로운 혁신 등에 언론사들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네이버만 바라보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사가 네이버 입맛에 맞는 콘텐츠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사례는 외국에선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모델이다. 구글의 경우 특정 언론사와 협력모델을 만들기보다 언론사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툴을 지원하고 있다.


다니엘 알레그레 구글 글로벌파트너십 대표는 지난 6월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2016년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 “언론사가 구글 툴을 이용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데 대표적인 협력 프로젝트는 구글AMP(Accelerated Mobile Pages·구글은 AMP를 적용한 모바일 사이트의 경우 기존보다 4배 정도 빨리 열리고, 데이터 소모량도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소개함)”라며 “모바일 페이지의 이동 속도를 매우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해당 언론사를 이용하는 모바일 독자들의 뉴스소비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협력 모델 시험대 올라
네이버에 기대어 살지, 아니면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성을 찾아낼지 여부는 이들 합작회사의 몫이지만 대내외 시장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관건은 진성 독자들을 얼마만큼 빨리 확보하느냐다. 언론사 역시 네이버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활용해야 할지, 그렇지 않을지를 결론 내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지 임원은 “포털이 이번 사안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대하느냐를 살펴봐야 한다”며 “이번 사업에 지나치게 기대하고 들어가서 숫자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업 모델은 내년까지 시험대에 오르는 뒤 재평가를 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합작회사 계약 갱신 주기는 1년인데 네이버가 무턱대로 네이버 모바일 주제판에 고정 배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2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20PICK이 지난 5월말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생각만큼 아웃풋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사 서비스라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얼마든지 접을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벤처사 설립을 준비 중인 한 언론사 관계자는 “모바일 시대에 대한 언론사들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라서 네이버 합작회사 모델도 실패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네이버도 언론사에 무한정 기회를 주기보다는 어느 시기엔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길어야 내년까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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