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기자는 왜 '인천상륙작전' 리포트를 거부했나

KBS "취업규칙 위반해 징계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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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30억원을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홍보로 비칠 수 있는 리포트 제작지시를 거부한 기자들이 징계될 상황에 처했다. 전국언론노조KBS본부는 사측이 방송편성규약으로 보장된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시민단체에서는 공영방송이 수신료를 영화에 투자하고 이를 뉴스나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홍보한 데 대한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BS관계자에 따르면 KBS는 지난 2일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문화부 소속 송명훈, 서영민 두 기자의 징계를 요청하는 공문을 인사위원회에 전하는 등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징계사유는 이들 두 기자가 개별 영화에 대한 홍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인천상륙작전’ 관련 리포트 제작 지시를 거부한 것이다.  

KBS본부는 3일 <‘인천상륙작전’ 일방적 홍보 지시 거부가 징계사유?>라는 성명에서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 “지난달 29일, 통합뉴스룸 문화부 팀장과 부장은 송명훈, 서영민 두 기자에게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준 사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KBS, KBS미디어가 약 30억원을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공식사이트 갈무리.


이어 “이에 해당 기자들은 ‘편향된 리포트를 할 수 없다. 개별 영화 아이템은 홍보가 될 수 있어 과도하게 다룬 적이 없다’며 반발하면서 ‘개봉 첫 주도 지나지 않아 영화에 대한 평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관객과 평론가의 차이를 어떻게 논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그럼에도 해당 부서장은 국장의 지시이니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리포트 제작을 강요했고, 이에 반발한 해당 기자들을 상대로 사측은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고 징계 회부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본부는 두 기자에 대한 징계회부가 KBS방송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위법 행위라는 입장이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이는 KBS방송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심각한 위법행위”라며 사규보다 우선하는 상위 법규인 편성규약의 내용을 제시했다.

KBS방송편성규약은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된다(5조 4항)”고 하고 있다. 또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은폐 삭제를 강요당할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6조 3항)”고 적시하고 있다.

KBS본부는 또 사측이 편성규약상 보장된 기자협회장의 보도위원회 개최 요구를 묵살한 채 징계부터 착수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편성규약에 따르면 취재 실무자와 책임자 간에 이견이나 분쟁이 생길 때 본부별 편성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고 이견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도 편성규약상 보도본부 실무자 측 위원인 기자협회장이 책임자 측인 보도본부장에게 본부별 편성위원회인 보도위원회 임시회의 개최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마저도 거부한 채 징계 칼날부터 빼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관련한 KBS의 리포트와 프로그램 등을 두고 언론시민단체에서는 공영방송이 자사가 투자한 영화를, 자사 뉴스 등을 통해 홍보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해당 두 기자들이 편성규약상 보장된 ‘양심에 따른 자율적 업무 수행’ 등의 위배 근거로 들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CJ E&M홍보팀 관계자에 따르면 KBS와 KBS미디어는 ‘인천상륙작전’의 투자자로 총 170억원의 제작비 중 약 30억 원을 투자했다. KBS는 영화 개봉일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이라는 특집프로그램을 방영했고, 개봉 당일에는 주연배우인 이정재를 ‘뉴스라인’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또 KBS ‘뉴스9’에서는 '인천상륙작전' 리포트가 세 차례에 걸쳐 보도된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는 지난 1일 방송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KBS의 ‘인천상륙작전’ 띄워주기 행태는 노골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방송이 자신들이 투자한 영화라고 해서 자신들의 뉴스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관련내용을 홍보하는 것은 매체를 사유화하는 것이며, 부도덕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그것이 공영방송이라면, 이는 더욱 말이 안 된다. 영화의 이념이나, 수준을 떠나서 국민의 수신료를 영화에 투자하고, 그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서 국민의 방송인 KBS를 제멋대로 이용하는 KBS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KBS 홍보팀은 두 기자에 대한 징계착수에 대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취재 지시는 관객 평점과 전문가 평점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언론의 합리적 의심에 따른 정상적인 발제였다. KBS본부 노조가 성명서에서 언급한 두 기자는 보도본부 편집회의 논의를 거쳐 문화부 데스크가 정당하게 지시한 취재 지시를 거부했다”면서 “이에 따라 보도본부는 두 기자가 취업규칙 제4조(성실)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인사규정에 따라 징계를 요청했고 인사 관련 부서가 인사위원회 회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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